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이라도 잠깐 비가 그치고 해가 나면 산행은 고역이 된다. 가뜩이나 더운데다 습도가 높으니 금방 땀으로 범벅이 된다. 바람 시원한 탁 트인 능선길도 좋지만 이런 때는 아무래도 물이 반갑다. 계곡에 들어서면 바깥보다 기온이 쑥 내려가는 걸 체감할 수 있다. 시각적으로도 맑은 계류를 바라보며 더위를 잊을 수 있다. 근교산 20주년 기념 7월 추억의 코스는 경북 청도 학심이골을 찾았다.
해발 1241m의 가지산은 숱한 명산을 품은 영남알프스에서도 가장 높고 산세가 빼어나다. 높은 산이 골이 깊다고, 가지산 남쪽으로 정상과 중봉 사이에서 흘러내린 물줄기는 호박소를 품은 용수골을 지나 쇠점골로 이르고 북쪽으로는 상운산과 쌀바위 사이에서 흘러내린 학심이골이 10㎞ 이상을 흘러 고찰 운문사에 이른다. 호박소가 여름 피서지로 많은 이가 찾지만 학심이골은 험한 산세와 긴 산행거리 탓에 상대적으로 발길이 적었다. 하지만 학소대를 비롯한 폭포가 이어지는 비경은 어느 계곡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이처럼 비경을 품은 학심이골을 내년부터는 쉽게 찾을 수 없게 됐다. 환경부의 '운문산 생태·경관 보전지역' 지정에 따라 학심이골과 심심이골을 대상으로 탐방예약제를 시행한다. 하지만 학심이골은 학소대 위로는 올라갈 수 없도록 해 지금처럼 전체 구간을 걸을 수는 없다.
■상운산 오른 뒤 10㎞ 가까운 계곡길로 하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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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교산 취재팀이 학심이골 비룡폭포의 비경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비룡폭포는 자그마한 폭포 4개가 이어져 있다. |
이번 답사에서는 처음 소개할 때와는 코스를 조금 달리했다. 학심이골을 내려가는 코스는 같지만 능선의 학심이골 입구까지는 다른 길로 접근했다. 처음 소개 때는 석남터널을 출발해 가지산을 오른 뒤 쌀바위를 거쳐 학심이골로 들어섰다. 하지만 가지산터널이 개통되며 기존에 석남사와 밀양을 오가던 버스가 석남터널을 지나지 않게 돼 시작 지점을 운문령으로 바꿨다. 이번에는 운문령에서 귀바위를 지나 상운산 정상에 오른 뒤 학심이골로 내려가는 길을 잡았다.
학심이골 산행은 울산시 울주군과 경북 청도군의 경계인 운문령을 출발해 석남사 갈림길~운문산휴양림 삼거리~귀바위~상운산 정상~학심이골 입구~폭포~학소대 갈림길~학소대(~다시 갈림길)~삼거리~비룡폭포(~다시 삼거리)~환경감시초소 사거리~학심이골-심심이골 삼거리~사리암 주차장을 거쳐 운문사에서 마친다. 전체 산행거리는 14㎞ 정도로 순수 산행시간은 5시간 안팎, 휴식을 포함하면 6시간가량 걸린다.
운문령에서 버스를 내리면 바로 산행을 시작한다. 등산안내도 옆 콘크리트 길을 잠시 올라가면 환경감시초소를 지난다. 오른쪽으로는 운문령에서 문복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임도는 경사가 완만해 산책하듯 걸을 수 있다. S자를 그리는 임도 중간에 질러 올라가는 길이 있지만 처음엔 임도를 따라간다. 틈틈이 이정표가 있지만 거리 표시가 제각각이라 방향만 참고하는 게 좋다. 평탄한 길을 가다 보면 왼쪽으로 석남사로 내려가는 길이 갈라지는 곳이다. 여기서 임도를 벗어나 왼쪽 산길 오르막으로 접어든다. 경사 급한 길로 빠르게 고도를 높인다. 10분 정도면 임도를 만나지만 계속 산길로 오른다. 5분 정도면 콘크리트 임도와 다시 만난다. 나무벤치 3개가 놓여 있다.
