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남권 메가시티 추진에 힘 실려
- 중앙지방협력회의법 제정돼
- 균형발전 정책 논의 제도화해야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이 21대 국회를 통과하면 부산 울산 경남이 ‘특별지방자치단체’를 구성할 수 있게 돼 광역권 협력도 가능해집니다. 특별지자체가 만들어지면 부울경 같은 관련 지자체에서 대표를 보내 집행기관을 구성할 수 있습니다. EU를 생각하면 될 겁니다. 특별지자체에 의회가 생기고 그 의회가 조례를 제정, 관련 지자체에 효력을 갖게 되면 광역권 협력에서도 확실히 달라지는 것이죠.”

박성호 자치분권위원회 기획단장이 최근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이용우 기자

박성호(54) 자치분권위원회 기획단장은 최근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국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설명하면서 동남권 메가시티를 추진하고 있는 부울경으로서는 새로운 제도만으로도 충분히 광역권 운영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자치위가 21대 국회 통과를 추진하고 있는 자치분권 5대 법안 중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은 지자체의 광역 협력 등 미래의 다양한 상황을 감안해 ‘특별지자체의 설치’와 관련한 구체적 규정을 마련한 것이다.

그는 그동안의 지자체 ‘조합’만으로는 자체 의회를 두고 조례 제정을 못 하는 한계를 예로 들면서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과 관련한 정부안이 국회에 나가 있는데 20대 국회에서는 대도시 특례를 두고 지역별 이견이 있어 통과를 못 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또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에는 대도시 특례만 있는 것이 아니고 주민 자치, 주민조례발안제 등 우리 삶을 바꾸는 중요한 내용이 많다. 대도시 특례가 법안의 핵심이 아닌데 좀 더 크게 보고 빨리 통과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 단장은 또 “개정안 중 ‘중앙지방협력회의법’의 경우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대등하고 협력적인 관계를 바탕으로 지방자치와 균형발전 정책을 논의하는, 중앙과 지방의 협력 거버넌스를 마련하는 게 골자”라며 “특히 이번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중앙과 지방이 긴밀히 협력하면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 입증됐다. 이러한 관계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으므로 중앙지방협력회의법은 반드시 제정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4월 자치위 단장으로 취임한 박 단장은 직전에는 경남도에서 1년8개월간 행정부지사를 역임,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기승을 부릴 당시의 현장을 경험했다. 그는 “예를 들면 질병관리본부에서 지침이 오는데, 이미 지자체에서 훨씬 더 강화된 선제적 조치가 실행된 경우가 많았다”며 “이런 식으로 지방의 조치들이 국정의 방향이나 가이드라인을 먼저 바꿔주는 선순환 구조를 통해 코로나19 대응을 수월하게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치위는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자치단체 건의사항 등을 중심으로 보건과 의료, 복지와 고용분야의 권한 이양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참여정부 당시 정부혁신 지방분권위원회에서 지방분권과장으로 일하고, 울산시 기조실장을 역임하는 등 부울경 자치분권 현장을 두루 경험한 그에게 동남권 자치분권과 협력방안을 물었더니 “영남권 내에서 부울경은 하나의 권역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경남에서 1만 명이 유출되는데 그중 5000명이 부산으로, 나머지 5000명이 수도권으로 간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부산으로 간 청년의 절반이 또 수도권으로 빠진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박 단장은 “부산이라는 거점은 경남으로서는 참으로 중요하다”며 “부울경의 가장 큰 거점인 부산마저 수도권으로 청년이 유출돼 흔들리면 경남, 울산은 뿌리 째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2030 월드엑스포 등 국제행사를 통해 부산이 거점으로서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지난해 발족한 동남권 광역 관광본부를 통해 부·울·경에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 패키지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 등을 강조했다.

그는 아울러 “얼마 전 확정한 2020년 자치분권 시행계획은 민간이 자치분권 평가에 참여하도록 했는데, 정책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청취하고 반영해 국민이 체감하는 자치분권의 실질적 성과를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남 김해가 고향인 박 단장은 경찰대를 나와 경찰공무원으로 재직하다가 1991년 제35회 행정고시에 합격했으며, 행정안전부 등 중앙부처와 지자체에서 요직을 두루 거친 지방분권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김태경 기자 tg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