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산 가운데 마을이나 도시와 가까운 곳에는 산성이 있는 예가 많다. 부산만 해도 금정산성과 동래읍성이 있고 가까이 영남알프스에도 양산과 언양을 내려다보는 위치에 단조산성이 자리 잡고 있다. 이들 산성은 천연의 험준한 지형을 활용해 성곽을 쌓았다. '근교산&그너머' 취재팀이 이번에 답사한 경북 구미 천생산(天生山·406m)은 '하늘이 만든 성'이라고 할 만한 곳이다. 완만하게 높아지던 산이 정상부를 빙 돌아 깎아지른 암벽으로 바뀐 지형 덕분에 원래의 산 그대로가 천혜의 산성이다. 게다가 정상부는 평탄해 많은 인원이 지내기에 넉넉하다.
멀리 동쪽이나 서쪽에서 보면 독특한 모양의 정상부가 두드러진다. 중앙고속도로 가산IC에서 내려 구미시 방향으로 가다 보면 주변의 다른 산과 달리 정상이 평평한 천생산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산 이름도 동쪽에서 봤을 때 하늘 천 자로 보이고 보통의 산과는 다른 생김새 탓에 '하늘이 내린 산'이라 해서 천생산이라 부른다. 정상부가 한일자로 보여 일자봉이라 부르기도 하고 정상을 둘러싼 암벽들이 병풍을 둘러친 듯하다 해서 병풍바위라고도 한다.
◇ 탁자 모양 평평한 정상부 멀리서도 '눈에 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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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교산 취재팀이 천생산 정상에서 서남쪽으로 툭 튀어나온 미덕암에서 구미 시가지 방향을 조망하고 있다. 시가지 한복판을 가로질러 흘러가는 것이 낙동강이며 그 뒤에 우뚝한 봉우리는 구미의 명산 금오산이다. |
정상이 온통 암벽이다 보니 주변 조망도 빼어나다. 특히 서쪽으로 시가지를 가운데 두고 구미의 명산인 금오산과 마주 보고 있어 탁 트인 조망을 누릴 수 있다. 정상에서 남서쪽으로 툭 튀어 나간 바위인 미덕암은 정상부와 연결된 부분을 제외하고 나머지 삼면이 모두 높이 100m 정도의 아찔한 낭떠러지다. 그런 만큼 바위 위에서는 남쪽과 서쪽, 북쪽으로 거침없이 펼쳐지는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 시가지를 가로질러 흐르는 낙동강의 모습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아무런 안전시설이 없는 만큼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천생산 산행은 구미시 황상동 구미정보고 앞을 출발해 능선을 따라가며 장수봉~대피소 사거리~초정~잇단 삼거리~천생산 정상(천생산성)~미덕암~헬기장~사거리~통신바위(다시 안부 사거리)~능선~송전탑 삼거리~한태재를 거쳐 다시 구미정보고로 돌아오는 원점회귀 코스다. 시계 반대 방향으로 한 바퀴 크게 도는 이번 코스의 전체 산행 거리는 10㎞ 정도. 순수 산행시간은 3시간~3시간30분, 휴식을 포함하면 4시간30분 정도 걸린다.
구미정보고 정문 앞에서 길을 건너 2시 방향에 있는 콘크리트 길로 올라가면서 산행이 시작된다. 정면으로 천생산의 탁자 모양 정상이 시야에 들어온다. 산자락을 따라 평탄한 콘크리트 길을 200m 정도 가면 오른쪽에 널찍한 오르막 흙길이 나타난다. 여기로 올라서면 중간중간 통나무 계단이 깔린 완만한 길이다. 곧 시원하게 뻗어오른 소나무 숲에 들어선다. 10분이면 황상초등학교 방향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능선 삼거리다. 왼쪽으로 꺾어 여기서부터는 능선을 따라간다. 낙엽이 적당히 깔린 걷기 좋은 평탄한 길이다. 오른쪽으로는 구미 시가지가 펼쳐져 있다. 곧 운동기구가 있는 곳이 사거리다. 오른쪽 내리막은 인동터미널과 구미상고 방향이고 답사로는 정상(미덕암) 방향 직진 오르막이다.
