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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가 빛이 바래는 5월이면 철쭉이 화려하게 산을 장식한다. 옅고 짙은 분홍색으로 꾸민 산상 화원은 산꾼의 발길이 절로 향하게 한다. 철쭉이 좋은 산으로는 경남에서는 합천 황매산을 최고로 치고 가까이 천성산 등에서도 철쭉을 만날 수 있다. 이외에도 남원 지리산 바래봉이나 전남 장흥 제암산이 남녘에서는 철쭉으로 이름깨나 날리는 산이다. 이런 철쭉 명산들을 찾는다면 온 산을 뒤덮은 철쭉의 아름다움에 빠져들겠지만 한편으로는 번잡함을 피할 수 없다. 사람을 피해 여유롭게 철쭉을 감상하고 싶다면 부산에서 가까운 잘 알려지지 않은 산들이 제격이다.

'근교산&그너머' 취재팀이 이번에 답사한 경북 경주 선도산(502m)은 높이도 그다지 높지 않고 산길도 제대로 나 있지 않은 곳이다. 부산에서 찾아가기엔 교통편도 편리하지는 않다. 하지만 산행 내내 능선과 사면을 따라 피어 있는 철쭉은 그런 단점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다만 찾는 발길이 끊기다시피 한 곳이라 희미한 길이 이어지다가 낙엽에 덮여 사라졌다가는 다시 나타나길 반복한다. 철쭉이 우거진 구간도 많아 한두 군데 긁힐 각오를 해야 한다. 그래도 인적 드문 산길을 걸으며 마음껏 철쭉의 향연을 감상할 수 있다면 충분히 감수할 만하다. 이곳의 철쭉은 이번 주말이나 다음 주쯤 절정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 경주의 오지 중 오지… 희미한 길 이어지다 사라져

	근교산 취재팀이 아홉살고개에서 선도산 정상으로 가는 능선의 철쭉밭을 지나고 있다. 선도산 산행 내내 능선과 좌우 사면에 가득한 철쭉을 볼 수 있다.

선도산 산행은 경주시 내남면 안심리 청두마을 버스정류장을 출발해 당산나무~수통골~아홉살고개~선도산 정상~510m봉~도진방고개~전망대~참두리재만디·고랭지채소밭~고사리재~잇단 삼거리를 거쳐 준주봉-복안산 능선을 타다가 청두마을 방향 능선으로 하산해 버스정류장으로 돌아오는 원점회귀 코스다. 전체 산행거리는 9㎞ 정도로 순수 산행시간은 4시간30분~5시간, 휴식을 포함하면 6시간 정도 걸린다. 번듯한 길이 아니라 속도 내기가 어려워 거리에 비하면 산행시간이 오래 걸린다.

청두마을 버스 종점에서 다리를 건너 '하늘터밭(수통골)' 안내판을 따라 콘크리트 길로 올라간다. 당산나무를 지나면 곧 길이 오른쪽으로 굽는다. 마을을 벗어나 대숲을 지나면 수통골 마을이 나타난다. 한옥 스타일의 '하늘터밭' 펜션을 지난 뒤 소요유펜션 아래 돌담이 둘러쳐진 집 모퉁이를 돌아 왼쪽 길로 들어선다. '칠암정사' 입구에서 10여 m를 더 올라가서 제법 너른 공터를 지나 계곡을 건넌다. 곧 작은 무덤 바로 위에 조금 더 큰 무덤이 있다. 무덤 뒤 능처럼 불룩 솟은 곳을 오른쪽으로 돌아가면 희미한 산길이 나온다. 산모퉁이를 돌면 곧 길이 갈라진다. 직진하는 오르막이다. 발이 푹푹 빠지는 사면을 잠시 오르면 아홉살고개다. 여기서 왼쪽으로 꺾어 능선을 오른다. 급경사를 일직선으로 치고 오르면 경사가 완만해지며 무덤을 지난다. 거의 경사가 느껴지지 않는 편안한 길을 오르다가 내려서기를 반복한다. 철쭉이 빽빽해 지나가기가 어려울 정도다.

