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은 산꾼들에게는 보물창고 같은 곳이다. 천황산과 재약산 같은 영남알프스의 1000m대 주요 봉우리를 품고 있을 뿐만 아니라 높이에서는 그에 미치지 못하지만 산세는 못지않은 명산이 즐비하다. 종남산처럼 영남알프스와 별개의 산군을 이루는 산이 있지만 영남알프스 줄기에도 '보석'이 숱하게 있다. '근교산&그너머' 취재팀이 근교산 20주년 기념으로 찾은 5월 추억의 코스는 경남 밀양의 수리봉(765m)~문바위(884m)~북암산(806m) 코스다. 이 세 봉우리는 억산에서 남쪽으로 뻗어내린 능선에서 솟구쳐 있다. 바로 곁의 억산에 가려 있지만 이 봉우리들은 올라가기도 내려오기도 만만찮은 곳이다. 세 봉우리를 모두 이어 걸어도 그다지 긴 거리는 아니지만 석골사에서 수리봉으로 오르는 길과 북암산에서 가인리로 내려가는 길은 경사가 급해 체력 소모가 많다.
그렇다고 이 코스가 마냥 땀만 흘리는 코스는 아니다. 멀찍이 밀양-울산 국도 변에서 바라보면 알 수 있지만 곳곳에 거대한 바위가 하얀 몸집을 드러내고 있다. 이 중 여러 곳이 등산로와 접해 있어 시원하게 조망을 즐길 수 있다. 특히 수리봉 오르는 길의 전망대에서는 가까이 억산~운문산 능선과 멀리 능동산~천황산 능선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또 문바위는 이름처럼 거대한 바위 봉우리라 따가운 햇볕만 견딘다면 주변의 영남알프스 산군 조망을 제대로 누릴 수 있다.
◇ 7.5㎞ 정도로 길지 않지만 체력 소모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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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교산 취재팀이 수리봉 정상에 오르기 전 전망대에서 석골사 방향을 조망하고 있다. 오른쪽 골짜기가 모이는 곳에 석골사가 있다. 녹음이 우거져 온 산이 초록으로 덮여 있다. |
이번 산행은 밀양시 산내면 원서리 석골사 아래에서 출발해 잇단 전망대~수리봉 정상(~수리덤)~암릉~억산·문바위 갈림길~문바위 정상~북암산 정상을 거쳐 산내면 가인리 인골산장에서 마친다. 전체 산행거리는 7.5㎞ 정도로 순수 산행시간은 3시간30분~4시간, 휴식을 포함하면 5시간 안팎 걸린다. 기온이 많이 오른 만큼 틈틈이 시원한 전망대에서 땀을 식히며 가면 예상보다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
이번 산행은 밀양-울산 국도 변의 원서 버스정류장에서 굴다리를 통과해 석골사로 올라가다가 석골사 직전 갈림길 옆의 수리봉 등산로 입구 이정표에서 시작한다. 마을을 지나 올라가다가 길이 갈라지는 지점에 '화장실' 안내판이 있다. 여기서 왼쪽 길로 올라가면 바로 길 가에 이정표가 있다. 이정표(수리봉 1.6㎞, 문바위 3.1㎞, 북암산 4.1㎞)에는 이번 코스의 세 개 봉우리가 모두 표시돼 있다. 이정표의 거리는 GPS에 나타난 거리와는 약간 차이가 난다. 잠깐 석골사로 올라가 절과 석골폭포를 둘러보고 내려와서 산행을 시작한다. 완만하고 널찍한 흙길 임도를 100m 정도 가서 오른쪽으로 꺾어 올라간다.
