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화랑 김유신은 여기서 정말로 이 큰 바위를 단칼에 둘로 쪼갰을까」.

경주 단석산（斷石山·827ｍ） 정상에 올라 「단석」（斷石）을 마주 대하면 절로 상상속 역사여행에 빠져들게 된다. 단석은 이 산 정상 평원에 있는 바위의 이름이다. 이 큰 바위는 날카로운 도구로 단번에 잘린듯 한가운데가 갈라져 있다.

「15세에 화랑이 된 김유신이 17세에 삼국통일의 웅지를 세우고 단석산에 들어 수련하던중 난승（難勝）이라는 도인을 만나 전수받은 비법으로 단칼에 이 바위를 쪼갰다」. 단석에는 서려있는 옛 이야기다.

이번 주 산행은 「경주 단석산∼입암산（686ｍ）」코스를 오른다. 지난 회에 시작한 「울산 백운산∼경주 단석산∼입암산」구간의 후반부에 해당한다.

이 구간의 절정은 단석산 정상 평원에서 펼쳐지는 호방하고 시원한 조망이다. 사방팔방으로 도무지 막힌 곳이 없고 경주 주변의 지맥과 봉우리들을 다 둘러볼 수 있다. 단석산 일대의 신라유적을 일별해 보면 이곳이 신라 화랑들의 수련장이었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경주 일대에서는 가장 높고 험준한 산세, 거침없고 수려한 조망이 화랑들의 훈련장으로 이만한 곳도 없었을 법하다.

다시찾는 근교산취재팀은 산행경로를 기존에 알려진 단석산 등산로와는 전혀 다르게 잡았다. 한번 올라본 산꾼이라도 또다른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산길은 경주시 내남면 비지1리 마을회관을 출발점으로 마을끝 단석산 등산로 안내표지판∼임도∼ＯＫ그린목장∼방주교회（능선위 피라미드형 건물）∼단석산정상∼입암산정상∼（백석암방면 하산로열림）∼경주시 건천읍 모량리임업시험장（밤나무단지）하산으로 이어진다. 4시간30분∼5시간 소요.

능선 곳곳에는 하산로가 많이 열려 이 정도도 힘에 부친다면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초입으로 들어가는 교통편이 까다로워 자칫 산행출발시간이 늦어질 수 있다. 오후 3시30분 정도까지 입암산 정상에 못 올라섰다면 취재팀의 하산경로를 무시하고 백석암 방향으로 내려설 것을 권한다. 취재팀은 극도로 묵은 길을 더듬어 새 길을 내듯 하산해야했다.

산행은 학동마을로도 불리는 비지1리 마을회관앞에 닿으면 시작된다. 경주시내에서 「화천·비지행」버스를 타면 이곳까지 곧장 들어온다. 박달리행 버스를 탔다면 박달에서 하차해 박달2교를 건너 약 40분 도로를 따라 걸어들어간뒤 도로상 표지판을 보고 왼쪽 샛길로 꺾어 비지1리마을로 들어선다. 오래된 농촌부락 치고는 「비지（飛只）」라는 마을이름이 아무래도 어색해 촌로에게 묻자 옛날에는 「빌기」라는 순우리말 이름으로 불렀다고 한다. 일제시대때 이뤄진 행정명칭변경의 영향을 받은 듯 하지만 정확한 사연은 알수 없었다. 마을 가운데로 난 길을 따라 마을끝으로 가자 뜻밖에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세운 단석산 등산로 안내표지판이 등산객을 반긴다. 여기에 서면 산위로 이어지는 농로를 따라 약 100ｍ 뒤쪽에 금속제물탱크가 보인다. 이 물탱크를 보고 올라서기 시작하면 산행시작이다.

『이런! 임도다』 오르막에 접어들어 위쪽을 살핀 취재팀은 긴장했다. 임도가 능선까지 곧장 이어지는 것이다. 산행의 재미는 반감되고 피로도는 배가되는 임도는 언제나 기피대상이다. 하지만 임도를 걷지 않으려고 잡목길을 뚫어보려던 취재팀의 2번에 걸친 시도는 모두 실패했다. 잡목이 짙어서이기도 했고 시간에 쫓긴 탓도 있었다. 임도로 능선에 올라서는데 약 55분 정도.

능선에 올라서면 오른쪽으로 꺾는다. 이곳은 ＯＫ그린목장 뒤뜰이다. 초원지대라 칼바람이 거세다. 능선위의 피라미드모양의 방주교회를 지나치면 갈림길에서 「단석산 4㎞」라는 표지판을 만난다. 표지판의 지시대로 왼쪽으로 꺾어들어가면 지금부터 숲속 능선길을 맘껏 걸을 수 있다.

