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대 교수들과 폐원 저지 운동
- 인제대 총장 선거 출사표 던져
- 백낙환 전 이사장 차녀 책임감 커

“경제성 논리로 서울백병원을 폐원시키면 인제대 부속의 다른 백병원도 적자가 날 때 문을 닫을 수밖에 없습니다. 부산백병원, 해운대백병원도 이런 경제 논리에 노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서울백병원 폐원은 한 대학병원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의료 기반과 인제대라는 지방대의 존립과도 밀접한 사안입니다.”

백진경 인제대 멀티미디어학부 교수. 김정록 기자

인제학원 이사회가 이달 말 서울백병원을 폐원하기로 하고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인 가운데 이를 반대하고 나선 백진경 인제대 멀티미디어학부 교수는 서울백병원 폐원을 막기 위해 최근 인제대 총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그는 백낙환 인제학원 전 이사장(2대)의 차녀다. 백낙환 전 이사장은 백인제 선생의 조카로, 백인제 선생의 장남인 백낙조 전 이사장(초대)과 함께 백병원의 중흥을 주도한 인물이다.

백 교수는 31일 국제신문에 “지난 30여년 간 인제대에서 근무하면서 이사장의 자녀라는 사실이 알려지지 않도록 조용히 지냈지만, 서울백병원 폐원 결정을 지켜보면서 이래서는 안되겠다는 마음으로 총장 선거에 출마하게 됐다”며 “그간 인제대가 ‘인 서울 대학’에 버금가는 위상을 갖게 된 것도 서울백병원이라는 무형의 가치와 자산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백인제 박사의 제자인 장기려 박사의 손자 장여구 인제대 의대 교수와 조영규 서울백병원 교수협의회장도 서울백병원 폐원 저지에 힘을 모으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백병원은 우리나라 최초 민립공익법인으로 현재 전국 5개 백병원의 모체 병원이다. 백 교수는 “82년 전 백인제 선생께서 최초의 민족자본으로 설립한 서울백병원은 다른 형제병원에 대한 투자가 이뤄지는 동안 재투자를 받지 못해 현 상황에 처했다”며 “병원 설립자인 큰 할아버지와 선친은 서울백병원을 사유재산이나 수익의 수단으로 생각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백낙환 전 이사장 생전에는 5개 백병원 중 어느 한 백병원이 적자가 나도 법인 소속 백병원들이 지원해가며 공공의료를 실천해왔다는 것이다.

백 교수는 “저는 재단의 폐원 결정과 서울백병원 재건은 별개라고 본다”며 “서울백병원은 백씨 가문이나 재단 차원을 넘어서는 것이다. 백인제 선생께서 해방 직후인 1946년 우리나라 최초의 민립 공익법인 재단법인으로 백병원을 설립하신 뜻도 그렇다”고 밝혔다.

그는 서울백병원의 회생 전략으로 시민을 위한 공공의료 서비스와 외국인 관광객에 특화된 ‘글로벌 K메디컬 허브’ 등을 구상 중이다. 서울 명동에 인접한 지리적 특성과 원격의료 서비스 등 사업모델을 통해 의료관광 중심 특화 병원으로 탈바꿈하겠다는 청사진도 서울시에 제안했다.

한편, 한국디자인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현재 한국헬스케어디자인학회 부회장이기도 한 백 교수는 오는 10월 20~29일 부산을 중심으로 전국 규모로 열리는 ‘2023 공공디자인 페스티벌’ 조직위원장으로 최근 임명됐다. 지난해 1회 행사는 서울에서 열렸는데, 올해 행사는 부산 수영구 소재 F1963이 주제 행사장이 되고, 전국 거점 지역에서 행사가 진행된다.

백 교수는 “폐공장을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킨 F1963은 도시재생의 비전을 보여주는 곳으로 2030부산세계박람회의 주제와도 맞닿아있다”며 “행사장을 찾는 분들이 이런 가치를 가진 도시 부산이 세계엑스포 유치에 도전한다는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