■운문사까지 이어지는 맑은 계류 바라만 봐도 서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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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심이골 하산길에 지루한 내리막을 한참 내려가면 가장 먼저 만나는 무명폭포. |
여기서 임도를 가로질러 맞은편으로 가면 상운산 방향 이정표를 따라 산길로 접어든다. 경사는 한결 누그러진다. 10여 분 가면 임도와 멀어지며 경사가 조금 가팔라진다. 곧 시야가 트이는 바위 지대를 지난다. 가지산과 능동산, 배내봉 등이 이어지고 뒤돌아보면 고헌산도 눈에 들어온다. 귀바위 암벽도 지척이다. 잠시 뒤 운문산휴양림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난다. 직진해서 완만한 능선을 조금만 더 가면 귀바위에 오른다. 주변의 영남알프스 봉우리들을 모두 눈에 담을 수 있다. 이어지는 길은 울창한 숲 속의 완만한 오르막 능선이다. 10분가량이면 잠깐 급경사 바윗길을 올라 상운산(1114m) 정상에 선다. 동쪽으로는 가리는 나무가 없어 조망이 시원하다.
내려가는 길은 직진이다. 20m만 가면 삼거리다. 오른쪽은 운문산자연휴양림과 쌍두봉 방향이다. 이정표의 왼쪽 쌀바위·가지산 방향으로 내려간다. 미끄러운 흙길을 10분 정도 내려가면 임도다. 헬기장과 전망대가 옆에 있다. 오른쪽으로 꺾어 임도를 따라 가지산 정상 방향으로 간다. 평탄한 길을 5~6분 가다가 길이 왼쪽으로 꺾이는 곳에 학심이골로 내려가는 길이 갈라진다. 이정표는 없지만 입구에 '학심이골 산행 주의' 안내판이 서 있어 쉽게 알아볼 수 있다. 본격적인 하산길이다. 초입은 완만하지만 곧 산죽밭으로 들어서며 점차 가팔라진다. 북향이라 바위엔 이끼가 많고 흙길도 잘 마르지 않으므로 내려갈 때 주의해야 한다.
지루한 내리막을 20여 분 내려가면 물소리가 들린다. 곧 길이 조금 완만해지며 맑은 계류가 시야에 들어온다. 계곡을 오른쪽에 두고 내려간다. 20분쯤 내려가 계곡 오른쪽으로 건너가서 조금만 내려가면 10여 m 높이의 폭포가 나타난다. 이어 물이 흘러내리는 바위 사면을 지나면 제법 넓어진 계곡을 다시 건넌다. 곧 나무다리가 나타난다. 여기선 왼쪽으로 꺾어 학소대로 간다. 산자락을 돌아가면 사거리다. 오른쪽은 비룡폭포로 바로 내려가는 길이다. 직진하면 곧 학소대 전망대가 나타나고 학소대가 나무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다. 장마철이라 수량이 풍부해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폭포 앞 계곡을 건너면 맞은편 바위에 학소대(鶴巢臺)란 글자가 새겨져 있다.
■학소대 아래로는 탐방로 새로 조성해 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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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마철 수량이 늘어나 하얀 물보라가 날리는 학소대 폭포. 맞은편 바위에 학소대란 글자가 새겨져 있다. |
온 길을 되짚어 올라간다. 다리로 가는 도중의 사거리에서 아래로 내려가면 바로 비룡폭포지만 이번 답사에서는 다시 다리로 돌아갔다. 다리를 건너 내려가면 곧 급경사 돌계단이다. 10분 정도 내려가 난간이 끝나는 곳에서 삼거리다. 여기서 왼쪽 길로 내려가 계곡에 닿은 뒤 건너가 40~50m 올라가면 4단으로 떨어져 내리는 비룡폭포와 만난다. 비룡폭포도 마찬가지로 수량이 풍부해 하얀 물거품을 토해내고 있다. 폭포를 구경한 뒤 삼거리로 되돌아간다. 삼거리에서 잠시 급경사를 내려가면 넓은 돌계단 길이다.