◇ 산행거리 길지 않지만 산행시간 예상밖 길어

	도진방고개에서 고랭지 채소밭으로 오르는 낙엽 쌓인 급경사길.

능선을 따라 10여 분 길을 내면서 오르면 야트막한 봉우리에 선다. 왼쪽 10시 방향으로 내려간다. 편안한 길을 잠시 내려오면 안부다. 여기서 정상을 향해 오르는 길은 온통 철쭉으로 둘러싸여 있다. 능선을 잠시 올라가면 커다란 바윗덩어리들이 무리지어 있다. 곧 무덤 2개가 있고 그 뒤쪽에 완만하게 솟아오른 곳이 선도산 정상이다. 숲이 무성해 조망은 어렵다. 이곳에서 서쪽으로 100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봉우리가 높이는 510m로 더 높지만, 안심리에서 올려다보이는 502m 봉이 정상이다.

답사로는 직진해 능선 내리막이다. 잠시 뒤 무덤을 지나 조금 더 가면 길이 왼쪽으로 휘어져 내려간다. 다시 완만한 경사를 오르면 510m봉이다. 직진해서 내려간다. 선도산 정상을 지나며 잠시 뜸해졌던 철쭉이 다시 많아진다. 곧 10시 방향으로 길이 굽으며 급경사다. 길이 희미해 능선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내려가야 한다. 널찍한 무덤을 지나면 큰 바위 왼쪽으로 내려간다. 발목까지 빠지는 낙엽 때문에 길이 사라진다. 옛 임도를 가로질러 내려가면 왼쪽으로 묵은 길의 흔적이 보인다. 철쭉을 헤치고 직진해 내려가면 소나무 숲 왼쪽으로 능선이 이어진다. 곧 완만한 안부의 도진방고개다.

◇ 오르내리는 완만한 능선 따라 곳곳에 철쭉 군락

	풀이 무성한 고랭지 채소밭. 정상을 빙 돌아 길이 이어진다.

직진해서 완만하게 올라갔다가 내려서며 10분 정도 가면 오른쪽으로 탁 트인 바위전망대가 나온다. 이번 코스에서 처음 만나는 전망대다. 정면 멀리 낙동정맥 산줄기가 남북으로 이어지고 북쪽 끝에 정상부가 움푹 들어간 단석산이 보인다. 5분 정도 내려가 안부를 지나면 급경사 오르막이다. 20분 가까이 발이 푹푹 빠지는 비탈을 오르면 고랭지 채소밭이 있는 창두리재만디에 오른다. 정상에 산불감시초소가 있다. 주위를 구경한 뒤 내려와 임도를 따라 산자락을 빙 돌아간다. 농사철이 아닐 때는 왼쪽 능선 방향으로 바로 내려가도 되지만 다른 때는 반드시 임도로 가야 한다. 채소밭 끝자락을 지나면 임도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꺾어 들어간다. 완만한 오르막을 가면 다시 왼쪽에 채소밭이 보이는 고개다. 여기서 임도를 벗어나 오른쪽 능선으로 들어선다.

철쭉 터널 속 완만한 능선이 물결치듯 오르내린다. 20분 정도 완만한 길을 가면 고사리재 안부를 지난다. 여기서부터 가팔라진 길은 잠시 뒤 능선을 벗어나 1시 방향으로 오른다. 10분쯤 가면 길이 완만해지고 다시 10분 정도면 분지처럼 평평한 소나무 숲을 지나 삼거리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가면 복안산이 가깝다. 답사로는 왼쪽으로 꺾어 준주봉 방향이다. 이 길은 울산과 경북의 경계선이기도 하다. 경사가 느껴지지 않는 평탄한 길을 10여 분 가다가 약간 경사진 내리막이 이어진다. 여기서 20~30m 내려가면 길이 갈라진다. 이정표나 별다른 표시가 없어 주의해서 살펴야 한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꺾이는 뚜렷한 길은 준주봉으로 가는 능선이고 하산로는 직진하는 내리막이다.