◇ 문바위 올라가면 운문산·능동산·천황산 조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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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머리의 석골사 아래 석골폭포. |
통나무 계단이 설치된 급경사를 잠시 오르면 비를 피할 만한 커다란 바위를 지난다. 간신히 비를 피할 수 있을 정도 크기다. 숲이 울창하지만 틈틈이 시야가 조금씩 트인다. 워낙 길이 가팔라 빠르게 고도를 높인다. 올라온 반대 방향으로 운문산에서 석골사로 바로 연결되는 능선과 멀리 얼음골 케이블카 상부 승강장이 시야에 들어온다. 경사는 급하지만 길은 뚜렷하게 이어진다. 출발해서 30분 정도면 등산로 오른쪽으로 살짝 튀어나온 전망대다. 범봉과 운문산 방향으로 조망이 열린다. 곧 바위벽을 만나 오른쪽으로 급경사를 올라가면 이번 코스 최고의 전망대를 만난다. 바위벽 위에는 소나무 몇 그루가 있지만 동쪽에서 서쪽으로 가리는 것 없이 시원한 조망을 누릴 수 있다. 범봉과 운문산 석남재, 능동산, 천황산이 쭉 이어진다.
여기서 완만한 길을 잠시 가면 석골사 방향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삼거리다. 왼쪽 오르막으로 가면 길이 가팔라진다. 잠시 뒤 오른쪽으로 수리봉 정상 아래의 수직 암벽인 수리덤이 보인다. 아름드리 소나무가 울창한 길을 갈지자로 오가며 올라간다. 20여 분 완만한 길과 가파른 길이 반복되는 오르막을 가다 보면 다시 길을 살짝 벗어난 왼쪽에 툭 튀어나온 바위 전망대가 있다. 깎아지른 벼랑 위에서 오른쪽으로 시야를 돌리면 문바위와 북암산을 볼 수 있다. 여기서 철쭉 사이를 지나 잠시 오르면 수리봉 정상이다. 나무가 우거져 조망은 어렵다. 정상석 오른쪽으로 5~6분 가면 수리덤 암벽 위에서 석골사를 내려다볼 수 있다. 답사로는 정상석 뒤로 내려간다.
가파른 내리막을 10분 정도 내려가면 암릉이 나타난다. 직진해서 바로 올라간다. 암릉 위에서는 좌우로 조망이 시원하다. 짧은 암릉을 지나 나무가 우거진 완만한 능선을 잠시 가면 잘록한 안부 사거리다. 해발 700m를 조금 넘는 안부에서 900m까지 바로 치고 올라간다. 여기서부터 점차 가팔라지는 오르막을 10분가량 가면 Y자 삼거리다. 오른쪽은 바로 억산으로 가는 길이고 문바위는 왼쪽으로 간다. 문바위가 올려다보이는 전망대를 지나면 곧 능선 삼거리다. 역시 오른쪽은 억산으로 이어지고 문바위는 왼쪽이다. 살짝 내려간 뒤 완만한 능선을 오르내린다. 능선 왼쪽은 급경사 사면이고 일부는 바위 벼랑이다. 곧 큼지막한 바위 덩어리인 문바위 정상이다. 동쪽으로 수리봉에서 올라오는 능선이 뱀처럼 구불거리고 남쪽과 서쪽으로도 조망이 탁 트인다.
◇ 인골산장 하산길은 급경사… 위험구간엔 로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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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려다 본 문바위 정상. 거대한 하나의 암봉이다. |
북암산 가는 길은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곧 '북암-8' 119 표지목이 선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간다. 20m 정도 가면 또 갈림길이다. 이번에는 왼쪽으로 내려간다. 오른쪽 길은 가인계곡 상류로 내려선다. 급경사를 잠시 내려가면 오른쪽에서 오는 길과 만난다. 왼쪽 길로 내려간다. 여기서부터 완만한 내리막을 잠시 가면 무덤을 지난다. 완만하게 오르내리는 능선을 가다 보면 소나무 두 그루가 서 있는 벼랑 위 전망대다. 살짝 내려섰다가 참나무와 철쭉이 우거진 완만한 오르막을 잠깐 올라가면 경사가 완만해지고 곧 북암산 정상이다. 수리봉과 마찬가지로 나무가 많아 조망은 어렵다. 하산길은 직진이다. 5분 정도면 출발한 뒤 처음으로 이정표가 나온다. 인골산장까지 1.9㎞로 표시돼 있다.
