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0팀 참여 사하구 등서 9월 개막
- 여성 노동·도시 생태계 다룰 계획

물결. 해양도시 부산에서 ‘물결’은 대개 바다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2022부산비엔날레’에서 감각하는 부산의 물결은 다르다. 언덕을 따라 굴곡진 지형과 이곳에서의 삶, 근대 이후 제2 도시로서 겪어온 역사를 의미한다. 주제 ‘물결 위 우리(We, on the Rising Wave)’는 여기에서 출발했다. 오는 9월 3일 개막을 앞두고 작가 선정과 프로그램 기획 등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김해주 전시감독을 만나 2022부산비엔날레에 관한 얘기를 들어봤다.

부산비엔날레 김해주 전시감독이 올해 행사 준비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여주연 기자

김 감독은 2006년 코디네이터로 참여하면서 부산비엔날레와 인연을 맺었으며, ‘40대 젊은 전시감독’으로서 비엔날레의 청년성과 실험성에 대한 기대를 받고 있다.

김 감독은 먼저 전시감독으로 2022부산비엔날레에 참여할 수 있어 영광이라는 소감을 전했다. “부산이라는 도시가 갖고 있는 특별한 매력과 역사를 현대미술의 언어로 풀어낸다는 건 굉장히 흥미로운 일입니다. 나아가 다른 나라, 다른 도시와 연결하고 함께 고민할 수 있는 공통의 질문을 탐색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어 매우 즐겁게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 주제는 ‘물결 위 우리’이다. 김 감독과 스태프는 이를 가지고 세부 주제를 다듬어가고 있다. “부산의 언덕을 이동할 때면 뭔가 물결 위를 지나는 것 같은 신체적 감각을 느껴요. 이곳에서 많은 분이 살아가게 된 건 근대 이후 부산이 겪어온 역사적 변화 때문인데, 이러한 자연적 역사적 환경 위에서 개인과 도시의 삶을 돌아볼 거에요. 그러면서 지금의 유동하는 땅을 딛고 우리가 함께 미래를 조망할 수 있는 전시로 꾸밀 생각입니다.”

그는 지난해 전시감독에 선임된 이후 부산과 관련한 지역학 연구 자료들을 탐독했다. 부산대에서 발행한 로컬리티 연구총서나 국제신문 연재 등을 통해 건축학 문학 등으로 조금씩 리서치의 방향을 넓혀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이주, 여성 노동, 부산의 자연과 도시 생태계, 기술발전과 로컬리티에 관한 세부 주제를 조금씩 심화시켜 나가고 있다.

“부산은 한국전쟁 때 피란을 오거나 해방 이후 일본에서 돌아오는 등 이주를 통해 인구가 형성된 도시입니다. 다른 나라, 다른 도시에서도 사회적 경제적 이유로 이주를 해야 했던 사람들의 복합적 상황과 감각들, 언어나 문화의 화합 등을 시각 예술로 얘기하려 합니다. 아울러 그동안 주요 내러티브에서 소외됐던 부산의 여성노동 문제를 부각시키고, 이들의 목소리를 다시 드러내보고자 하는 게 이번 비엔날레가 조금 특별한 지점입니다.”

현재 부산비엔날레조직위는 국내외 참여작가 60팀을 확정했고, 전시 맥락을 좀 더 보완하기 위해 최대 80팀까지 추가할 계획이다. 4월엔 사하구 부산현대미술관을 포함해 비엔날레 축제가 펼쳐질 중구와 영도구의 새로운 전시 장소도 공개할 예정이다. “올 가을부턴 예전처럼 축제 분위기로 비엔날레를 치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부산은 산과 강, 바다를 품은 도시라 생물적 다양성과 삶의 역동성이 강합니다. 부산비엔날레에서 이곳에서의 삶과 또 연결된 이야기를 통해 얼마나 부산이 특별한 도시인지 느끼시길 바랍니다.”

부산 출신인 김해주 전시감독은 프랑스 파리 8대학에서 조형예술학을 전공하고 파리 1대학에서 문화연구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13년 ‘메모리얼 파크’(팔레드도쿄), 2015년 ‘안무사회’(백남준아트센터), 2016년 ‘무빙/이미지’(문래예술공장) 등을 기획했으며,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아트선재센터 부관장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