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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전고투. 이번에 '근교산&그너머' 취재팀이 답사한 경북 청도의 점삐알산(356m)~함박등(498m)~굴띠산(409.6m) 코스를 한 마디로 설명하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은 원체 등산인구가 많은데다 어지간한 산은 지자체가 나서 등산로를 정비하고 안내판과 이정표를 설치해 대부분 길이 잘 다듬어진 고속도로와 같은 느낌을 받는다. 근교산 코너에서 근래 소개한 곳도 여수 금오산의 매봉산 코스와 비렁길 트레킹 코스, 합천 모산재 코스 등 이정표와 안전시설이 잘 갖춰진 길이다. 이런 코스들은 조망과 산길 자체의 즐거움이 빼어나다. 그렇지만 미답의 산길을 헤치고 갈 때 또 다른 산행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점삐알산과 함박등, 굴띠산 등 이번 답사에서 오른 봉우리들의 이름은 국립지리원이 발행한 지형도에는 올라 있지 않고 다만 숫자로만 나타나 있다. 이들 봉우리의 이름은 들머리인 남전마을과 소천마을 주민이 이전부터 불러온 것이다. 점삐알산은 높이는 낮지만 산자락에 예전 그릇을 굽던 곳이 있어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 300~400m대 능선 오르락내리락

	근교산 취재팀이 점삐알산에서 함박등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을 지나고 있다. 묵은 길이지만 소나무 숲엔 풀이 적어 길을 따라가기는 어렵지 않다. 이번 코스는 대부분 숲을 지나 조망을 하기는 어렵다.

이번 코스의 전체 구간 가운데 3분의 1에 해당하는 후반부는 비슬지맥 구간으로 경북 청도와 경산의 경계를 이룬다. 나머지 3분의 2인 전반부는 희미한 길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 구간을 개척하다시피 하며 걸어야 한다. 물론 계속 능선을 따라가기 때문에 몇 군데 헷갈리는 지점만 주의하고 능선을 벗어나지만 않으면 길을 잃을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 그렇더라도 길의 상태는 여느 등산로와는 견줄 수 없이 열악하다. 관목이 우거진 곳을 지날 땐 다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또 뜻밖에 갈고개로 내려가는 마지막 구간의 길 상태가 좋지 않다. 햇볕이 잘 들어서인지 여름철 들어 풀이 우거진 탓에 지나가기가 성가실 정도다.

길이 험한 만큼 단독 산행은 삼가고 최소 두 명 이상 함께 나서는 게 좋다. 굴띠산을 지나 비슬지맥과 만나는 곳에서 오른쪽 소천리 방향으로 내려가는 길과 산행 막바지의 농원에서 왼쪽 갈고개 방향으로 내려가는 도로 외에는 중간에 탈출할 수 있는 곳도 마땅찮다. 그렇더라도 끊어진 듯하다가 다시 나타나는 옛길을 따라가는 개척산행은 남다른 산행의 묘미를 맛볼 수 있다.

이번 산행은 경북 청도군 금천면 사전리 남전 버스정류장을 출발해 동래정씨 묘에서 산길로 접어들어 밀성박씨 묘~점삐알산~430m봉~488m봉~함박등(삼각점)~굴띠산(삼각점)~송전탑~삼거리(청도-경산 경계 만남)~농원~삼거리(용산-갈고개 갈림길)~송전탑을 거쳐 금천면 갈지리 갈고개에서 마친다. 청도 함박등 산행은 전체 산행거리는 11㎞ 정도로 순수 산행시간은 4시간~4시간30분, 휴식을 포함하면 5시간30분 안팎이 소요된다. 길이 뚜렷하지 않고 부분적으로 관목과 풀이 우거져 지나가기 어려운 곳이 많아 거리에 비하면 산행시간이 오래 걸린다.

◇ 후반부는 청도와 경산 경계 비슬지맥

	산행 도중 보이는 경산 쪽의 채석장.

사전리 남전 정류장에 내리면 바로 산행을 시작한다. 현재 도로공사 중이라 제대로 된 정류장이 서 있지는 않다. 뒤쪽의 '사전2길' 방향으로 들어선 뒤 2차로 교량 왼쪽의 작은 콘크리트 다리를 건너간다. 마을 길을 따라 직진해서 200m쯤 가면 마지막 집을 지나 소나무로 조경한 동래정씨 묘에 닿는다. 여기서부터 초입의 능선에 올라서기까지 길이 제대로 나 있지 않아 주의해서 올라야 한다.

