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속에서 절이나 암자를 만나는 것은 흔한 일이다. 하지만 산으로 들 때와 산에서 나올 때, 다시 말해 산행의 입구와 출구 모두에서 아담하고 오래된 암자들을 접하는 것은 흔치가 않다. 수월한 산행로는 아니지만 이번 등산코스가 유난히 마음 편한 느낌을 주는 것은 입구와 출구에 자리한 작고 유서깊은 암자들 때문이다.

이번 산행은 「경남 진주 오봉산（五峰山·524.7ｍ）∼（낙남정맥 일부구간）∼미산령（664ｍ）」 코스다. 진주시 이반성면과 함안군 군북면의 경계에 자리한 오봉산으로 올랐다가 들쭉날쭉한 잡목 능선길을 거쳐 낙남정맥 구간에 올라서고, 미산령을 넘어 함안군 군북면 사촌리로 하산한다. 조선 인조가 임금이 되기 전 백일기도를 했다는 성전암（聖殿菴）과 원효와 의상대사가 수행했다는 의상대·원효암을 초입과 막바지에 각각 거치게 돼 마음 다스리기에도 좋은 산행로다.

산행경로는 열차 평촌역∼장안마을∼성전암∼오봉산∼530ｍ봉∼오곡재（임도）∼미산령∼650ｍ봉（헬기장）∼의상대와 원효암을 거쳐 사촌마을로 하산한다. 7시간 소요.

열차로 도착하는 평촌역은 한적하고 조용해서 평화로움마저 느껴진다. 역을 빠져나와 역전 큰 길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1시간 정도를 걸어야 성전암에 올라설 수 있다. 첫 철길건널목에선 철길을 안 건너고 왼쪽으로 꺾고 두번째 건널목에서는 철길을 건넌다. 이 두번째 건널목부터 「대한불교조계종 성전암」표지판이 잇달아 나와 안내대로 가면된다. 검정마을과 장안마을을 거쳐 「반덕교」를 건너 직진해, 30분 정도 오르막 콘크리트길을 가야 성전암에 닿는다. 전해오는 역사는 1천1백년이며 조선 인조를 모신 인조각이 있다. 전망이 빼어난데 말 그대로 「절간처럼」 조용하다.

친절한 승려의 안내로 암자 뒤로 접어들어 사립문을 열면 반들반들한 등산로가 나온다. 20분 정도 산길을 오르면 경치 좋은 바위전망대 한 곳을 거쳐 널찍한 공터인 능선에 올라선다. 여기서 왼쪽으로 틀어 숲속으로 몇발짝만 들어가면 측량용 쇠막대가 꽂혀있는 바위전망대에 도착한다. 이곳이 오봉산 정상이다. 평촌쪽으로 시원하게 전망이 열린다.
정상에서 온 길을 되짚어 나와 능선 공터에서 맞은 편 수풀속으로 내려서면 능선이 이어진다. 이 수풀속으로 내려서면 길은 매우 희미해지고 가시덤불이 산행자를 괴롭힌다. 하지만 6월에 만나는 가시덤불은 반가울 때가 더 많다. 탐스런 열매가 달린 산딸기 덩쿨일 때가 많기 때문이다. 이 곳 역시 짧은 구간이지만 산딸기가 지천이었다.

지금부터 능선만 따라가는 산행이다. 짙은 숲속길이 열리면서 오르락내리락하는 산길이 매우 희미한데다 멋대로 자란 잡목과 수풀이 진행을 가로막기 일쑤다. 사람의 흔적이 없는 깊은 산속으로 들어왔다는 쾌감은 만끽할 수 있다.
능선을 이탈하지 않도록 주의하며 1시간 30분 가량 산행을 이어간다. 막바지에는 「길이 계속해서 왼쪽으로 서서히 휘어진다」는 느낌을 받을 즈음 능선위의 공터 한 곳에 올라선다. 1기의 묘지가 모셔져 있는 이 곳은 갈림길이다. 오른쪽 길은 발산재, 왼쪽은 미산령 방향이다. 미산령쪽으로 방향을 잡고 걷기 시작하면 낙남정맥 구간에 접어든 것이다. 그래서인지 지금부터는 길은 또렷하다.