내리막엔 길을 따라 나무를 베어내 쉽게 따라갈 수 있다. 경사는 대체로 가파르다. 10여 분 내려가면 잔돌이 많아 미끄러운 급경사에 로프를 매어두었다. 로프 끝에서 100m를 채 못 가 길이 왼쪽으로 90도 꺾여 사면을 가로지른 뒤 다시 내리막이다. 완만하게 내려가다가 살짝 올라선 곳에서 오른쪽으로 90도 꺾은 뒤 곧 급경사를 한참 내려간다. 마을 콘크리트 길이 내려다보일 즈음 길이 오른쪽으로 꺾이며 완만해진다. 도로 가까이 내려가다가 길이 갈라진다.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뚜렷한 길은 주택 마당으로 이어져 이를 피해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내려간다. 계곡에 닿아 오른쪽으로 잠시 내려가면 버스 정류장 바로 아래로 내려간다.


# 떠나기 전에

- 산행 기점 안심리는 이름처럼 숨은 안식처 모양

십승지 또는 십승지지(十勝之地)란 말은 익히 들어보았을 것이다. 풍수에서 흔히 전쟁과 굶주림을 면할 수 있는 곳으로 쓰이는 승지란 말은 원래 경치가 좋은 곳이나 지형이 좋은 곳을 뜻한다. 전해오는 바는 우리나라에 10곳의 승지가 있어 십승지로 부른다고 하는데 사실 그 10곳의 위치는 정확하지 않다.

그런데 꼭 이런 곳이 아니더라도 우리나라에는 깊숙한 골짜기에 이런 곳이 숨어 있나 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로 뜻밖의 장소에 마을이 들어서 있는 곳이 많다. 이런 곳을 보면 특히 전란을 피해 숨어지낼 만한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 선도산 산행의 출발지이자 도착지인 청두마을과 수통골이 그렇다. 경북 경주시 내남면 안심리(安心里)라는 지명이 말해주듯 안심하고 살만한 곳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산행을 위해 청두마을로 가려면 수차례 휘어 들어가는 계곡을 거슬러 올라가야한다. 아래쪽 들판에서 청두마을 방향을 바라보면 겹겹으로 있는 산으로 마을이 있다는 걸 짐작조차 하기 어렵다. 실제 이곳에는 6·25 때 경주 시내에서 피난 와 눌러앉은 이가 적지 않다. 취재팀이 길을 물은 70대 주민도 10대 때 피난 들어와 죽 살고 있다고 한다. 선도산을 전후한 능선을 걷다가 내려다보면 첩첩이 둘러싼 산들 가운데 아담하게 자리 잡은 안심리를 확인할 수 있다.


# 교통편

- 경주터미널 나와 507번 버스 타고 청두마을 하차

산행 기점이자 종점인 안심리 청두마을은 경주에서도 오지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경주 시내로 가서 다시 울산과의 경계 가까이 되돌아와야 한다. 노포동 동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경주로 가는 버스는 오전 5시30분부터 대략 15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경주에 도착하면 터미널을 나와 오른쪽으로 50m가량 가면 나오는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구일' 행 507번 버스를 타고 청두 회차지점까지 가면 된다. 다만 오전에는 8시40분에 출발하는 버스만 청두까지 올라가고 오전 6시10분, 10시50분 버스는 아래의 안심마을회관까지만 간다. 산행을 마친 뒤에도 안심마을회관으로 내려가서 버스를 타야 한다. 오후 4시40분, 7시, 8시25분. 경주에서 부산행 버스는 밤 9시50분까지 15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원점회귀라 승용차 이용이 편리하다. 경부고속도로 경주IC에서 내려 나정교 삼거리에서 언양 방향으로 우회전한다. 35번 도로로 계속 가다가 904번 도로로 옮겨 내남면사무소 앞을 지나 3㎞ 정도 더 가서 안심리 방향으로 좌회전한다. 700m 정도 가서 삼거리에서 오른쪽 길로 안심마을회관을 지나 콘크리트 길로 쭉 올라가면 청두마을이다. 버스 회차지점을 피해서 주차하는 게 좋다.

문의=생활레저부 (051)500-5151, 이창우 산행대장 010-3563-0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