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고개’. 이름치고는 고약하지만 사람들은 그렇게 부른다. 급한 경사를 끝없이 치고 올라야 하는 고달픔을 빗댄 것인지 모른다. 아무리 그렇기로 생명을 걸어야 할 만큼 힘들까.

한여름 무더위를 피해 잠시 산행을 중단했던 사람들이라면 가을 초입에서 다녀올 만한 곳이 신어산이다. 능선을 타고 오르막 내리막을 반복하다 보면 풀어졌던 다리 근육이 단단해진다. 다시 산행의 마력에 이끌리게 된다. 그 클라이맥스가 생명 고개이다. 동신어산까지는 낙동강을 바라볼 수 있어 정취가 한층 더한다.

산행코스는 고암마을~전망대~동신어산~백두산 갈림길~전망대~임도~까치산 갈림길~임도~생명고개~신어산(630곒)~헬기장~영구암~은하사. 약 6시간30분 정도 걸린다. 쉬엄쉬엄 가자면 더 걸릴 수도 있다.

고암마을 도로변에 대성자동차정비소가 있다. 정비소 뒤로 난 길을 따라 마을을 지난다. 계단을 올라 대나무 울타리를 따라간다. 30곒쯤 가면 왼쪽으로 빠지는 길이 나온다. 작은 소나무 숲에 무덤이 하나 있다. 산딸기 재배 밭 가운데 감나무가 한 그루 나온다. 미처 익지 않고 떨어진 감이 밟힌다. 고속도로 건설을 위해 벌목해 놓은 지점을 통과한다. 붉은 깃발이 서 있는 야트막한 능선에서 왼쪽으로.

산길로 접어들자마자 무덤이 2개 있다. 곧 전망대가 나오고 능선을 따라 낙동강을 붙잡고 간다. 40분 정도 올라 갈림길에서 왼쪽. 눈 앞에 봉우리 2개가 가로막는다. 이때부터 오르막 내리막이 반복된다. 20분 정도면 왼쪽 전망이 트이는 지점에 다다른다. 고고하게 흐르는 낙동강 700리의 한 자락이 얼굴을 내민다. 양쪽 사면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른다. 이마로 흘러내린 땀이 바람에 실려나간다. 암릉구간을 15분 정도 가다 다시 오르막. 길은 갑자기 묵은 길로 바뀐다. 가시와 엉겅퀴에 할퀴고 긁힌다. 낙동강을 바라보던 곳에서 동신어산 정상까지는 약 30분.

동신어산은 낙남정맥의 출발점이다. 정상에서 잡목이 무성한 곳을 15분쯤 걸어 가면 갈림길이다. 왼쪽. 한참을 내려서다 다시 갈림길에서는 능선을 따라 직진한다. 길이 많지만 양옆으로 빠지지 말고 직진하는 길을 찾으면 된다.

오르막 10분이면 전망대가 나온다. 동신어산을 싸고 도는 낙동강의 또 다른 모습을 본다. 왼쪽으로 눈을 돌리면 물금 앞 너른 들이 낙동강과 어울려 있고 오른쪽은 첩첩산중이다. 전망대에서 15분이면 기묘하게 생긴 바위를 만난다. 4곒 정도 높이인데 암벽타기 하듯 돌부리를 붙잡고 간신히 오르면 다리가 후들거릴 만큼 시원한 조망이 펼쳐진다.

10분 정도 서서히 내려서는 듯하다가 바위 절벽으로 능선이 끝난다. 오른쪽으로 내려서는 길을 찾는다. 내려가다 갈림길에선 직진한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5분 쯤 가면 작은 계곡이 나온다. 점심을 먹고 식수를 보충할 수 있다.

