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들의 조망에 대한 갈망은 남다르다. 시야를 꽉 막는 콘크리트 건물 더미에 뒤덮여 갑갑한 일상을 살아가는 도시인이라면 더욱 그렇다. 웃돈을 듬뿍 얹어서라도 사고 싶은 것이 조망권 아니던가.

하동군 금남면과 진교면을 경계짓는 금오산(金熬山)은 조망의 즐거움을 한껏 전해주는 산이다. 금오산은 고려시대부터 봉수대가 있었을 정도로 탁 트인 전망을 가진 산. 남으로는 검푸른 남해바다가, 북으로는 지리산 주능선이 그림처럼 펼쳐진다.(사진-눈 덮인 너덜지대를 통과하고 있는 취재팀. 한려수도의 아름다운 풍광이 손에 잡힐 듯 내려다 보인다.)

금오산은 800여곒가 넘지만 산줄기가 80리나 뻗어 있어 산세가 넉넉하고 유순하다. 발걸음이 가벼우니 조망을 여유있게 즐길 수 있다. 또 산기슭에 숨어 있는 마애불과 석굴암은 산행의 맛을 더한다.

산행코스는 ‘상촌마을 버스정류장~청소년수련관~계곡~너덜지대~봉수대·석굴암~주능선~금오산~달바위·마애불~삼거리~너덜지대~대안사~대치마을 버스정류장’으로 이어진다. 산행시간은 5시간 가량.

부산 사상시외버스터미널에서 남해행 버스를 타고가다 금남면 중평리 상촌마을에서 내린다. 버스에서 내리면 청소년수련관 표지판이 보인다. 금오산 봉수대(2.9㎞)와 마애불(3.4㎞)을 알리는 입간판도 함께 있다. 표지판을 참조해 청소년수련관 쪽으로 오른다. 청소년수련관을 지나면 곧 주등산로 안내도를 만날 수 있다. 안내도 뒤로 산길이 열려 있다.

산길은 오른쪽 계곡을 따라 올라간다. 계곡을 따라 흘러내리는 계곡수가 시원하다. 이 물은 상촌마을 사람들의 식수다. 10여분 오르면 계곡에 가건물 한 채가 보인다. 20여분을 더 오른 뒤 계곡을 건넌다. 잠시 가파른 산길이 이어진다. 오르막길을 올라서니 두그루의 거목이 기다리고 있다. 거목 주위에는 돌담이 쳐 있다. 이곳은 지역 무속인들이 자주 찾는 곳. 주변에는 대나무숲이 무성하다. 대숲을 헤치면 샘터도 있다.

대숲을 지나자 본격적인 오르막이다. 30여분간 가파른 길이 하늘로 올라간다. 숲이 무성해 주위를 잘 볼 수 없다. 너덜지역에 다다라서야 비로소 조망이 열린다. 너덜지대 한가운데 금오산 봉수대(경남도 기념물 제122호)가 있다.

이 봉수대는 고려 헌종 때(1149년) 설치됐다. 조선시대에는 왜구의 동태를 감시하는 남해안 최전방의 봉수대였다.봉수대 옆에는 석굴암이 있다. 과거 봉수대 파수꾼들이 사용하던 거처로 지금은 불당으로 사용되고 있다.

석굴암에서 바라본 한려수도의 조망은 감탄사를 자아내게 한다. 남해라는 검푸른 양탄자 위에 방아섬 굴섬 나물섬 솔섬 등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섬들이 보석처럼 박혀 있다. 바다 건너에는 와룡산이 우뚝 솟아 있고 그 너머로 금정산도 희미하게 보인다.

암자 옆 남새밭을 지나면 등산로가 이어진다. 5분만 오르면 삼거리다. 오른쪽 오르막으로 계속 오른다. 산허리를 가르는 왼쪽길로 가면 달바위와 마애불을 만날 수 있다.

15분이면 억새가 나풀대는 정상 언저리다. 억새밭을 지나면 우뚝 솟은 송신탑이 드러난다. 너른 터를 지나 산불감시소에 오른다. 이곳이 금오산 정상이다. 정상석은 MBC송신소 옆에 밀려나 있다. 정상석의 네면에는 금오산, 소오산(금오산의 옛이름), 금남, 해발 849곒가 각각 세겨져 있다.

