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움 필요한 아이들·후원자 연결
- 지난해 산타원정대 최대 성과 보람
- 가족돌봄아동·위기영아 지원 집중

지난달 취임한 이수경(56)초록우산 부울경권역총괄본부장은 초록우산에서 일한지 33년이 됐다. 이 총괄본부장은 2013년부터 6년간 부산지역본부장으로 근무했고 지난해까지 초록우산 서울본부에서 사무총장을 거쳐 부회장으로 일했다.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낸 부산으로 7년만에 돌아와 이제 정년까지 6년이 남았습니다. 가장 익숙하고 편안한 곳으로 다시 돌아와 더 기쁘고 서울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부울경을 위한 더 다양하고 새로운 시도를 해보려고 합니다”.

이수경 초록우산 부울경권역총괄본부장이 초록우산의 올해 5대 중점사업에 대해 말하고 있다. 초록우산 부산지역본부 제공

초록우산 부산지역본부와 국제신문은 2012년부터 공동으로 산타원정대를 진행하고 있다. “2007년 부산본부에서 시작한 산타원정대는 매년 조금씩 모습을 달리합니다. 지난해는 6억 원 이상의 후원금과 물품을 지원받아 역대급 성과를 냈습니다”.

이 본부장은 “지난해는 아이들의 소원편지를 받고 산타 선물도 후원자분들과 함께 포장하는 시간을 가졌다. 간절한 소원을 보내 온 아이들에게 소원성취금을 전달하고 시설거주 아동의 생활공간을 개선하는 등 맞춤 지원을 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올해 5대 중점사업으로 인재양성, 가족돌봄아동(영케어러), 위기영아, 이주배경아동, 보호아동(자립준비청년) 지원을 꼽았다.

“최소한 아이들이 성인이 되기 전까지는 아이들만이 누릴 수 있는 것을 최대한 누리게 하는 사회를 만들고 싶습니다. ‘모든 아이가 행복하게 성장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전방위적인 노력을 하겠습니다”.

그는 몸이 아픈 어른을 보살피는 아이들, 영 케어러(young carer) 지원을 강화할 계획도 밝혔다. 이 본부장은 “지원금만 주는 것이 아니라 일상돌봄서비스 같은 공적분야의 지원체계를 알려주고 생계비, 돌봄비, 교육비 등을 후원할 수 있는 후원자와 연결해주려고 한다. 가족을 돌보느라 자신의 삶을 살아가지 못하는 아동의 환경을 바꿔줘야 이후 지원도 효과가 있다”고 했다.

이 본부장은 “이혼이나 아동학대 등 가정 내에서도 고통받는 아이들이 생각보다 너무 많다. 초록우산은 지원이 필요한 아이를 찾고 후원자와 연결해 아이로서 마땅히 가져야 하는 삶을 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사회복지 관련 일을 하고 싶어하는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저도 어릴 때 가정 형편이 어려워져 원하는 만큼 학업에 몰두하기 어려웠습니다. 같은 어려움을 아이들이 겪게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커 사회복지 관련 일을 시작하게 됐고 더욱 열심히 하게 됐습니다”.

그는 “1992년 입사 직후 부산의 한 판자촌에서 할머니와 살고 있던 중학교 2학년 남학생과의 만남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아이에게 꿈이 무엇이냐 묻자 그 친구는 그걸 왜 묻느냐. 내가 뭐가 될 수는 있는거냐며 화를 냈다”며 “가난으로 꿈도 꾸지 못하는 아이를 보며 꿈과 복지에 믿음이 있는 사회로 만들어야 겠다고 다짐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 본부장은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많은 후원자분들이 경기가 좋지 않을 때 조차도 ‘나도 이렇게 힘든데 아이들은 더 힘들테니 규모를 줄이지 않고 계속하겠다’고 합니다. 아동들은 가정에서 가장 취약한 대상입니다. 아이가 스스로를 구할 수 있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우리 사회도 나아지는 방향으로 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