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에 비해 짧은 3일간의 설 연휴. 세배와 차례 성묘까지 다 하려면 바쁘게 움직여야 할 테지만 산꾼들은 그래도 가볍게 다녀올 만한 산행지를 찾기 마련이다. 설 당일이야 심신이 분주해서 여유를 내기 힘들겠지만 전날이나 설 다음 날 하루 쯤은 비교적 가까운 산을 찾아보자. 이번 주 '근교산&그 너머'에서는 연휴 동안 가볼 만한 인근의 산들을 몇 곳 소개할까 한다. 물론 본 시리즈에서 대부분 다뤘던 코스이니만큼 보다 구체적인 코스 설명과 산행개념도는 본지 인터넷홈페이지(www.kookje.co.kr) 검색을 통해 참고하면 된다.


■ 화지산~금정봉

- 사직야구장 감싸 도는 가족산행지

부산 시내에서 대중교통으로 접근하기 용이한 화지산~금정봉 코스는 시가지 대부분을 바라볼 수 있는 한적하고 편안한 가족산행지다. 금정봉을 향해 오르는 취재팀 뒤쪽 멀리 해무에 휩싸인 영도 봉래산이 보인다.

부산 부산진구 양정동 하마정교차로에서 연지동 방향으로 200m가량 가면 오른쪽에 화지공원이 있다. 동래 정씨 시조묘가 있어 정묘사로도 알려져 있는 곳. 이 화지공원을 둘러싼 야트막한 산이 화지산(199m)이다. 이 산과 동래구 사직동 사직야구장 뒤에 우뚝 솟은 금정봉(일명 쇠미산·399m)을 거쳐 만덕고개를 통과하는 코스는 집이 부산 시내 어디든 상관없이 반나절 만에 완주 가능한 가족산행지다. 가파른 오르막이 거의 없고 걷는 시간만 3시간20분이면 충분하다. 지하철이나 시내버스, 마을버스 등의 대중교통을 연계한 이동 수단도 편리하다.

특히 산행 들머리인 화지공원 내에 있는 부산진배롱나무는 수령 800년을 자랑하는 천연기념물(제168호)로서 기품을 유지하고 있어 자녀들과 함께 간다면 충분히 볼거리가 된다. 또 금정봉 정상 주변의 덕석바위 아래 베틀굴은 임진왜란 당시 지역 주민들이 왜군을 피해 이곳에 살면서 베를 짜 조선군에 보급해 준 이야기가 전해오는 항일 유적지다. 자녀들에게 현장에서 부산의 옛 이야기 한 토막 들려줄 수 있는 곳이다.

게다가 금정봉에서는 발 아래의 사직야구장과 아시아드주경기장은 물론이고 동래구 금정구 연제구와 부산진구 수영구 중구 동구와 멀리 영도구까지 눈에 들어온다. 오랜만에 부산을 찾은 출향인이라면 가벼운 산행과 부산 조망을 한 번에 경험할 수도 있겠다.

전체 산행 코스는 부산진구 양정동 화지문화회관~정묘(鄭墓·배롱나무)~화지사~화지산~초읍고개(도로 횡단보도)~사거리~삼거리(산성 시작점)~금정봉~덕석바위(베틀굴)~사거리(낙동정맥 합류)~쇠미산 전망대~만덕고개(도로 횡단 후 남문 쪽으로)~갈림길~금강대옥불사 입구~대덕사 일주문~금정마을 마을버스 종점으로 이어진다.

금정봉 정상 부근 덕석바위에서 15분쯤 가다가 만나는 사거리인 쇠미산 체육공원에서 오른쪽으로 가는 능선길은 산꾼들의 왕래가 빈번한 길이지만 고도차가 거의 없어 가벼운 산책로 같은 느낌을 준다.