되돌아와서 약간 오르막을 지나면 갈림길이 나온다. 왼쪽으로. 서서히 급해진다. 눈앞에 다시 봉우리가 가로막는다. 신어산 종주를 하다보면 도토리가 많다. 진한 갈색의 지난해 떨어진 것부터 새파랗게 익지도 않은 것까지. 미끄러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15분 정도 오르면 소나무가 선 갈림길이다. 왼쪽은 백두산 가는 길. 오른쪽 아래로 내려선다. 구간구간 길이 희미하다. 다시 갈림길에서는 오른쪽이다. 5분이면 폐무덤. 오르막 내리막은 1시간 30분정도 꾸준하게도 계속된다. 문득 임도가 나타난다. 가로질러 5분 정도 올라가면 갈림길. 이번에는 오른쪽이다. 직진하면 까치산으로 빠진다. 한 고개 넘어 다시 임도와 만난다. 이제 신어산 정상이 정면에 선명하게 보인다. 임도를 따라 10분 정도 내려가면 삼거리에 도착하고 왼쪽으로 20곒쯤 가면 신어산 오르는 시작점이 보인다.

이제 생명 고개 오르막이 시작된다. 그러나 고개 자체를 놓고 보면 그다지 힘든 구간은 아니다. 크고 작은 고개를 10번 정도 오르내리다 보면 체력이 많이 소모된다. 이런 상황에서 만난 가파른 고갯길이 여간 괴롭지 않게 느껴져 붙은 이름으로 추측된다.

20분 정도를 꾸준히 오르면 길이 평평해진다. 일단 올라서면 경사는 완만해진다. 이제 산행은 막바지에 접어든다. 15분 정도면 돌탑이 선 봉우리에 다다르고 다시 5분이면 상동매재 11.1㎞ 신어산 정상 0.3㎞를 가리키는 이정표와 마주선다. 넓게 펼쳐진 평원을 따라 조금만 오르면 정상이다.

하산은 헬기장을 보고 출발한다. 석양이 하늘을 붉게 물들인다. 황토빛 강물위로 어둠이 서서히 내린다.

평상이 있는 쉼터에서는 왼쪽으로. 한계단 한계단 내려가면 어느새 영구암이다. 정상에서 은하사 입구 삼거리까지는 35분 정도 걸린다. 은하사는 영화 ‘달마야 놀자’의 촬영지로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절이다. 숲에서 소쩍새가 울면 산행이 끝난다. / 글·사진= 김용호기자

/ 산행문의 = 다시찾는 근교산 취재팀

051-500-5150, 245-7005.



떠나기전에
김해시를 포근히 감싸는 신어산은 낙남정간의 출발지이다. 김해의 진산이며 시민들의 휴식처로도 사랑을 받고 있다. 신령스러운 물고기란 뜻을 가진 신어산(神魚山)은 가락국과 함께 현재까지 이어져 왔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 중의 하나인 은하사(銀河寺)가 자리잡고 있으며 가락국 수로왕때 허황옥의 오빠 장유화상이 창건한 사찰로 인도 아유타국의 번영을 기원하며 창건하였다. 원래 이름은 서림사라고 한다. 우측으로는 가락국의 번성을 위해 장유화상이 창건한 동림사가 있다.

이외에도 신어산 주변에는 영구암, 자연휴양림, 산악자전거, 가야랜드, 골프장, 장척계곡 등 가족이 즐길만한 곳이 많이 있다. 유서깊은 은하사는 ‘달마야 놀자’ 영화 촬영을 한 곳으로도 유명하며, 많은 사람이 찾고 있다. 신어산 종주 산행은 다시찾는 근교산 안내산행 특유의 오르내림이 심하며 반드시 충분한 식수를 챙겨야 한다. / 이창우산행대장 www.yahoe.co.kr



교통편
구포역에서 구포삼거리 방향으로 가다 보면 고가다리 아래 상동행 버스정류장이 있다. 그곳에서 버스를 탄다. 오전 7시10분, 8시10분, 9시10분, 9시30분. 요금은 1천3백원. 매리삼거리나 삼거리에 조금 못 미친 고암마을에서 내린다.

은하사에서는 김해 시내로 들어가는 버스가 다니지 않아 다소 불편하다. 인제대 입구까지 20분 정도 걸어내려 와야 한다. 덕천로터리나 부산대로 가는 128-1, 8번 버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