◇ 정상 외엔 평탄한 숲길… 중간엔 산림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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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피소 지나 초정에서 바라본 천생산 정상부. |
정상에 무덤이 있는 야트막한 봉우리에 올랐다가 다시 내리막이다. 나무 계단을 설치한 약간 가파른 내리막을 잠시 가면 길은 다시 평탄해진다. 울창한 소나무 숲길을 10분 정도 가다가 나무 계단을 올라가면 펑퍼짐한 봉우리에 운동시설이 있다. 이정표에는 장수봉이라 표기돼 있다. 오른쪽으로 조망이 시원하다. 금오산이 온전히 보인다. 와불산으로도 불리는 금오산 정상부의 사람 얼굴 모양이 뚜렷하다. 완만한 내리막을 잠시 가면 이정표에 오른쪽으로 신선바위(0.1㎞)가 표시돼 있다. 하지만 길을 따라가도 신선바위를 찾기가 어렵다. 다시 되돌아와 직진하는 길을 따른다. 10여 분 오르내리면 소나무가 울창한 봉우리에 삼거리다. 오른쪽은 산림욕장 주차장 방향이고 답사로는 왼쪽 내리막이다. 내려가는 중에 정면으로 평평한 천생산 정상이 시야에 들어온다.
블록을 깐 계단을 내려가면 사거리다. 그늘집 형태로 비를 피할 수 있는 작은 대피소가 있다. 주변에 벤치도 여럿 있어 쉬어 가기 좋은 곳이다. 여기서 급경사 오르막을 잠시 오르면 초정이라 이름 붙은 정자가 있다. 정자 왼쪽에서는 천생산과 정상에서 툭 튀어나온 바위 미덕암이 올려다보인다. 길은 정자 오른쪽으로 이어진다. 완만한 길을 잠시 가면 바윗길을 올라 이정표가 선 거북바위 삼거리다. 거북 모양의 바위가 길을 따라 길게 누워있다. 바위가 깔린 완만한 오르막이다. 급격하게 경사가 가팔라지는 지점에 이정표 삼거리다. 오른쪽 내리막은 천용사 방향이고 답사로는 직진 오르막이다. 짧은 철 계단을 오르면 계속 급경사 바윗길이다. 자갈이 박힌 거친 역암이라 미끄럽지는 않다. 군데군데 바위를 쪼아 계단 모양으로 만들어 둔 곳이 많아 오르기가 한결 수월하다. 급경사를 5분가량 가면 정상으로 올라가는 철 계단 앞 삼거리다. 오른쪽은 역시 천용사 가는 갈림길이다.
◇ 미덕암에서 금오산과 구미 시가지 시원한 조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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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산할 땐 울창한 소나무 숲 속의 편안한 길을 걷는다. |
급경사의 철계단을 오르면 조망이 시원하다. 뒤쪽으로 구미 시가지와 금오산이 가림없이 펼쳐지고 남동쪽으로 유학산(839m)이 가까이 보인다. 왼쪽으로 꺾어 통나무 계단을 잠시 밟고 오르면 산불 감시초소가 있는 천생산 정상이다. 정상석은 없고 대신 사적 지정비와 큼지막한 천생산성 유래비가 서 있다. 초소로 오르기 전 왼쪽으로 가면 툭 튀어 나간 바위가 미덕암이다. 동쪽을 제외한 세 방향으로 조망이 거침없이 열린다. 구미정보고에서 올라온 길과 다시 내려갈 길도 한눈에 들어온다. 답사로는 산성의 서쪽 끝을 따라간다. 100m쯤 가면 산 동쪽 사면에 복원한 성곽이 있다. 계속 가서 헬기장을 지나 성벽을 내려서면 산성에서 내려오는 오른쪽 길과 만나는 삼거리다. 왼쪽 내리막으로 간다.
나무 계단을 내려가면 안부 사거리다. 하산로는 여기서 왼쪽으로 내려가면 되지만 직진해서 통신바위를 다녀온다. 완만한 길을 느긋하게 10분 정도 가면 작은 송신탑이 서 있고 바로 앞에 두 개로 갈라진 듯한 모양의 통신바위가 솟아 있다. 공중에 솟은 기둥 모양이 이채롭다. 조망도 시원하게 열린다. 다시 사거리로 되돌아가서 서쪽인 오른쪽으로 내려간다.