내리막 경사가 가팔라지기 시작한다. '북암-5' 표지목에서 시야가 잠시 트이며 봉의저수지가 내려다보인다. 여기서 바위 사이로 로프가 설치된 급경사를 내려간다. 10분 정도 내려가 완만해지면 곧 삼거리다. 오른쪽 길로 직진한다. 두 길은 곧 아래에서 만난다. 다시 급경사를 내려가면 허물어져 가는 무덤을 지나며 길이 완만하게 사면을 가로질러간다. 곧 '북암-2' 표지목이 있는 삼거리다. 오른쪽 오르막은 북암으로 가는 옛길이다. 왼쪽으로 꺾어 소나무 숲 속 완만한 길을 가다가 무덤 3기를 잇달아 지나 짧은 급경사를 내려가면 인골산장 옆으로 내려선다.
# 떠나기 전에
- 문바위·북암산 이름은 마을주민에게 물어 처음 소개
1990년대 근교산 취재팀이 석골사에서 수리봉으로 올라가는 코스를 소개할 즈음엔 이곳을 찾는 발길이 거의 없었다. 상운암계곡을 거쳐 운문산을 오르거나 팔풍재를 거쳐 억산을 오르는 산꾼이 석골사를 찾았다. 수리봉에서 억산이나 북암산으로 가는 코스는 옛길이 뚜렷이 있었지만 산꾼의 발길은 드물었다.
석골사 입구에서 수리봉으로 올라가는 코스를 개척할 때는 몇 차례 되돌아나와 다시 길을 찾기를 반복했다. 도로변 이정표에서 올라가는 임도는 당시에도 있었지만 임도를 벗어나 수리봉으로 가는 길은 거의 새로 만들다시피 했다. 이정표는 수년 전 설치한 것이다. 정상 표지석도 없어 근교산 리본에 산 이름을 적어 걸어두었지만 지금은 세 봉우리 모두 정상석이 서 있다.
세 봉우리 모두 국립지리원이 발행한 지형도에는 아무런 이름이 없다. 수리봉과 북암산은 높이만 표기돼 있고 문바위는 아예 그런 표시도 없다. 수리봉은 예전부터 산꾼들 사이에 알려진 이름이었지만 북암산과 문바위는 근교산 취재팀이 코스를 개척하며 마을 주민에게 물어 알아낸 것이다. 문바위는 마을에서 올려다보면 문짝처럼 보인다 해서 문바위로 불렸고, 북암산은 정상 서쪽의 바위인 북암에서 따 붙였다.
# 교통편
- 밀양에서 얼음골행 버스 타고 원서에서 하차
이번 산행 기점인 석골사로 가려면 일단 시외버스나 기차 편으로 밀양까지 가서 버스를 갈아타야 한다. 부산역을 출발해 밀양으로 가는 무궁화호 열차는 오전 5시5분(첫차), 5시40분, 6시35분, 7시10분, 7시50분, 8시42분 등에 있다. 밀양역에서 버스터미널까지는 시내버스나 택시로 이동한다. 밀양터미널에서는 얼음골(석남사) 가는 버스를 타고 원서에서 내리면 된다. 오전 8시5분, 9시5분, 9시35분(농어촌버스), 10시40분, 11시30분에 있다.
산행을 마치는 가인에서는 얼음골에서 밀양 들어가는 버스를 타면 된다. 밀양으로 가는 버스는 오후 2시40분, 4시20분, 5시(농어촌버스), 6시(막차)에 얼음골을 출발한다. 가인까지는 10분 정도 걸린다. 밀양에서 부산으로 돌아오는 무궁화 열차는 오후 5시49분, 6시12분, 6시55분, 7시34분 등에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땐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서울산IC에서 내려 석남사를 거쳐 가지산터널을 지나 원서에서 석골사로 올라가면 된다. 대구부산고속도로 밀양IC를 거쳐 가도 된다.
문의=생활레저부 (051)500-5151, 이창우 산행대장 010-3563-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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