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교의 산 가운데 악산(惡山)으로 소문나 있는 고헌산은 지금과 같은 계절엔 산행하기가 힘이 든다. 영남알프스 산군에 속하면서도 독립봉을 떨어져 있는데다 경사가 급해 여름철 이곳으로 산행을 떠났다간 고생을 감수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곳에도 멋진 계곡이 터잡고 있어 산길만 잘 선택하면 물길산행을 즐길 수 있다.전문산악인들 사이에는 고헌계곡으로 불리는 이번 산행길은 무척 힘이 든다.
산길이 가파른 만큼 물길의 낙차도 커 물길산행을 하려면 다양한 산행장비를 갖추고 떠나야 한다. 또 물길 옆으로 나 있는 산길도 너덜로 이어져 산행자를 괴롭힌다. 그러나 좁은 협곡 사이로 물기둥을 쏟아붓는 계곡을 바라보면서 걷는 기분 만큼은 여느 계곡의 물길산행에 뒤지지 않는다.고헌계곡은 고헌산의 다른 산행로와 마찬가지로 경사가 급하다.
고헌계곡이 날씨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이같은 이유에서다. 비가 내리기라도 한다면 계곡은 금방 물로 가득차고 비가 그치면 수량이 급격하게 준다. 경사가 급하기 때문에 불어난 물을 오래 가두어 두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번 산행은 울산시 상북면 궁근정리 신기마을 `고헌사 입구'라는 표석이 선 곳에서 출발해 고헌산장-계곡산행로-고헌산 상봉-궁근정리 장성마을로 하산하는 코스로 산행시간은 5시간 정도.언양과 석남사간을 오가는 완행버스를 타고 `고헌사 입구'라는 팻말이 선 궁근정리 신기마을에 하차, 콘크리트 포장도를 오르면 산행이 시작된다. 포장도를 따라 15분여 걸으면 고헌산장이다.산장을 지나면 다리를 만난다. 이 다리를 건너 왼쪽으로 보면 국제신문 `다시찾는 근교산팀'의 리본이 달려 있다. 방향을 틀어 조금 가면 갈림길이다. 다시 왼쪽으로 길을 잡고 가다 물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내려서면 계곡산행로가 눈에 들어 온다. 계류를 끼고 오르다 계류를 건너면 고헌계곡이 산행자를 반긴다.
지금부터는 물길산행을 해도 좋다. 그러나 계곡의 경사가 심해 계류를 끼고 오르는 산행로를 오르는 것이 좋다. 장비를 갖추었다면 한번쯤 도전해 본다. 비가 내린 뒤끝에 고헌계곡을 찾으면 여느 계곡보다 아름답다. 사면의 물이 한 곳으로 모여 내려오기 때문이다.계류를 지천에 두고 계곡산행로를 50여분 따르면 계류를 건너 오르는 곳에 닿는다.
일행이 많지않으면 이곳에서 조금 쉬어가는 게 좋다. 능선에 오르기 전까지는 쉴만 한 곳이 별로 없기 때문에 물이 가까이 있는 이곳에서 휴식을 취한다.산길은 더욱 가팔라지면서 계곡의 물소리도 더욱 우렁차게 들린다. 계류의 흐름이 그만큼 빨라지고 있다는 얘기다. 15분쯤 힘겹게 올라서면 발 아래 고헌폭포가 눈에 들어 온다. 물길은 이곳에서부터 조금씩 멀어진다. 산악동호인들의 발길이 잦지 않아서인지 산길이 분명치 않다.
그러나 이곳에는 어김없이 국제신문의 리본이 달려있는 만큼 산길을 찾아 시간을 낭비하는 일은 없다. 이 길을 50여분 올라서면 안부에 닿는다.비로소 시야가 열리면서 생각지도 않았던 임도가 능선의 좌우로 펼쳐진다. 고헌산 정상(1032.8m)은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5분여 확 트인 임도길을 달리면 정상에 선다. 정상에는 표지석이 있어 누구나 이곳이 상봉임을 알 수 있다.
고헌산 정상에서는 조망도 특별나다. 가지산에서 시작하는 영남알프스의 주능은 물론 문복산 단석산 백운산 등 동부경남은 물론 경북지역의 산세도 같이 살필 수 있다.하산길은 상봉에서 200여m를 길따라 가다 오른쪽 아래로 열린다. 이곳에는 국제신문의 리본이 산길을 안내하고 있다.정상을 출발해 30여분을 달리면 암반지대에 닿고 다시 20여분 잡목지대를 헤치고 나아가면 헬기장에 선다.
이곳에서 뒤를 되돌아 보면 우리가 지금까지 달려왔던 산길이 눈에 들어온다.산길은 외길로 이어져 길을 잃어버릴 염려는 없지만 가파른데다 비라도 내리면 미끄러워 조심해야 한다. 몇군데서 묘지를 지나면 계류를 건너야 한다. 이곳을 건너 숲길을 헤치고 나아가면 저수지둑에 닿는다. 헬기장에서 이곳까지는 40여분이 걸린다. 이곳이 울산시 상북면 궁근정리 장성마을이다.
# 교통편
고헌계곡은 접근이 쉬워 가족과 함께 나들이 해도 좋다. 물론 산길이 가팔라 힘이 들긴 하지만 가족구성원들끼리 밀어주고 당겨주며 산행을 하는 맛도 남다르기 때문이다.부산에서는 동래구 명륜동 동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언양행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언양에서 다시 석남사로 가는 완행버스를 타고 `고헌사 입구', 신기마을에서 하차하면 바로 산행을 시작할 수 있다. 하산해서는 석남사에서 언양으로 가는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언양에서 부산은 직행버스를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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