하산길을 가름해 보자. 올라왔던 능선의 오른쪽으로 능선 한 줄기가 내려가고 있다. 띄엄띄엄 바윗길이 보이는 완만한 능선이다.

정상석 옆 SK기지국을 지나 큰길을 따라 내려온다. 첫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90도 가량 꺾어 내려가는 너른 길이 하산길이다. 10곒가량 내려와 등산로 안내문이 있다면 제대로 길을 잡았다. 올라왔던 산길은 등산로A, 내려가는 산길은 등산로 B로 표기돼 있다.

하산길은 넓고 뚜렷한 외길이다. 10분 가량 내려오면 왼쪽으로 달바위를 만날 수 있다. 달바위 아래 석굴에 음각된 마애불(경남도 유형문화재 제290호)이 있다. 마애불 옆에는 9층석탑도 음각돼 있다. 안내판은 마애불을 ‘구름을 타고 달을 업은 채 하늘을 나는 형상’이라고 설명한다.

달바위에서 되돌아 나와 하산을 재촉한다. 죽산 박씨묘를 지나면 삼거리. 오른쪽으로 계속 능선을 탄다. 20분쯤 산길을 좇아 내려오면 또 다른 삼거리를 만난다. 계속해서 능선을 따르기 위해 왼쪽으로 꺾는다.

30여분 뒤 너덜지역이 나온다. 너덜을 지나면 잡목이 많은 거친 산길이다. 20여분 정도 이를 헤집고 내려오면 비로소 깨끗한 솔가리길이 기다린다.

15분 가량 오솔길을 따라 내려오면 대안사 앞으로 떨어진다. 내리막길을 따라 천국사를 지나면 멋들어진 느티나무 한 그루가 눈길을 끈다. 300여년 된 보호수로 둘레 5.4곒, 높이 30곒에 이르는 거목이다.

고풍스런 마을을 지난다. 돌담길을 지나 대치마을회관까지 내려오면 진교와 남해섬을 잇는 1002번 지방도에 닿는다. 국도변에 대치마을 버스정류장이 보인다.

/ 글·사진=박병률 기자



--------------------------떠나기 전에----------------------


금오산에서는 대인지뢰 경고판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금오산 정상에는 과거 군사시설이 있었다. 이 때문에 8부능선 부근에 지뢰를 심어 놓았다. 산이 개방된 것은 지난 93년. 이후 90년대 후반까지 지뢰제거 작업이 이어졌다. 대부분의 지뢰가 수거되었지만 산기슭에는 대인지뢰가 아직 남아 있을 수도 있다. 그러므로 산행로 밖으로는 산행을 가급적 삼가도록 한다.

군사시설이 있는 관계로 금오산은 개발 열풍에 살짝 비켜서 있었다. 그러나 근래에 정상에 방송사와 이동통신사의 인공 구조물이 들어서고, 뒤이어 전망대와 주차장, 산판도로가 건설되고 있어 자연미의 급격한 훼손이 우려된다.

/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문의=다시찾는 근교산 취재팀 051-500-5150, 245-7005


-------------------------------------교통편----------------


이번 산행은 차편이 아주 좋다. 부산에서는 사상시외버스터미널에서 남해행 버스를 타면 된다. 남해행 버스는 오전 6시20분 6시55분 7시30분 8시5분 8시40분 9시15분 10시 등에 있다. 버스에서 내릴 곳은 남해대교 못 미쳐 상촌마을이다. 상촌까지 7천5백원. 소요시간 1시간40분 가량.

하산하면 대치마을. 남해섬에서 나와 부산으로 가는 직행버스를 탈 수 있다. 요금 7천7백원.

마산 진주 등에서도 남해행 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부산 마산 진주에서 남해로 가는 버스는 모두 진교에 들른다. 타지역에서 모이는 동호인이라면 진교를 집결지 삼아도 좋다. 진교~상촌 15분간격 출발. 요금은 7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