- 44년간 개인전 20여 회 열어
- 붉은색과 역동적 붓질이 특징
- 금정산 ·태종대 등 토속 풍경
- 내면에서 재해석한 작품 연출
- “유행보다 나만의 시각 집중”

‘제15회 송혜수 미술상’을 수상한 부산 화단의 대표적인 중견 서양화가 박윤성(67) 화백을 만났다. 박 화백은 경남 진주 출생으로 부산 경남고와 부산교대를 졸업했다.

서양화가 박윤성 작가가 사하구 작업실에서 송혜수 미술상을 수상한 소감 등을 말하고 있다. 김성효 전문기자

20여 년 교직에 있으면서도 틈틈이 작업해 1975년 부산 공간화랑에서 연 개인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20여 회 전시를 열었다. 1992년 교사직을 그만두고 전업 작가의 길을 걷고 있다. 최근 부산 사하구 당리동 작업실에서 수상 소감과 50여 년 작가 인생을 들었다.

그는 “20대 때부터 존경하던 송혜수 선생의 상을 받게 돼 기쁘면서도 얼떨떨하다. 사실 그림은 송 선생과 함께 부산 화단을 가꾼 1세대 작가이 고 김종식 선생으로부터 배웠다. 두 분 모두 부산 화단의 거목으로 많은 후학을 길러냈다. 송 선생은 외모가 출중한 데다 제자들 전시에서는 누구보다 진지하게 작품을 평하고, 제자들을 모두 훌륭하게 키워낸 분이라 평소 존경해왔다”고 말했다.

박 화백은 1970년대부터 부산 화단을 무대로 꾸준한 활동을 이어온 작가다.

영도 봉래산, 태종대, 금정산, 승학산, 낙동강 하구 등 부산의 향토적인 풍경이 담긴 작품을 주로 그려 왔다. 풍경을 생동감 넘치는 붉은색과 역동적인 붓질로 그려내는 게 박 화백의 특징이다.

서양화가지만 붉은색을 즐겨 쓰고 자연 풍경을 단순화해 그려 민화적인 느낌을 준다. 그의 화폭 속 붉은색은 역동적인 부산의 정서와 닮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솟아오른 산세, 날 선 바위, 굽이치는 물살을 표현한 두꺼운 붓질도 그렇다.

그는 “조부 때부터 가구 장인 집안에서 태어나 자연스럽게 목공예와 민화를 접했다. 어린 시절부터 그림을 잘 그려 각종 대회에서 수상했지만, 형편이 어려워 미술 공부를 계속할 수 없었다.

결국 부산교대에 가서 그토록 원하던 그림을 마음껏 그리기 시작했다. 어릴 때 고향 진주에서 보았던 촉석루, 남강 등 우리 주변의 명승지와 자연이 소재의 주류를 이룬다”고 설명했다.

박 화백은 전통 산수화의 안목으로 풍경을 그리지만 그가 쓰는 재료는 지극히 서양적이다. 유화물감을 사용해 캔버스 위에 그린 작품에는 한국 전통 미술의 미감이 배어 친근감이 넘친다. 그는 향토성 짙은 소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어떠한 틀에도 얽매이지 않는 단순함을 추구한다.

“사람과 자연이 한데 어우러진 모습이 제일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언제나 정겨운 고향집의 추억, 우리의 아름다운 금수강산을 떠올리며 잠시나마 여유를 가져봅니다. 지금도 매일 그림을 그리는 것이 즐겁기만 합니다.”

“아파트 한 채만 있으면 전업 작가가 되겠다”던 박 화백은 1992년 교직을 그만둔 후 줄곧 ‘전업 작가’의 삶을 살았다. 경제적인 어려움도 있었지만, 작품 활동을 하는 것이 그에겐 가장 큰 즐거움이었다.

그는 지금도 매일 작업실에서 겸재의 탐구적 실험정신을 본받아 백두산, 금강산, 북악산 등 우리의 자연을 새로운 시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내면에서 재창조된 새로운 산수를 연출하는 것이다.

그는 “원래 유행을 따르거나 어떤 경향을 잘 좇지 못하다 보니 그림에서도 큰 변화가 없다. 최근에는 빗살무늬 기법을 더해 하늘(별)과 땅(산, 강, 들 등)을 주제로 우리의 미감을 민화적으로 풀어낸 추상 풍경을 작업 중이다. 역동적이면서도 따뜻하고 소박한 시선이 느껴지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말했다.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