약 15분을 걸어 경사가 급한 봉우리에 도착하자 정상에 측량용 쇠막대가 서있다. 두번째 봉우리인 530ｍ봉이다. 530ｍ봉에서는 완만하게 내려가는 내리막길이 시작된다. 길은 분명하지만 웃자란 잡목이 배낭을 붙잡는 통해 꽤나 걷기가 성가시다. 15분만에 드디어 잡목의 훼방에서 벗어나 임도에 도착한다. 오곡재라는 고개다. 임도를 따라 왼쪽으로 간다면 군북으로 통한다. 맞은 편에 산길입구가 있다. 미산령으로 통하는 산길이다.

미산령까지는 45분 정도 숲속으로 난 외길을 올라서야 한다. 지금까지 걸어온 피로가 누적돼 제법 체력소모가 심해 단단히 채비하고 올라야 한다. 미산령 정상에 도착하자마자 세갈래 갈림길을 만나는데 직진하면 여향산 방면이다. 반드시 왼쪽으로 꺾어서 능선을 타고 20분 정도를 더 걸어가야 한다. 이 길은 크게 경사가 급하지 않은 오르막이다. 이 길에 잠깐 멈춰서서 뒤로 돌아보면 지금까지 밟아온 봉우리와 능선이 시원하게 눈에 들어온다.

이내 이번 산행의 마지막 봉우리인 650ｍ봉에 도착한다. 정상은 넓은 공터로 헬기장이 조성돼 있다. 여기서 조망을 살펴보았다. 하산길이 열리는 쪽에 서 있는 노란깃발을 기준으로 4시 방향의 큰 봉우리가 여항산이다. 이 지역 사람들은 여항산을 흔히 「갓뎀봉」이라고 부르고 있다. 한국전쟁 당시 미군과 북한군의 교전이 치열했기 때문에 얻은 별명이라는 것이다. 여항산 뒤쪽은 서북산이다. 5시 방향에 가까운 봉우리가 미산령, 6시 방향 건너편으로 인성산, 8시 적석산과 깃대봉등 조망이 시원스럽다.

노란깃발이 있는 맞은 편 산길로 내려서면 하산이 시작된다. 15분 정도면 고즈넉한 분위기의 의상대와 원효암을 거친다. 원효암 이후로는 임도가 이어진다. 임도를 따라 40여분 더 걸어내려 오면 절골소류지까지 나올 수 있다.

▲산행정보 문의=다시찾는 근교산취재팀（051-500-5150∼1） 이창우 산행대장（백두산장 대표 051-852-0254）


# 교통편

이번 산행에서는 열차편을 이용해 초입까지 찾아들어가 보았다.

부산서 출발해 삼랑진 진주 광주를 거쳐 목포까지 들어가는 경전선을 이용한다. 오전에는 부산역에서 9시35분에 출발하는 열차가 단 한차례밖에 없어 선택의 여지가 없다. 간이역인 평촌역에서 하차한다. 2시간 소요. 4천1백∼4천3백원. 버스로 함안을 거쳐 들어가는 방법도 있으나 하차지점이 평촌역 부근이라 초입까지 걸어들어가야 하기는 마찬가지다. 출발시간에 제약을 받는다는 점만 제외하면 열차편이 간편하다.

하산해서는 교통편이 까다로운 편이다. 경남 함안군 군북면 사촌리로 내려오면 이 마을에서 일단 군북（면소재지）까지 나가야 한다. 이 길은 걷기에는 너무 먼 거리다. 사촌에서 군북으로 가는 버스는 오후 1시와 7시 두번 뿐이다. 군북에서 마산으로 나가는 버스는 오후 5시 6시30분 6시50분 7시30분 8시（막차）에 있다.

교통편 연계가 여의치 않을 경우 택시를 이용할 수 있다. 원효암에서 출발해 절골소류지에 다다를 즈음 군북면의 택시를 부르면 된다. 군북까지 3천원. 군북택시 （0552）585-7779. 홍덕팔씨 011-854-4282. 마산까지 택시로 갈 경우 2만원. 마산 시외버스터미널서는 오전 5시40분부터 밤 10시30분까지 부산행 버스가 자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