만덕고개에서 금정산 주능선을 타고 가다가 케이블카 승강장 300m 못 미친 갈림길에서 오른쪽 내리막으로 본격적인 하산을 해야 하는데 이 갈림길을 찾는데 약간의 주의가 필요하다. 〈근교산&그너머 656회 참조>


■달음산

- 짙푸른 동해 바라 뵈는 기장의 명산

기장의 명산인 달음산은 정상부 암릉에서 바라보는 동해 바다 조망미가 압권이다. 국제신문 DB

기장의 명산으로 손꼽히는 달음산(587.5m)은 부산시 권역에 속해 있으면서도 부산을 벗어난 것 같은 느낌을 주는 동부산권의 대표적인 산이다. 달음산 자체만 올라도 되고 기장 아홉산 등 다른 산과 연결해 장거리 산행도 할 수 있어 지역 산꾼들에게 인기가 높은 근교산이기도 하다. 게다가 가장 큰 매력으로 손꼽히는 정상부의 아기자기한 암릉과 짙푸른 동해바다가 한눈에 드는 조망미 또한 이 산의 유명세를 높여주고 있다.

달음산은 코스가 많지만 이번 회에서 소개할 코스는 부담없이 한 바퀴 돌아 내려올 수 있는 가벼운 원점회귀 코스. 기장군 장안읍 좌천리의 광산마을 인근 옥정사를 기점 삼아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도는 3시간 남짓한 짧은 길이다.

그렇다고 너무 얕보면 안 된다. 달음산은 바닷가에 우뚝 솟은 산이니만큼 오를 때는 줄기차게 오르막만 걷게 되기 때문에 땀에 흠뻑 젖을 각오 정도는 단단히 해야 한다. 게다가 정상부를 이루는 바위 지대에서는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기도 한다. 산꾼들 중에는 간혹 우회로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10m 안팎의 바위에 설치된 로프를 잡고 오르려다 원하지 않은 사고를 당해 낭패를 보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해운대~울산 고속도로가 개통돼 부산시내에서 달음산까지 자가용으로 접근하기가 더욱 용이해졌다. 장안IC에서 내려 기장읍 방향으로 3분만 가면 좌천리에 닿고 들머리인 광산마을 옥정사까지 찾아가기도 수월하다.

산행은 옥정사 오른쪽에서 계곡과 숲을 지나 오르막을 오르며 시작된다. 주능선에 닿으면 왼쪽으로 꺾어 정상을 향해 오르는데 이 구간이 진정한 달음산 오르막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꽤 힘든 구간이다. 너덜지대와 아기자기한 바위 지대를 거쳐 평편한 바위 위의 정상에 서면 짙푸른 동해에 떠다니는 고깃배들을 원 없이 볼 수 있다. 또 북쪽으로는 울산 대운산 남쪽은 해운대 장산 서쪽 멀리로는 양산 천성산까지 한눈에 드는 빼어난 조망미가 압권이다.

하산은 남동쪽 능선을 타고 가다 일명 작은 달음산으로 불리는 424m봉 직전 안부에서 왼쪽 내리막으로 길을 잡으면 된다. 옥정사 주차장까지 30분 정도면 충분하다. 요즘은 이정표가 친절하게 설치돼 있어 길찾기에 어려움은 없다.


■양산 천성산1봉

- 2개 폭포·2개 천년고찰 둘러보는 한적한 코스

양산 천성산 홍룡사 옆에 있는 홍룡폭포. 양산8경 중 제4경이다.

부산을 벗어난 가벼운 산행지로는 경남 양산 최고의 명산으로 손꼽히는 천성산1봉(옛 이름 원효산·920.7m)을 추천할 만하다. 정상 아래 광활하게 펼쳐진 화엄벌 억새밭의 명성으로 인해 가을에 특히 많은 산꾼들이 찾는 천성산이지만 사실 봄 여름 겨울철에도 산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그나마 겨울철에는 상대적으로 한산하기 때문에 조용한 산행을 즐기는 이들에게는 좋은 산행지다.

'천라지망'이라 할 정도로 무수히 많은 등산로가 있는 천성산이지만 크게 힘들이지 않고 산행을 즐길 수 있는 코스로 용소골에서 용소계곡을 타고 올라 화엄벌을 거쳐 원효암에 들렀다가 홍룡사로 하산하는 코스를 추천한다.