잠시 뒤 계곡을 건너 산책로 같은 길을 10분 정도 가면 환경감시초소가 있는 사거리다. 오른쪽은 계곡 건너 배넘이재로, 왼쪽은 초소 뒤로 올라 가지산 북릉과 심심이골로 이어진다. 답사로는 직진이다. 초소에서 2, 3분이면 학심이골과 심심이골이 만나는 합수점 삼거리다. 이정표에 아랫재까지 3.7㎞로 표시돼 있다. 징검다리를 건너 산책하듯 널찍한 임도를 내려가면 사리암 주차장이다. 주차장 끝에서 왼쪽으로 가면 마사토가 깔린 잘 다듬은 흙길이 이어진다. 30분 정도면 운문사 앞에 닿는다. 버스 정류장까지는 여기서 1㎞ 정도 더 걸어 내려가야 한다.
◆떠나기 전에
- 학심이골·심심이골·배너미골만 제한적 개방
학심이골 코스는 산꾼들 사이에는 잘 알려져 여름이면 찾는 발길이 많은 곳이다. 학소대와 비룡폭포를 비롯해 폭포와 소가 이어지는 비경을 품은 곳이라 피서 산행지로도 좋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이곳을 쉽게 찾을 수 없게 됐다.
운문산군립공원 일대는 2010년 환경부가 '운문산 생태·경관 보전지역'으로 지정해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보전계획에 따라 내년 1월 1일부터는 학심이골과 아랫재로 오르는 심심이골을 대상으로 탐방예약제를 시행한다. 인터넷으로 사전예약한 사람만 해설사의 인솔로 이 구간을 탐방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학심이골은 학소대 위로는 올라갈 수 없도록 해 지금처럼 전체 구간을 걸을 수가 없다. 운문산군립공원 구역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생태·경관 보전지역은 일부 구간을 제외하고 대부분 계곡 코스가 통제된다. 다만 배너미재로 올라가는 길과 운문산, 가지산, 상운산, 쌍두봉을 잇는 능선길은 계속 개방된다.
예약을 통해 학심이골을 탐방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이전과 같은 산행의 재미를 누리기는 어려울 듯하다. 또 해설 프로그램은 보통 적정 인원을 넘어야 시행하므로 단체 탐방객 위주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고 개인적으로 신청하는 사람은 탐방이 어려울 수 있다. 학심이골의 비경을 미처 보지 못했거나 다시 한 번 온전히 계곡을 걸어보려면 올여름이 가기 전에 찾는 게 좋겠다.
◆교통편
- 언양 가서 남대구행 버스 타고 가다가 운문령 하차
이번 코스는 출발지와 도착지 사이가 멀어 승용차보다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부산에서 울산시 울주군 언양을 거쳐 운문령으로 올라 산행을 시작한다. 도착지인 경북 청도군 운문사에서는 청도로 들어가 다시 열차를 이용해 부산으로 돌아오면 된다.
노포동 동부버스터미널에서 언양으로 가는 버스는 오전 6시30분부터 2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언양에서는 동곡·경산·남대구행 버스를 타고 운문령에서 내리면 된다. 오전에는 9시, 10시30분 두 차례 운행한다.
산행을 마치는 운문사에서는 청도로 들어가면 된다. 운문사 정류장에서 오후 3시30분, 5시30분, 7시15분(막차)에 출발한다. 만약 승용차를 이용해 운문령에서 출발했다면 운문사에서 언양으로 가는 버스를 시간 맞춰 이용하면 된다. 오후에는 2시35분, 5시25분 두 차례 있다. 대구로 가는 버스는 오후 7시40분까지 40분~1시간2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청도에서는 부산으로 가는 열차가 오후 5시39분, 5시58분, 6시42분, 7시16분, 8시46분(해운대역 도착), 10시4분(막차)에 있다.
문의=생활레저부 (051)500-5151, 이창우 산행대장 010-3563-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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