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틀린듯 하면서도 굵게 뻗어 올라간 줄기가 억센 기상을 느끼게 하는 무릉산의 소나무 . 하산길에서 만날 수 있다 .

최근 자주 받는 질문이 하나 있다. 겨울산행과 여름산행, 어떻게 다른가. 언제가 더 힘든가 하는 것이다.

여름에는 보통 15분 걷고 5분 정도 쉰다. 겨울에는 40~50분을 걸어도 그리 힘들지 않다.

여름에는 5시간 산행에 식수 3ℓ를 준비해도 모자랄 때가 있지만 겨울에는 1ℓ도 남는다. 무더운 여름에는 아무래도 땀을 많이 흘리고 물을 마시느라 자주 쉬게 된다.

배낭은 여름이 비교적 가볍다.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도시락 하나만 달랑 들고 오를 수도 있다. 그러나 겨울에는 여벌 옷이며 장갑 모자 등 보온 의류와 비상식량, 아이젠 등 기본적으로 챙겨야 할 것들이 많다. 자연스레 무거워진다.

쉬는 장소도 그렇다. 여름에는 시원한 계곡이나 바람이 잘 통하고 사방이 트인 그늘이 좋다. 하지만 겨울에는 바람을 막을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여름에는 옷을 벗고 쉬지만 겨울에는 오히려 옷을 껴 입어야 한다. 땀이 식으면서 체온이 떨어지고 추워지기 때문이다.

여름에는 오이나 과일 등 수분이 많은 간식을 주로 먹는다. 겨울에는 사탕 초콜릿 등 열량이 많은 간식이 인기가 있다. 조난 사고도 여름보다는 겨울에 많이 발생한다.

이처럼 계절에 따라 산행 방식과 준비는 차이가 많다. 그러나 변치 않는 것이 있다. 산은 어느 때나 그 자리에 있고 그 산을 오르면서 맛보는 희열은 항상 그대로이다.

함안 무릉산은 밋밋하다. 뛰어난 볼거리라고 내세울 것도 없다. 산행시간은 길게 잡으면 3시간30분, 걸음이 빠르다면 3시간이 채 걸리지 않을 수도 있다. 적어도 5시간은 걸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은 일찌감치 포기할 것. 하지만 옛날 동네 뒷산에 나무하러 가던 기분으로 가볍게 다녀올 요량이라면 적극 추천할 코스라고 생각된다.

산행코스는 운곡정류장~덕암마을~과수원~무릉산(568m)~427m봉~동태마을~동태정류장~양촌~운곡정류장.

운곡 버스정류장에 내리면 길 양쪽으로 봉우리가 두 개 보인다. 오른쪽은 작대산, 왼쪽이 무릉산이다. 칠북과 운곡으로 갈라지는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가 이번 산행의 기점. 운곡방향으로 300m 정도 걷다보면 왼쪽에 덕암마을이 있다. 개울을 건너 마을회관 앞으로. 마을회관에서 오른쪽 30m지점에 정자나무 한 그루가 섰고 작은 갈림길이 있다. 도로로 나가지 말고 왼쪽 개울을 따라 간다.


100m쯤 걷다 저수지 둑 앞에서 오른쪽으로. 둑 아래를 돌면 과수원이다. 왼쪽 덕암저수지에 물이 제법 고였다. 길은 여러갈래. 두번째 오른쪽으로 빠지는 길, 즉 컨테이너 바로 뒤로 난 길로 오른다. 과수원을 빠져나와 능선에 붙기까지는 5분. 산행 시작 지점인 운곡삼거리에서 여기까지는 15~20분이 걸린다.

능선에 서면 과수원을 타고 불어오는 바람이 꽤 매섭다. 무덤사이로 난 길을 따라 걷는다. 조용한 길이다. 잠시 뒤 갈림길에선 왼쪽. 임도에 붙는다. 가로질러 다시 산길. 5분 뒤 갈림길에서는 왼쪽으로. 주씨 묘가 나온다. 작은 봉우리 하나를 넘으면 이번 산행에서 가장 힘든 구간을 만난다.

기름보일러가 보편화되기 전이라면 지금쯤 이만한 높이의 산은 온통 검은 흙이 드러났을 터이다. 가을걷이를 마친 마을 사람들은 지게에다 갈퀴를 얹어 산에 올랐을 것이고 썩은 그루터기며 솔가리를 모조리 긁고 훑어 갔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무꾼들의 발길이 끊긴 지 이미 오래된 길은 솔가리가 수북이 쌓여 희미하다.

