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로 접어드는 늦가을 산행은 자신의 지나온 삶을 되돌아 보는 기회가 된다． 특히 남들이 밟지않은 낙엽 쌓인 산길을 걸을 땐 더욱 그렇다． 토함산에서 함월산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은 만추(晩秋)의 낭만을 즐기면서 지나간 세월을 반추하기엔 더없이 좋은 능선길이다．

지난 주 산행지였던 토함산에서 이번주 산행으로 이어지는 함월산 능선길은 사뭇 다른 세계를 선보인다． 토함산 능선길이 인간세계와 함께하는 산행길이라면 함월산은 때묻지 않은 산길에다 골까지 깊어 인간세계와는 단절된 듯한 느낌을 준다．

힘겨운 산행 끝에 올라설 수 있는 함월산 정상에서 잠시 바깥 세상을 보여줄 뿐 외부와는 철저히 단절돼 있다． 그래서인지 이 곳에는 사찰이 많다． 고찰 기림사, 골굴사 등를 비롯해 황룡사， 추원사 등이 터잡고 있고 지금은 절터만 남기고 있는 곳도 적지않다. 신라인들이 이같은 이유에서 이곳을 신성시해 많은 절을 지은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산행은 지난 주 하산했던 추원마을에서 시작한다. 산행길은 '추원마을~월성최씨 묘소 3거리(독립가옥)~모차골 안부~제 1헬기장~제 2헬기장~459.2'봉~4거리~전망대~함월산 정상(570)~습지~절골~황룡동 사시목으로 산행시간은 6시간 정도 걸린다.

경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감포행 좌석버스를 타고 추령터널을 지나기 전 추원마을에서 하차해 길 건너 '추원길'입간판이 서 있는 콘크리트 포장로를 따르면 된다. 계류를 벗삼아 오르는 길이어서 그런지 출발부터 기분이 상쾌하다. 중간중간에 갈림길이 있기는 하나 '황룡약수터', '추원사' 입간판이 서 있는 왼쪽으로 방향을 잡아 콘크리트도로를 10분여 따르면 왼쪽 양지바른 곳에 월성최씨 묘소가 자리하고 있는 3거리길에 닿는다. 이곳에서 오른쪽 아래 독립가옥으로 내려가 논두렁을 건너면 본격적 산행이 시작된다.

이어 만나는 계류를 건너 오솔길로 접어들면 속계와는 멀어진다. 완만한 경사지를 15분쯤 올라서면 지난 주 하산했던 안부에 닿는다. 왼쪽으로 방향을 잡아 능선을 타고 30여분이면 제 1헬기장에 선다. 소나무와 잡목이 도열해 산행자를 맞는다.

산행길은 헬기장 오른쪽으로 열린다. 15분정도 능선길을 오르락내리락하면 제 2헬기장이다. 억새가 산행자를 반기는 이곳에선 우리가 가야 할 함월산 정상이 12시 방향에서 시야에 들어온다. 주위를 살펴 볼 요량이라면 이곳에서 휴식을 취해도 좋다. 깊은 골 속에 들어와서인지 주위에 보이는 것은 골짜기와 능선들 뿐이다. 세월의 흐름 속에 자신을 불태웠던 나뭇잎들이 형형색색으로 물들고 이미 낙엽으로 떨어져 산행자의 발길을 더욱 가볍게 해준다.

헬기장을 지나면 내리막 길로 접어드는데 산길이 무척 험하고 희미해진다.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길을 잃어버리기 십상이다. 이곳에는 국제신문의 리본를 따라 조심스럽게 산행을 해야 한다. 내리막길을 내려 서면 잡목이 우거진 곳에 선다. 이곳에서 오르막길을 버리고 왼쪽으로 방향을 바꿔 능선을 트래버스하는 산길을 따라야 한다. 20여분 이 산행로를 타면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459.2m봉에 올라서고 10분 정도면 묘지에 닿는다.

묘지를 지나 다시 10여분 후면 사방으로 길이 뚫리는 4거리다. 진행방향으로 보았을 때 왼쪽은 모차골, 오른쪽은 기림사를 품고 있는 세수방 쪽으로 하산하는 길이다. 이번 산행은 이곳에서 직진해 오른쪽으로 올라서는 길로 접어들어야 한다.

