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개 한지 붙이는 작업 최근 완료
- 내년부터 불화 그리기 시작 예정
- “단일 불화는 우리나라가 유일
- 위상 떨치고 대중에 친화 노력”

요즘 경남 양산시 통도사 서운암에서는 초대형 불사가 진행 중이다. 통도사가 세계 최대 규모의 대형 불화(탱화) 제작에 들어간 것이다. 이번 불화는 가로 12ｍ, 세로 24ｍ(아파트 8층 높이) 크기로 제작되는데, 초대형 한지에 불화를 그리는 방식으로 작업이 이뤄진다. 이 작업은 우리나라 3대 사찰 중 하나인 영축총림 통도사 방장 성파(80) 큰스님이 총감원(감독)을 맡았다.

통도사 방장 성파 큰스님이 세계 최대 규모 초대형 불화의 제작 경위를 설명하고 있다.

성파 큰스님은 2일 제작 계기에 대해 “코로나19로 상처받은 중생에게 희망을 안겨주고 우리나라 불교와 불화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고려 시대에 그려진 우리나라 불화는 성화 등 서양의 종교화에 비해 200~300년 역사가 앞서고 작품성도 뛰어나다”며 “그런데도 제대로 조명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번 작업은 소홀히 취급받는 우리 불화와 우리 불교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홍보한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초대형 불화는 여러 면에서 진기록을 쓰며 작업을 진행 중이다. 우선 닥섬유와 닥풀 등 원료를 직접 구해 전통 방식으로 한지를 만들고 있다. 초대형 한지이기에 제작 틀도 성파 큰스님이 직접 고안했다. 한지가 워낙 커 뒷면에 비단을 배접하는 방식이 처음 시도됐다. 한지 4개를 붙여 초대형 한지를 만드는데 최근 한지 접지 작업은 모두 끝냈다.

통도사 측은 따로 작업실을 만들어 내년부터 불화 그리기 작업에 들어갈 계획을 갖고 있다. 완성까지는 최소 2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부처님이 제자들에게 설법한 모임을 묘사한 영산회상도 등의 불화를 그릴 예정이다. 성파 큰스님은 “도안과 색감, 디자인 등 분야별 전문가를 초빙해 설계도 형식의 제작도를 만들어 그림을 완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려와 조선 시대 불화 중 우수한 부분만 선택해 불화를 완성한다는 복안이다. 분야별 전문가를 초빙해 제작도를 만드는 것도 기존 불화의 뛰어난 점을 취사선택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려는 의도에서다. 중국이나 스리랑카, 티벳 등 불교가 발달한 나라에서는 대부분 불화가 벽화 형태로 남아 있다. 단일 불화가 회화작품으로 불화가 전해지는 것은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성파 큰스님은 “작품성을 갖춘 초대형 불화가 탄생하면 전 세계에서 이를 보기 위해 통도사를 찾을 것”이라며 “우리나라 불화의 위상을 만천하에 떨치는 것은 물론 통도사와 양산시 홍보 효과도 클 것”이라고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통도사는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신 불보사찰이어서 대웅전에 불상이 없다. 성파 큰스님은 “이번 불화작업은 중생과 함께 호흡하는 불교로서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가려는 의미도 함축한다”고 덧붙였다.

방장 성파 큰스님은 월하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1982년 40대 초반에 통도사 주지를 지내는 등 경전은 물론 종무 행정에도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전통 옻칠 민화와 서예, 도예 등 분야에서도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김성룡 기자 sr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