희미한 길을 따라 약 30분 정도 오르막. 완전히 묵은 길이지만 다행히 험하지는 않다. 산짐승이 다니는 길을 더듬는다.

경사가 완만해지면 정상은 가깝다. 10여분 정도 길을 헤치면 억새밭. 자세히 보면 오래된 무덤이다. 억새 사이에 무릉산 568m 정상석이 서 있다. 최근에 세운 것인지 깔끔하다.

주변으로는 맞은편 작대산을 제외하고는 높은 산이 없다. 200m나 될까말까한 야트막한 산야. 북동쪽으로는 산야를 요리조리 피해가면서 휘도는 낙동강이 도도하게 흐른다. 남쪽으로 눈을 멀리 들어 한동안 고정시키면 불모산 무학산 천주산이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하산은 올라온 길에서 9시 방향으로 시작한다. 능선을 타고 서서히 내리막이 진행된다. 20여분 뒤 작은 봉우리와 마주친다. 정상을 비켜 산허리 왼쪽을 밟으며 나간다.

경주 이씨 묘 등 무덤이 여럿 있는 곳에 이르면 쉬기에 적당한 바위가 많다. 주변이 트이지 않아 전망대 구실은 못하지만 바위는 손질한 것처럼 평평하다. 앉으면 물 한모금으로 목을 축이자.

이곳을 지나면 생존경쟁에서 도태된 소나무가 여기저기 넘어져 있다. 야산이다. 쓰러져 퍼석하게 썩어가는 소나무들이 길을 막기도 한다.

가파른 산길이 끝나고 억새밭을 헤쳐 나가면 무릉산 정상비가 나타난다.

정상에서 1시간10분 정도면 주씨 가족묘지에 닿는다. 오른쪽에 마을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 주씨 묘에 도착했다면 산행은 막바지다.

5분 정도 내려가면 포도밭이 나오고 공장들도 보인다. 동태마을. 삼영열기(주) 앞 도로에 나간다. 도로에서 왼쪽으로. 200m 앞에 버스정류장이 있다. 자가운전으로 원점회귀 산행을 계획했다면 걸어서 산행기점까지 갈 수 있다. 칠북면과 칠원면을 가르는 고개를 넘어 20분이면 된다.

/ 글·사진=김용호기자

/ 산행문의=다시찾는 근교산 취재팀

(051)500-5150, 245-7005



[떠나기 전에]

함안군 칠원면과 칠북면에 걸쳐 있는 무릉산(武陵山)은 칠서면의 무릉리와 맥을 같이하고 있다. 무릉이란 마을의 이름은 조선 중종때의 대학자 주세붕 선생이 지은 것이다. 중국의 무릉도원(武陵桃源)에서 따왔다. 화목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이상향의 마을임을 나타낸다. 그 마을을 감싸는 산이라 해서 무릉산이라고 부른다. 옛날 대홍수 때 물레만큼만 남기고 모두 잠겼다는 무릉산은 주위에 볼거리가 많다. 주세붕 선생을 추모하기 위한 덕연서원이 있고 무기연당은 조선 영조때 의병장 주재성의 생가에 있는 연못으로 민속자료 제208호로 지정돼 있다. 이밖에 칠원향교, 문화재자료 16호인 장춘사 등도 가족과 함께 방학을 이용하여 가볼 수 있는 곳이다. 식수는 미리 준비하자.

/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교통편]
무릉산은 자가운전을 하는 것이 가장 편하다. 남해고속도로에서 구마고속도로로 옮겨 타고 첫번째로 나오는 칠원IC에서 빠져나온다. 국도에서 우회전한 뒤 직진하면 칠원면 소재지. 운곡마을까지는 15분이면 된다.

버스를 이용할 경우 부산 서부터미널에서 칠원행 시외버스를 탄다. 오전 7시30분, 9시, 10시에 출발한다. 요금은 4천2백원이고 1시간 정도 걸린다.

칠원에서 운곡행 버스는 오전 8시40분, 9시45분, 11시40분에 있다. 750원. 택시를 타면 4천원선.

하산한 뒤 동태마을에서는 오후 3시30분과 5시30분에 마산행 버스가 지나간다. 칠원에서 내릴 수도 있다. 칠원에서 부산 서부터미널행 버스는 오후 3시50분, 5시10분, 6시10분, 7시10분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