동래정씨 묘 오른쪽의 너른 흙길로 올라 감나무와 대추나무가 있는 밭을 돌아 올라가 길이 꺾이면 곧바로 오른쪽으로 들어가는 샛길이 있다. 길이 묵은 데다 풀이 많아 유심히 살펴야 한다. 곧 무덤 2기가 나온다. 곧장 오른쪽으로 10m 정도 올라가면 다시 무덤 2기가 있다. 여기서 3시 방향으로 가면 밀양박씨 묘 3기가 있고 여기서 왼쪽 위로 올라간 뒤 2시 방향으로 치고 오른다. 여기는 제대로 된 길 흔적이 없어 리본을 잘 보고 올라야 한다.

비스듬하게 30~40m 올라가면 희미한 길과 만난다. 조금 더 오르면 석축을 쌓은 밀성박씨 묘를 지나면서 경사가 가팔라진다. 이후로는 능선을 따라 거의 일직선으로 오른다. 잇달아 무덤을 지나며 대체로 완만한 길이다. 오른쪽 맞은편 산자락에 제법 큰 규모의 사찰인 대국사가 있다. 10분 정도면 길이 가팔라지고 곧 이번 코스의 첫 번째 봉우리인 점삐알산에 오른다. 숲이 우거진 봉우리는 별다른 특징이 없다. 이어 완만하게 오르내리는 능선을 타고 가다가 간벌한 곳을 지나면 430m 봉에 오른다.

길은 중간에 몇 군데 가파른 구간이 있지만 대체로 완만하다. 잠시 뒤 달성서씨 묘와 밀양박씨 묘를 잇달아 지나며 조금 가팔라진다. 석축을 쌓은 오래된 무덤을 지나면 곧 펑퍼짐한 488m 봉 정상이다. 이곳도 숲이 우거져 조망은 어렵다. 직진하면 완만한 내리막이다. 길이 뚜렷하지는 않지만 따라가기 어렵지는 않다. 관목이 우거져 발아래가 잘 보이지 않는 구간을 지나는 중에 왼쪽으로 잠깐 조망이 트이며 맞은편 학일산(693m)이 살짝 보인다. 관목을 헤치며 완만한 오르막을 가다 보면 이번 코스의 최고 지점으로 삼각점(동곡426)이 있는 함박등이다. 삼각점 표지판 뒤로 가서 살짝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내려간다. 곧 희미한 길이 나타난다. 15분 정도 내려와 완만하던 길이 가팔라지는 곳에서 직진해 내려가는 대신 왼쪽 11시 방향으로 가야 한다. 자칫 바로 내려가기 쉬운 곳이므로 유심히 리본을 살펴야 한다.

제법 가파른 길을 잠시 내려가면 안부에서 희미한 길은 오른쪽으로 내려가고 답사로는 직진해서 오른다. 급경사를 올라 작은 봉우리에 오른 뒤 완만하게 오르내리며 10여 분 가면 무덤을 지난다. 작은 봉우리를 올랐다가 험한 능선을 잠시 가면 간벌지대를 지나 삼각점(동곡422)이 있는 굴띠산 정상이다. 삼각점 표지판을 지나 1시 방향으로 내려간다. 하늘이 트인 안부를 지나 무성한 수풀을 헤치면 송전탑이 나온다. 송전탑 아래를 지나 직진한다. 무성한 칡넝쿨을 뚫고 풀이 무성한 길을 150m 정도 가면 청도군과 경산시의 경계인 비슬지맥과 만나는 삼거리다. 여기서부터는 길이 뚜렷해진다. 왼쪽으로 꺾는다.

◇ 갈고개 하산길 우거진 풀에 '진땀'

	한결 걷기 편한 비슬지맥 구간의 등산로.