사면을 돌아 10분 정도면 다시 능선에 올라선다. 소나무가 빼곡하게 둘러싼 편안한 길을 걷는다. 5분 정도면 무덤 세 기가 있는 곳에서 왼쪽으로 내려가는 길이 갈라지지만 무시하고 직진해 계속 능선을 탄다. 다시 6~7분 가면 Y자 삼거리다. 여기서는 오른쪽으로 가야 한다. 완만하게 오르내리는 길을 10분 정도 가면 송전탑 직전에 왼쪽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지만 무시하고 직진한다. 편안한 길을 15분 정도 가면 잘 단장한 묘역을 지나고 곧 한태재 고개다. 왼쪽으로 꺾어 내려간다. 금봉타운 아파트 단지를 지나 200m쯤 내려가면 도로에 닿고 여기서 왼쪽으로 가면 바로 구미정보고다.
# 떠나기 전에
- 신라 박혁거세가 천생산성 축성 기록…현재 복원공사
산 정상부의 절반 이상이 암벽으로 된 천생산성은 오랜 옛날부터 천연의 요새로 활용된 곳이다. 가운데 낙동강을 끼고 동서로 금오산의 금오산성과 함께 구미를 지키는 요충지다. 누가 봐도 요새로 삼을 만한 곳이다 보니 산성으로서의 역사도 오래됐다. 신라 박혁거세가 성을 쌓았다는 기록이 있고 확실한 역사적 기록으로는 조선시대에 들어와 세종실록지리지와 경상도지리지 산성조에 천생산성이 보인다. 이 기록에 따르면 산성은 인동에 있었다고 하는데, 현재 행정구역상으로 구미시 인동은 산성의 서쪽에 있다. 천생산성은 경상도 내의 31개 산성 가운데 하나로, 성 안에 하나의 우물과 두 개의 작은 연못이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찾아보기 어렵다.
경상북도 기념물 제12호로 지정된 천생산성은 구미에서 멀지 않은 경남 의령을 중심으로 활동했던 홍의장군 곽재우와도 인연이 있다. 기록에는 임진왜란 당시 곽재우 장군이 천생산성에서 왜군을 대파하고 수많은 무기를 거두었다고 한다. 임진왜란 이후에도 세 차례에 걸쳐 성을 더 쌓았다고 하며, 쌀 창고와 군기고 등은 흔적 없이 사라지고 지금은 성벽과 군기 꽂은 자리, 방탄석(防彈石) 등의 유적이 남아 있다. 산행 코스 가운데도 헬기장을 지나 삼거리로 내려가기 전 옛 성벽을 볼 수 있고 산성 동쪽에는 부분적으로 성곽을 복원하고 있다.
# 교통편
- 중앙고속도로 가산IC 내려 구미정보고 찾아가야
천생산 산행은 승용차를 이용하는 게 편리하다. 대구부산고속도로를 타고 대구에서 경부고속도로로 옮겨 탄 뒤 대전 방면으로 가다가 금호분기점에서 중앙고속도로를 탄다. 군위 방면으로 가다가 가산IC에서 내려 잠깐 25번 도로를 타고 간 뒤 송학교차로에서 514번 도로를 탄다. 구미 시가지로 들어서서 계속 514번 도로를 따라가다가 인동광장에서 우회전한 뒤 곧 인동성당 직전에 좌회전해 황상동 방향으로 2㎞가량 가면 구미정보고가 나온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땐 구미로 가서 시내버스를 이용해 구미정보고로 간다. 노포동터미널에서 구미 가는 버스는 오전 8시30분(첫차), 9시40분 등 하루 8차례 있다. 2시간 소요. 열차를 이용해도 된다. 부산역을 출발해 구미로 가는 열차는 오전 5시5분(첫차)부터 무궁화호와 새마을호가 수시로 있다. 구미역과 구미터미널에서는 5100번 시내버스를 타고 종점인 '황상종점' 정류장에 내려 잠시 걸어가면 구미정보고다. 구미에서 부산 가는 버스는 오후 4시35분, 7시40분, 8시50분(막차)에 있다. 부산행 열차는 밤 11시45분(막차)까지 수시로 운행한다.
문의=생활레저부 (051)500-5151, 이창우 산행대장 010-3563-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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