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창올림픽 열기 이어갈 행사
- 임권택 감독·김동호 위원장 등
- 영화계 어르신들 참여 큰 힘
- 남북 정세변화 널뛰기로 진땀
- 지속 문화 교류 선봉장 되길
전 세계를 들뜨게 했던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뿌렸던 평화의 씨앗을 영화가 이어받았다. 오는 16일 개막해 20일까지 강원도 평창과 강릉 등지에서 열리는 제1회 평창남북평화영화제(이하 PIPFF)는 평화와 관련된 다양한 주제를 담은 33개국 85편의 영화가 상영되는 테마 영화제다. 첫 회 슬로건은 ‘선을 넘어 하나로, 힘을 모아 평화로’이다. 이는 남북 군사분계선으로 대표되는 남북 군사 대결을 뒤로하고, 평화의 시대를 맞이하자는 염원을 나타낸 것이다. PIPFF 이사장직을 맡아 영화제 산파 역할을 한 배우 문성근은 그 중심에 서서 눈코 뜰 새 없는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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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평창남북평화영화제의 산파 역할을 한 문성근 이사장. 평창남북평화영화제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뿌렸던 평화의 씨앗을 영화로 이어받았다. 김정록 기자 |
한반도에서 ‘평화’라는 말이 가까우면서도 멀게 느껴지는 요즘, 개막식을 앞두고 만난 문 이사장은 “UN 경제제재로 경제적 교류가 힘든 상황에서 문화 교류, 특히 영화제로 1회성 행사가 아닌 지속적 문화 교류의 토대를 마련해 신뢰를 쌓는다면 남북 이질감을 극복하고 좋은 반향을 일으킬 것”이라며 PIPFF의 의미를 설명했다.
PIPFF는 지난해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개최 성공의 열기를 국제무대에 확산시키자는 의견을 방은진 강원영상위원장에게 건네면서 시작됐다. 방 위원장이 이를 문 이사장에게 전달하면서 영화제 개최가 급물살을 탔다. 문 이사장은 “지난해 5월 임권택 감독님,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명예위원장, 정지영 감독, 안성기 선배, 이춘연 영화인회의 이사장 등이 선뜻 참여를 약속해주셨다”며 이번 영화제 개최의 바탕에는 영화계에서 신망 높은 어른들이 참여해 큰 힘이 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남북의 알 수 없는 정세 변화였다. “지난 2월 말 북미 하노이 회담이 성과 없이 끝나 5월까지만 해도 북한 작품을 구하는 것이나 기업 협찬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런데 6월 30일 판문점 회동 이후 거절했던 기업 협찬이 풀렸다. 다만 북한이 아직 움직이지 않고 있다”고 말한 문 이사장은 “북한이 정치적인 불만과 문화 교류를 구분해줬으면 한다”는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애초 폐막식은 금강산에서 개최하고 싶은 바람이 있었으나 이 또한 어려워졌다. 그러나 “지금 국면에서는 어렵지만 차후에 원산에서 폐막식이나 영화제 분산 개최를 도모해도 괜찮겠다”는 희망도 밝혔다.
‘제1회 개막작’이라는 상징성을 지닌 올해 PIPFF의 개막작으로 북한 림창범 감독의 ‘새’가 선정됐다. 1992년 작품인 ‘새’는 조류학자 원홍구, 원병호 박사 부자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로, 6·25전쟁 때 헤어져 남과 북에서 각각 조류학자로 활동하던 부자가 조류 연구를 위해 날려 보낸 새로 인해 서로의 생사를 확인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문 이사장은 “필름 상태가 좋고, 감독이 강원도 출신이고, 정치색이 없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을 고려했다. 또 새는 예전부터 남북을 잘 다녔고, 새가 오가면서 갈라진 인간들을 연결시킨다는 의미가 첫 회 개막작으로 딱 맞았다”고 개막작 선정의 의미를 설명했다. ‘새’ 외에도 평양시네마 부문에는 현재까지 유일한 남북합작 장편 애니메이션인 ‘왕후 심청’을 비롯해 5편의 북한 관련 영화가 초청됐다.
문 이사장은 “‘평화’라는 테마에 담을 수 있는 것이 많다. 난민, 여성, 인종차별, 전쟁 등을 주제로 한 다양한 작품과 신작이 이번에 상영된다. 관심이 가는 작품이 많아서 이번 기회에 보려고 한다”며 북한 관련 영화뿐만 아니라 다양한 주제를 다룬 전 세계의 수준 높은 영화가 초청됐음을 자랑했다.
“올해 평창남북평화영화제의 목표는 존재 이유의 증명이다. 강원도민에게는 남북관계 회복에 강원도와 PIPFF가 도움이 된다는 믿음을 주고 싶다. 그래서 강원도민의 관심과 애정이 제일 중요하다”며 PIPFF 이사장으로서 2년간의 임기 동안 영화제가 잘 뿌리내릴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하겠다 밝힌 문 이사장. 그의 말처럼 평화라는 씨로 태어난 PIPFF가 무럭무럭 자라 남북 문화 교류의 선봉장이 됐으면 한다. 이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