단석산 정상까지는 빠른 걸음으로 약 60분이 걸린다. 갈림길마다 표지판이 서있고 길도 또렷하다. 군데군데 바람이 센 구간만 조심하면 상쾌한 산행길이다. 정상 바로 아래의 마지막 갈림길에서 왼쪽 내리막길은 신선사쪽으로 나는데 신라시대의 장군마애불 상인암 등 유적을 볼수 있고 우중길 하산로로 연결된다. 일단 무시하고 정상으로 치고 올라선다.

봄이면 철쭉밭이 흐드러지는 정상 평원은 조망이 가히 압권이다. 멀리 아래로 보이는 방주교회건물을 기준으로 하면 12시 백운산과 고헌산 신불산 1시 가지산, 2시∼3시에 운문산 억산 옹강산, 4시 가장 뒤쪽의 팔공산, 9시 뒤쪽능선 토함산, 10시쪽으로는 치술령까지 눈에 찬다.

올라선 방향을 기준으로 오른쪽으로 평원을 가로질러 내려서면 입암산 방향이다. 25분 가량 한참 내려서기만 해 입암산을 오르는 일이 슬그머니 걱정된다. 다시 오르막이 시작되는 고개에 도착하면 왼쪽은 방내리, 오른쪽은 비지리 하산길이다. 직진해서 20분만 올라서면 아무런 표지도 없고 숲에 조망도 완전히 가리는 입암산 정상이다. 취재팀은 따로 정상표식을 해뒀다.

정상에서 왔던 낙엽길을 되밟아 잠깐 내려서다 단석산쪽에서 올라왔던 방면의 길을 무시하고 10여분 더 가면 삼거리. 오른쪽 내리막 오솔길이 백석암방향이다. 비록 취재팀이 답사는 못했지만 이 하산로를 권한다. 취재팀의 산행대로 능선을 타고 직진해서 내려서면 약 30분 만에 고개길에서 무덤 1기를 만나며 이 무덤앞에서 능선길은 버리고 오른쪽으로 꺾어 산사면 오솔길로 접어든다. 뚜렷했다가 희미해지기를 반복하는 묵은 길을 밟고 1시간 정도면 모량밤나무단지로 내려설 수 있다. /글·사진 조봉권기자

▲산행정보문의=다시찾는 근교산취재팀（051-500-5151） 이창우 산행대장（051-852-0254）

# 교통편

경주시내를 거점으로 삼는 산행은 어디로 가든 대체로 교통이 좋은 편이다. 그런데 이번 산행에서는 사정이 좀 다르다.

우선 부산서 경주까지 들어가는 방법은 여느 때와 동일하다. 명륜동 동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10분 간격으로 직행편이 있다. 1시간10분 소요. 3천1백원.

경주시내에서 산행기점인 비지1리까지 들어가는 차편이 까다롭다. 경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50ｍ거리인 경주고속버스터미널앞 버스정류소에서 「화천·비지행 322번 버스」를 타면 비지1리마을의 학동초등교앞에서 하차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버스가 오전에는 8시20분께 한 번밖에 없어 부산에서 출발할 때 반드시 이 시간대를 감안해야 한다.

이 차편을 놓쳤거나 이용이 여의치 않을 경우, 「경주∼박달」간을 운행하는 노선버스를 탈 수도 있다. 이 버스는 경주시외버스터미널 바로 앞의 버스정류소에서 출발한다. 이 차를 타면 박달리에서 하차해 박달2교 다리를 건너 약 40분 정도를 걸어 기점인 비지리까지 들어가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게다가 배차시간도 오전 7시40분 11시15분, 오후 2시15분 5시45분 8시25분이다. 45분 소요. 650원. 아침 첫차를 타려면 부산서 출발해야 하는 시각이 너무 이르고, 그 다음 11시15분 차를 타면 산행출발시각이 낮 12시를 넘어서게 된다. 산행코스가 비교적 짧아 11시15분 버스로도 당일산행이 가능하기는 하지만 자칫하면 산 위에서 해가 넘어갈 가능성이 매우 높아 삼가는 편이 낫다. 초입행 차편잡기에 각별히 신경써야할 산행이다.

경주시 건천읍 모량리로 하산하면 마을앞 도로까지 다시 약 20분을 걸어나간다. 여기는 「경주∼건천」간을 오가는 버스가 20여분 간격으로 늦게까지 다녀 경주시외버스터미널까지 곧장 들어가는데 아무런 불편이 없다.

경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부산까지 15분 간격 운행（막차 밤 9시50분）. 밤 11시20분과 0시20분에는 심야버스가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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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안내:
경주시외 버스터미널 앞 버스 정류정류소에서 322번 버스가 산행초입인비지마을까지 곧장 들어간다.
오전 7시 , 8시 28분 , 10시 40분
오후 2시 57분, 4시 50분, 7시 05분
운 임 : 1,050원
연락처 (0561)742-26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