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년 연속 등 3차례 ‘지역명사’ 선정
- 워크숍·유튜브로 옹기 대중화 앞장

울산 울주군 온양읍 외고산 옹기마을 허진규(57) 옹기장인이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하는 ‘2022년 지역명사’로 선정됐다. 그는 ‘외길 인생 옹기 장인의 40년 옹기 이야기’라는 주제로 지역명사에 뽑혔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인 데다 지금까지 총 3차례나 선정되는 드문 기록을 세웠다. 5일 허 장인을 만나 40년 외길 옹기 인생에 대해 들어봤다.

허진규 옹기장인이 옹기장이의 길로 들어선 계기를 설명하고 있다.

먼저 옹기 장인의 길을 걷게 된 계기를 물었다. “부모님께서 옹기 장인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흙장이’ 길로 접어들게 됐습니다. 어릴 때부터 흙과 물레를 가지고 옹기 가마에서 놀았죠. 외고산 옹기마을은 저의 작은 세계나 다름없었습니다.”

허 장인은 초등학교 4학년 때 부모님이 옹기 빚는 것을 어깨너머로 보고 재미 삼아 처음 옹기를 만들어 봤다. 그러다 중학생 시절 갑자기 이전에는 느껴보지 못한 옹기에 대한 새로움이 전율처럼 그의 혼을 일깨웠다. “흔한 자연의 일부인 흙이 물레 위에서 부모님의 손길과 소성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점차 옹기라는 새로운 생명으로 재탄생하는 게 경이로움을 넘어 위대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부모님께 옹기 일을 배우고 싶다고 간청했다. 가업을 계승하는 값지고 의미 있는 일이지만 처음에는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다고 한다. 허 장인은 “그 시절 대부분의 부모님이 그러하듯 우리 부모님도 열심히 공부해서 편안하고 좋은 직장에 취업하길 원했다. 하지만 학교를 다니면서도 흙과 옹기를 가까이하니 결국 고집을 꺾지 못하고 인정해 주셨다”며 “‘내가 옹기장이가 안됐으면 어떡했을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다시 태어나더라도 똑같이 이 길을 걸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300여 종의 다양한 옹기 제작 경험을 갖고 있다. 하지만 추구하는 지향점은 하나다. 전통미를 살리면서도 실용성과 모던함이 조화를 이룬 옹기다. ‘익숙한 것에서 새로운 것을 건져 올려라’. 그가 작업실 벽에 써놓은 좌우명은 이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옹기를 단순한 항아리가 아닌 우리 일상의 새로운 오브제로 각광받도록 가치를 높여보겠다는 흙장이의 바람이자 자부심이라고 했다.

이런 신념 덕에 그는 크고 작은 성공과 성취를 거뒀다. 이미 2009년 ‘울산시 무형문화재 제4호 울산옹기장’으로 지정됐다. 17년째 대학 강의를 병행하고 있다. 현재도 부산 모 대학 생활도예과의 겸임교수를 맡고 있다. 매년 옹기협회 단체전은 물론 개인전(3회)을 여는 등 예술인으로서의 열정도 꾸준하다. 특히 지역명사로서 한국 옹기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국제 워크숍을 다녀온 나라만 36개국이나 된다. 허 장인은 옹기의 대중화를 위해 인기 유튜브 채널 연계, 여행 상품화와 홍보·마케팅 등 컨설팅, 국내외 홍보 판로 개척 등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