5시간가량 걸리는 코스지만 산행 시작 직후 만나는 용소골의 용소폭포와 날머리인 홍룡사의 홍룡폭포를 잇는 코스여서 볼거리가 만만찮다. 또 1000명의 성인을 배출했다는 원효대사의 공력이 담겨 있을 것 같은 원효암에 들러 보는 것 또한 적지 않은 운치를 맛보게 해 준다. 원효암은 화엄벌에서 홍룡사로 하산하는 길 중간 갈림길에서 벗어나 왕복 20분 걸리는 등산로를 이용해 다녀와야 하기 때문에 흔히 생략하곤 한다. 하지만 약간의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면 사자바위 아래 자리 잡은 천년고찰에서 시원한 약수를 마시며 잠시 묵상에 잠겨 볼 수도 있겠다. 갈림길에서 원효암을 오가는 등산로는 로프를 잡고 바위를 넘어야 하는데 그 재미 또한 놓치기 아까운 부분이다.

날머리 홍룡사에 있는 홍룡폭포는 3단으로 된 양산 최고의 폭포 가운데 하나다. 양산8경 중 제4경으로 지정돼 있기도 하다. 부산 시민들 중에서 이 홍룡폭포를 찾아가 보지 못한 사람이 적지않다. 또한 산행 초입의 용소골 용소폭포는 2단으로 된 폭포로 전체 높이는 30m가량 되는데 홍룡폭포 무지개폭포 등의 명성에 가려져 있었지만 천성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전체 코스를 정리하자면 양산시 하북면 용연리 용소마을 입구 공터~용소마을~용소폭포~임도~전망대~화엄벌~8부능선 갈림길~샘터~원효암 갈림길~원효암~다시 갈림길~홍룡폭포(홍룡사)로 이어지는 11.5㎞ 구간이다. 〈근교산&그너머 640회 참조>


■김해 까치산~백두산

- 까치 설날에 어울리는 원점회귀 코스

김해 대동면의 까치산~백두산 원점회귀 코스는 산행 내내 낙동강과 김해평야를 조망할 수 있는 코스다. 백두산 정상에서 보이는 풍광이 시원하다.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설이 다가오면 어린이들이 많이 부르는 이 노래의 가사를 모르는 이가 있을까. 하지만 부산에서 가까운 김해 대동면의 까치산(342m)은 그렇게 잘 알려져 있는 산은 아니다. 그 이름에서부터 까치라는 이름이 붙어 있어 왠지 '까치 설'에 가보고 싶어지는 이 산은 부산에서 대구 방향으로 신 대구~부산고속도로를 타고 가기 위해 지나가는 대동요금소에서 왼쪽을 보면 볼록 솟아나 있는 산이다. 가운데 골짜기를 사이에 두고 오른쪽의 산은 백두산(354m).

이번 설 연휴에 까치산과 백두산을 연결하는 원점회귀 코스로 산행을 해 보는 것은 어떨까.

우선 접근성이 좋고 거리가 가까워 큰 어려움 없이 다녀올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또한 까치산과 백두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낙동강 하류와 김해평야, 강 건너 금정산 주능선과 백양산을 바라보는 일품 조망을 누리면서 찾는 이도 많지 않아 그야말로 한적한 산행을 하기에는 더 없이 좋은 근교 산행지다. 까치산과 백두산 사이에 장척산(531m)을 거친다.

대동면 예안리 장시마을 버스정류장에서 출발해 시계 방향으로 한 바퀴 돈다고 생각하면 된다. 전체 코스는 예안리 장시마을 버스정류장~까치산~낙남정맥 갈림길~임도~장척산·백두산 갈림길~장척산~매리(소감마을) 갈림길(481봉)~사거리 안부~동신어산 갈림길~벤치~352봉(삼각점)~원명사 갈림길~백두산(354m)~공동묘지~대형 축사(대동면 초정리) 순이다.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5시간20분 정도.

들머리는 예안리 장시마을 정류장에서 내려 50m가량 시례마을 방향으로 가면 왼쪽에 '까치산 1.8㎞'라 적힌 이정표가 있는 곳이다.

산행 내내 내려다 보이는 낙동강과 김해평야 삼각주가 장관을 이루는데 쉽게 잊혀지지 않을 장면으로 기억될 것이다. 〈근교산&그너머 565회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