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KBS 해피 FM ‘DJ 백’ 컴백
- 남녀노소·음악장르 다양성 추구
- “삶이 힘든 사람에게 위로됐으면”

“디지털과 아날로그 시대를 같이 보낸 사람으로서 감정적으로는 아날로그 감성을 추구하지만 새 프로그램에서는 인간미 철철 넘치는 아날로그와 빠르고 정확한 디지털을 접목해 함께 공존하는 정서를 전달하고 싶습니다.”

임백천은 KBS2 라디오 해피FM ‘임백천의 백뮤직’을 진행하고 있다. KBS 제공

가수 겸 DJ 임백천(62)은 41년 동안 한 우물만 판 방송쟁이다. 1978년 제2회 MBC 대학가요제에 입상하면서 데뷔해 이듬해 MBC 라디오 ‘하나 둘 셋, 임백천·왕영은입니다’ 등을 시작으로 손에 꼽기 힘들 정도로 많은 프로그램을 맡았다. 그리고 환갑이 지난 지금도 그는 현역이다. 지난 8월부터 KBS2 라디오 해피FM ‘임백천의 백뮤직’의 마이크를 잡은 그를 최근 KBS 방송국에서 만났다. “‘백뮤직’은 세대를 초월합니다. 조용필과 방탄소년단의 음악을 같이 들을 수 있는 건 물론, 남녀노소, 팝과 가요를 아우르는 다양성을 갖고 있어요.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방송을 하자는 게 제 모토입니다. 사는 게 힘들어 인상만 쓰고 악만 품고 있다면, ‘백뮤직’을 듣고 위로가 됐으면 합니다.”

과거의 임백천은 지금의 유재석과 같이 TV만 틀면 얼굴을 볼 수 있었다. MBC ‘특종 TV연예’(1992년), KBS ‘슈퍼TV 일요일은 즐거워’(1998) 등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모든 주말 프로그램을 섭렵했다. 이후 ‘임백천의 골든 팝스’ ‘라디오 7080’ 등 라디오에서 주로 활동하며 정감 있는 목소리와 재치 있는 입담으로 청취자에게 다가갔다.

오랜 세월 방송하며 그가 제일 아쉬워하는 것은 직접 오디오 기계를 조작해서 볼륨을 조정하고 음악을 트는 디제잉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임백천은 “1990년대 중반까지 디제잉을 ‘뮤직쇼’에서 했는데 이후 사라졌다. 음악을 이해한 상태에서 볼륨을 조절하며 DJ의 느낌을 100% 살릴 수 있는 작업이었는데 너무 아쉽다. 지금도 해보고 싶은 작업이다”고 말했다.

방송가에서 그는 근면성실함의 대명사다. 방송 시작 1시간 전 현장에 도착해 준비하는 건 기본이다. 임백천은 “요즘 아이돌 진행자 중에 오프닝 멘트를 시작하기 전에 헐레벌떡 뛰어오는 사람도 있더라. 부러운 능력이다. 옛날 스타일이라 그런지, 사전에 준비를 잘해야 안심이 된다. 요리를 잘하려면 재료의 특성과 신선도를 미리 파악하고 있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며 “새벽 프로그램을 할 때는 방송국 숙직실에서 잔 적도 많다. 홍수가 나거나 눈이 와 도로가 통제돼도 지각하면 큰일 나는 줄 알고 미리 방송국에 도착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2시간의 라디오 생방송에 들어가기 전 그는 “진정성 있게 방송하려다 보니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며 많이 울게 된다. 감정이 추스러지지 않아 방송이 원활하지 못했던 적도 부지기수다. 아직도 라디오에서 청취자와 같이 웃고 운다”며 “41년간 방송을 하고 있는데도 여전히 시작 전엔 떨리고 긴장된다”고 말했다. 라디오 DJ가 천직이라는 그는 앞으로도 계속 ‘DJ 백’으로 불릴 것 같다.

김정록 기자 ilro12@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