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불황, 후원금 매년 줄어
- 올해 연탄 30만 장 지원가능
- 전년 대비 7만 장 감소 걱정
- 매년 쌀 3000포대도 나눠
- 힘든 이웃에 관심갖길 호소

올해로 설립 15년차를 맞은 부산연탄은행은 겨울 추위가 시작되는 매년 12월이면 본격적으로 바빠진다. 올해는 특히 경기침체로 기업과 개인 후원이 줄어 강정칠(51) 부산연탄은행 대표의 마음은 편치만은 않다.

부산연탄은행 강정칠 대표가 11일 서구 초장동 연탄은행에서 환하게 웃으며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김성효 전문기자 kimsh@kookje.co.kr

강 대표가 부산연탄은행을 맡게 된 데는 2002년 강원도 원주에 한국 최초의 연탄은행을 설립한 허기복 밥상공동체 복지재단 연탄은행 대표의 영향이 컸다.

강 대표는 11일 “허 대표는 제 스승이다. 스승님께서 제가 평소 사회복지에 관심이 많은 걸 아셨기에 2004년 부산에 연탄은행을 설립해 운영할 것을 권하셨다”고 말했다.

사회복지에 대한 강 대표의 관심은 어린 시절 경험에 기인한다.

“두 살때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경남 하동군에서 할머니 손에서 자랐습니다. 가정이 어려워 상처가 많았죠. 공무원이 밀가루를 나눠주며 보인 고압적인 태도, 학비를 내지 못해 선생님께 혼난 경험 등이 대표적입니다”라며 “이 같은 경험은 자연스레 사회복지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강 대표의 공식 직함은 ‘부산연탄 은행 대표’지만, 그의 역할은 단순히 연탄을 나눠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매일 어르신을 연탄은행으로 모셔 점심을 대접한다. 공부방을 열어 학원을 가지 못하는 청소년을 모아 멘토링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그는 ‘부산연탄은행 대표’라는 직함이 부각되는 게 못내 고민이다.

강 대표는 “연탄을 전하다 보니 쌀이 부족한 이들도 적지 않아 2004년 쌀 은행도 열었다. 매년 10㎏짜리 3000포대를 나눠드린다”며 “쌀 은행이 강조되면 연탄은행 후원이 줄고, 연탄은행이 강조되면 쌀 후원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할 일은 갈수록 늘어나지만 강 대표 또한 경기 불황의 그늘을 피할 순 없었다. 2017년을 정점으로 연탄은행 후원금은 매년 30%씩 급감하고 있다.

후원이 가장 활발해야 할 12월임에도 현재까지 모인 후원금은 지난해의 절반에 불과하다. 강 대표는 “보통 40만 장가량의 연탄을 나눠드리는데, 후원금이 줄면서 지난해 37만 장, 올해는 30만 장까지 줄여야 할 듯하다”며 한숨을 지었다.

연탄 가격이 야속하게도 오름세인 것도 강 대표의 어깨를 무겁게 한다. 연탄은행 설립 당시 한 장당 180원 하던 연탄 가격은 현재 700원까지 치솟았다. 정부는 미세먼지 감축을 위해 내년 연탄 가격을 올릴 전망이어서 강 대표는 걱정이 많다. 그는 “전국적으로 연탄 사용 인구는 약 10만 가구가량”이라며 “이들은 대부분 고령층이라 시간이 지나며 차츰 줄어들텐데도 굳이 정부가 연탄 가격을 올려 가뜩이나 어려운 이들이 한숨을 내뱉게 할 필요가 있는 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비록 녹록지 않은 환경이지만 그래도 강 대표는 연탄은행을 넘어 ‘부산시 에너지 종합지원센터’를 꿈을 키운다.

그는 “부산시가 기본적인 운영비, 인건비만 지원해준다면 연탄뿐만 아니라 등유 등 도움이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다양한 에너지를 지원하고 싶다”며 “여러 차례 부산시에 제안했으나 진전은 없다. 하지만 시가 결심만 한다면 종일 바깥에서 발품을 팔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1년 중 가장 분주한 때를 맞이한 강 대표는 마지막으로 지자체와 시민에게 다른 이를 향한 관심을 당부했다.

“우리가 여기에 서 있는 건 다른 이의 도움 덕분입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고 행동한다면 우리는 함께일 수 있습니다. 연말은 물론 항상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마음을 써주길 감히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임동우 기자 guardia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