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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찾는 근교산 <> 양산 체바우골만당

  • 조봉권기자
  •  |   입력 : 2002-01-17 14: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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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바우골만당.

마을 노인이 전해주는 봉우리의 이름이 귀가 솔깃해질 정도로 특이하다. 촌로가 들려주는 봉우리에 얽힌 전설도 흥미롭다.

『체바우골만당 기슭에는 우람한 바위들이 늘어서 있었습니다. 옛날옛적 대홍수가 졌을 때 이 산줄기의 가장 높은 바위봉우리만 빼고 모두 물에 잠겼습니다.』

어지간한 우리나라 산마을에서 어렵지 않게 얻어들을 수 있는 「대홍수」의 전설이다. 하지만 「체바우(체바위)」라는 이름 자체는, 곡식이나 가루를 곱게 치는 기구인 체와 엇비슷한 산의 모양새 때문에 생겼다는 설명이다.

결이번 주 찾은 근교산은 경남 양산시 상북면의 체바우골만당(820m) 능선이다. 「만당」이라는 말은 산마루를 뜻하는 「산몬댕이」 또는 산봉우리를 일컫는 「만뎅이」등의 영남사투리에서 나온 것으로 보였다. 다시찾는 근교산취재팀은 「산이름이 지도에 명기돼 있지 않은 경우 현지 주민들이 부르는 명칭을 기준으로 삼는다」는 원칙에 따라 「체바우골만당」으로 그대로 표기하기로 하였다.

체바우골만당 산줄기는 지난해 취재팀이 소개한 뒤 큰 호응을 받았던 「양산 천마산∼매봉산」의 이웃능선이며, 영남알프스 끝자락에 자리한 염수봉(816.1m)과 연결된다.

정상까지는 평평한 구간이 없는 오르막으로만 일관하지만 숲과 잡목이 짙어 「그늘」 아닌 산행로가 없을 정도로 삼림이 우거져 빼어난 자연미를 자랑한다. 두세 군데 나타나는 시원스런 조망의 바위전망대도 멋지다. 산행시간은 5시간 정도. 산행경로는 양산자동차학원(양산시 상북면 내석리) 하차∼장원농원(산행초입)∼643.4m봉∼체바우골만당∼내석리 내석마을 하산 순으로 이어진다.

산행의 초입은 찾기도 쉽고 길도 매우 또렷하다. 버스편으로 양산자동차학원 버스정류소에 내려 내석 방면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도로 왼쪽에 「장원농원(055-374-4411)」이라는 입간판과 함께 갈림길이 나온다. 농원쪽으로 접어들면 넓고 뚜렷한 오르막길로 들어서면서 산행이 시작된다. 정원을 예쁘게 꾸며놓은 장원농원은 주인 인심이 좋아 길안내도 받을 수 있고 물도 넉넉히 얻어갈 수 있다. 요즘처럼 찌는 듯한 더위 속에서는 식수를 미리 준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농원을 지나쳐 5분쯤 산쪽으로 다가서자 첫 갈림길을 만난다. 오른쪽으로 휘어지는 넓고 좋은 길을 버리고 왼쪽으로 갈라지는 좁은 오솔길로 올라서야 한다. 갑자기 숲이 짙어지면서 길도 희미해진다. 음산한 기분이 들 정도로 짙은 숲속의 공터에 닿으면 여기서 왼쪽으로 붙어 가파른 산사면을 타고 올라야 한다. 웃자란 잡목이 꽤나 성가신 산길인데 25분 정도만에 주능선위 바위 쉼터에 도착한다. 아래로 내석마을과 석계공원묘지를 내려다보며 숨을 고르려 해보지만 땀냄새를 맡고 몰려온 산모기들의 「습격」탓에 발길을 재촉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바위쉼터를 출발하자마자 축대를 쌓아놓은 흔적이 남아있는 작은 묘지를 만난다. 묘지 뒤 짧은 너덜지대를 기어오르자 다시 오르막이 시작된다. 1시간 10분쯤 희미한 오솔길을 타고 잡목숲을 헤쳐오르자 볼록한 봉우리에 도착한다. 몸은 이미 땀으로 범벅이 돼버렸다. 여기서 30분을 더 가야 지도에 나와있는 634.3m봉에 올라설 수 있다. 숲으로 조망이 막혀버린 봉우리다. 잡목이 얼굴을 때리고 옷과 배낭에 자꾸만 걸려 발걸음을 더디게 한다.

634.3m봉에서는 오른쪽으로 꺾어 내려선다. 조망이 조금 열리면서 눈앞에 목적지인 체바우골만당 봉우리가 눈에 들어온다. 짙은 숲속의 오르막 외길을 헤쳐가기를 50분, 마을사람에게 들었던 바위전망대에 올라섰다. 주변으로는 암봉들이 군데군데 박혀있고 푸른 숲이 능선위로 바다를 이룬 듯하다. 진행방향으로 5분 거리의 더 높은 지점에도 전망대가 1곳 더 있다. 잠깐이나마 바위를 잡고 오르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염수봉과 오룡산쪽, 그 사이로 재약산과 수미봉, 동쪽으로 영취산과 울산 문수봉, 천성산이 한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그 뒤로는 다시 수풀속 오르막길 산행이다. 30분만에 평평한 공터에 올라서면서 오르막에서 벗어난다. 공터에서 왼쪽으로 3분쯤 가자 삼각점이 있는 체바우골만당 정상이다.

하산길은 두 갈래다. 내석리쪽과 좌삼리쪽인데 실제로 내려갈 수 있는 곳은 내석리 방면 뿐이다. 좌삼리쪽 하산로는 정상에서 직진방향으로 20분 내려서 삼원목장 목초지에 도착한 뒤 계곡쪽으로 내려가는 길이다. 하지만 길이 매우 험하고 희미한데다 계곡 전체가 식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어 출입이 엄격하게 통제된다. 또 계곡의 끝에는 정숙과 안정을 요하는 정신요양병원이 들어서 있어 일반인은 발길을 삼가야한다.

정상에서 공터쪽으로 되돌아 나와 능선을 따라 그대로 직진하면 내석리쪽 하산로가 열린다. 25분쯤 능선을 따라가면 경사가 급한 내리막이 시작되는데 여기서 오른쪽으로 꺾어 산사면으로 내려선다. 10분만에 숯가마터 흔적이 남아있는 축대시설물을 만나면 다시 왼쪽길로 들어선다. 5분 정도 만에 너덜지대가 나오고 이 곳을 통과하면 임도에 내려선다. 임도를 따라 오른쪽으로 30분 가량 걸어가면 내석마을의 버스정류소에 닿는다. 하산 말미에 황계골이라는 계곡을 만나지만 이 쪽 역시 식수원보호구역이다.



# 교통편

부산에서 출발할 때는 명륜동 동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우선 양산으로 가는 버스를 타야한다. 5∼10분 간격 운행. 1천2백원. 양산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하면 내석으로 들어가는 차로 갈아탄다. 하차지점은 내석 버스종점까지 들어가기 직전 「양산자동차학원」앞이다. 오전 6시35분, 8시25분, 10시32분, 11시35분 등. 600원.

또는 양산시외버스터미널서 언양행 버스로 석계까지 가서 택시편으로 산행초입인 내석리 장원농원앞에서 하차하는 방법도 있다. 택시요금 4천2백원. 이 방법은 버스시간이 여의치않을 때 이용하면 된다.
내석리 내석마을로 하산하면 양산으로 나가는 버스를 탈 수 있다. 오후시간대는 1시5분, 2시, 3시45분, 5시30분, 7시45분, 9시35분(막차) 등. 6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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