다시 150m 정도 가서 소나무 숲으로 들면 곧 Y자 삼거리다. 여기서는 오른쪽 길로 간다. 풀이 성가시지만 거의 경사가 느껴지지 않는 길이다. 20분 정도면 왼쪽 아래로 콘크리트 도로가 보인다. 탁 트인 능선 위 밭을 지나가면 숲으로 들어가고 10m쯤 가서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내려가면 도로다. 농원 입구를 지나 30m 정도 가서 왼쪽의 능선으로 올라간다. 길은 곧 왼쪽으로 휘어져 완만한 내리막에 이어 오르막으로 바뀐다. 20분 정도 가서 작은 봉우리를 오르지 않고 왼쪽으로 돌아가면 삼거리다. 오른쪽으로 꺾이는 길은 경산 용산(435m)으로 이어진다. 답사로는 직진하는 내리막이다. 5분 정도면 송전탑을 지난다. 길은 뚜렷하지만 지나가기 어려울 정도로 풀이 무성하다. 조금씩 오르락내리락하며 고도를 낮춘다. 20여 분이면 청도 동곡과 경산을 연결하는 도로가 지나는 갈고개에 내려선다.


# 떠나기 전에

- 갈고개 지나 능선 이어가면 비슬산으로

이번 코스의 후반부는 낙동정맥 줄기의 경주 사룡산에서 갈라져 나와 비슬산과 청도 화악산을 거쳐 밀양의 낙동강 자락에서 끝나는 비슬지맥 구간을 지난다. 비슬지맥 줄기는 경북 청도와 영천·경산·달성의 경계를 이루다가 다시 밀양과 창녕 땅을 지난다. 이번 산행 중에는 송전탑을 지나 수풀을 헤치고 가다가 만나는 삼거리에서부터 청도·경산의 경계선이자 비슬지맥 구간을 걷게 된다.

요즘은 백두대간과 각 정맥 종주를 거쳐 지맥 종주를 하는 산꾼이 적지 않다. 그 덕분에 그다지 높지도 않고 경치가 뛰어나지도 않은 그만그만한 산길들도 걸을 만하게 길이 반듯해졌다. 이번 산행에서 비슬지맥을 만나기 전과 후의 길을 비교해 보면 잘 알 수 있다.

청도 함박등 산행은 갈고개에서 끝나지만 비슬지맥은 갈고개에서 다시 솟구쳐올라 대왕산(606m)과 용각산을 거쳐 비슬산까지 이어진다. 지맥의 이름이 된 비슬산은 흔히 대구 달성군 비슬산으로 생각하지만 청도군 각북면에도 걸쳐 있다.


# 교통편

- 청도-동곡-남전 순으로 교통편 갈아타야

이번 코스는 대중교통으로 가려면 부산-청도-동곡-남전 순으로 차를 여러 번 갈아타야 한다. 부산역을 출발하는 청도행 열차는 오전 6시35분, 7시10분, 7시50분, 8시42분 등에 있다. 청도역을 나와 왼쪽으로 100m 정도 가면 청도터미널이다. 여기서 동곡·운문사 방면 버스를 타고 동곡에 내리면 된다. 오전 7시40분, 9시20분, 10시40분 출발. 동곡에서는 갈지행 버스를 탄다. 오전에는 8시, 10시10분 두 차례 있다. 부산역에서 오전 7시50분 기차를 타면 청도와 동곡에서 오래 기다리지 않고 연결된다.

산행을 마치는 갈고개에서는 휴게소 정류장에서 동곡이나 경산 방향 버스를 타면 된다. 동곡행 버스는 오후에는 5시20분, 7시에 있다. 경산 자인행 버스는 대략 1시간 간격이며 오후 7시, 8시30분, 9시, 9시25분(막차)에 있다. 동곡에서는 운문사에서 청도로 가는 버스를 타면 된다. 운문사에서 오후 3시30분, 5시30분, 7시15분(막차)에 출발하며 동곡에는 15~20분 뒤 도착한다. 자인에서는 경산역으로 가는 시내버스가 자주 있다. 경산역이나 청도역에서 부산행 열차를 타면 된다.

승용차를 이용할 땐 대구부산고속도로 밀양IC에서 내려 밀양 쪽으로 가다가 긴늪 사거리에서 25번 도로로 상동으로 간다. 상동역 지나 삼거리에서 58번 도로를 타고 계속 가다가 매전면 소재지의 매전삼거리에서 20번 도로로 이어 타고 직진한다. 동곡 사거리에서 좌회전하면 곧 남전이다. 산행 후엔 갈고개에서 동곡 들어가는 버스를 타고 남전에 내리면 된다.

문의=생활레저부 (051)500-5151, 이창우 산행대장 010-3563-0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