산길은 다시 선명하게 들어 와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산행을 이어갈 수 있다. 묘지와 봉우리를 넘어서면 처음으로 만나는 바위전망대에 선다. 이곳 전망대에서는 6시 방향으로 지난 주 달려왔던 산길과 토함산의 정상이 한 눈에 들어 온다. 전망이 좋다고 이곳에서 오래 머물러서는 안된다. 아직 갈길이 멀기 때문이다.

길을 재촉해 10여분이면 묘지를 지나고 여기서 왼쪽 위로 방향을 잡아 다시 10여분 오르면 함월산 정상에 선다. 별다른 표지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리본에 함월산 정상이란 표지를 해 두었다. 잡목이 우거져 조망이 그리 시원스럽지는 않다. 3시 방향으로 동해바다가 펼쳐지고 12시 방향에 한국 제일의 경관을 자랑한다는 운제산 오어사가 있지만 계곡에 가려 그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이제 하산로를 잡아야 한다. 취재팀은 하산이 편한 기림사 쪽으로 방향을 잡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기림사측에서 산행로를 폐쇄했다는 독자제보를 받고 이번 산행의 하산로는 절골을 거쳐 사시목으로 방향을 틀었다.

정상에서 왔던 길을 20~30m 되짚어 나와 오른쪽 아랫길로 산길을 '개척'해 내려섰다. 그런만큼 초입이 험해 조심해야 한다. 10여분 리본을 따르면 산길이 연결된다. 이 산행로를 따라 조금만 가면 묘지를 만난다. 묘지에서 20여분 내리막 산길을 달리다 왼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아래로 이어지는 능선의 끄트머리에 난데없이 억새가 무성한 늪이 산행자를 가로막는다. 늪은 1천여평 규모로 작지않다. 이어지는 산행로는 이 늪을 건너야 연결된다.

늪을 건너 오르막 길을 조금 오르다 왼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이 산길을 내려서면 생각치도 않았던 계류를 만난다. 산길이 험한 데다 군데군데서는 계류를 타고 내려가야 하는 등 어려운 산길이다. 때아닌 계곡산행이 이 지점부터 시작된다.

계류가 흐르는 계곡과 산행로를 번갈아 타며 황룡사로 이어지는 절골 임도까지 내려오는 데는 40~50분 정도 걸린다. 이곳 산행로에는 리본을 다른 곳보다 촘촘히 묶어둔 만큼 길찾기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 임도로 올라 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고 40여분 콘크리트포장도로를 걸으면 감포~경주를 오가는 노선버스가 다니는 사시목 도로가에 닿는다.

▲산행정보 문의〓다시찾는 근교산취재팀(051─500─5150∼1) 이창우산
행대장(백두산장 대표 051─852─0254 backdusj＠yahoo.co.kr )


# 교통편

이번 산행은 일종의 원점회귀 산행이다. 산행기점인 황룡동 추원마을과 하산지점인 황룡동 사시목은 버스로 한 정류장에 불과하다. 따라서 가족, 친지들과 함께 나선다면 승용차를 이용해도 좋다.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경주IC에서 빠져나와 보문단지를 거쳐 감포로 가는 4번 국도를 이용하면 된다.
대중교통편을 이용하려면 명륜동 버스터미널에서 경주행 시외버스를 이용한다. 오전 5시 30분부터 10분 간격으로 버스가 다닌다. 요금은 3천3백원. 소요시간은 1시간.
산행기점인 추원마을까지는 경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감포행 좌석버스를 탄다. 6시부터 2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추원마을까지 1천4백원. 40분 소요.
황룡사 임도를 따라 하산하면 도로와 맞닿는 곳이 버스 정류장이다. 이곳에서 경주행 버스를 탈 수 있다. 밤 9시30분까지 2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요금은 1천2백50원, 경주시외버스터미널 하차한다.
경주서 부산으로 돌아오는 시외버스는 밤 9시50분까지 15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만약 막차를 놓치면 밤 11시20분과 0시20분에 심야버스를 이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