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가 한층 맹위를 떨치고 있다. 요즘 같으면 어지간한 사람은 산행을 나서는 게 두려울 정도다. 조금만 걸어도 온몸에 땀이 흐르고 등에 진 배낭이 난로처럼 느껴진다. 그 때문에 산을 찾더라도 시원한 계곡을 끼고 있는 코스를 고르게 마련이다. '근교산&그너머' 취재팀이 근교산 20주년 기념으로 찾은 8월 추억의 코스는 경북 포항의 내연산 코스다. 이번 코스는 12폭포로 유명한 내연산 계곡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폭포도 아름답지만 계곡의 경사가 완만해 유속이 빠르지 않은데다 수온도 적당해 물놀이하기에 그만이다. 하지만 아무리 계곡이 좋아도 폭포 아래의 소에서 물놀이하는 건 금물이다. 내연산 계곡은 안전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곳으로, 순간의 방심으로 큰일을 당할 수 있으니 주의하는 게 좋다.
이번 답사에서는 계곡 길로 향로봉(932m)에 올랐다가 능선을 타고 삼지봉(711m)을 거쳐 다시 보경사로 돌아왔다. 20㎞가 넘는 긴 코스라 체력이나 시간 부담이 만만찮다. 하지만 계곡이 끝나는 지점에서 향로봉 오르는 길만 무사히 지나면 완만한 능선을 따라 내리막이 이어진다. 코스는 처음 소개했을 때와 비교하면 약간 변화가 있다. 능선을 걷다가 끝 무렵에 문수암 갈림길을 지나는데 예전처럼 왼쪽의 보경사로 바로 가는 코스로 가다 보면 길이 막혀 있어 임도를 따라 계속 내려가야만 한다. 그 때문에 코스 길이가 이전보다 한층 길어졌다. 임도와 콘크리트 포장도로를 오래 걸어야 하는 만큼 문수암 갈림길에서 문수암을 거쳐 보경사로 내려가는 길을 권한다. 더운 날씨에 지루한 능선을 걷는 일도 고역인 만큼 아예 계곡산행만으로 폭포 구경만 하고 연산폭포나 은폭포까지 산행하고 되돌아나오는 것도 좋을 듯하다.
◇ 상생폭포~은폭포, 쉼없이 이어지는 폭포 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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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연산 산행의 재미는 '12폭포'로 알려진 비경의 폭포들을 구경하는 데 있다. 그 가운데 일곱 번째인 연산폭포는 폭포의 높이나 호쾌한 형세를 봐서 12폭포 중 백미라고 할 수 있다. |
이번 산행은 경북 포항시 북구 송라면 보경사 주차장을 출발해 보경사~상생폭포~삼보폭포~보현암 입구~ 잠룡폭포~무풍폭포~관음폭포(~연산폭포)~은폭포~쉼터~삼지봉 갈림길~밤나무등코스 갈림길~시명리~매봉 갈림길~향로봉 정상~잇단 갈림길~삼지봉 정상~동대산 갈림길~문수샘~문수암 갈림길~백계당~대전3리회관을 지나 다시 보경사로 돌아와 주차장에서 마치는 원점회귀다. 전체 산행거리는 22㎞ 정도로 순수 산행시간은 6~7시간, 휴식을 포함하면 8시간 정도 걸린다.
산행은 보경사 주차장에서 시작한다. 포항 시내에서 오는 시내버스도 이곳 주차장까지 들어온다. 자연보호 탑 옆의 포장도로를 따라가면 보경사 매표소가 나온다. 경내로 들어서 해탈문을 지나면 곧 내연산·보경사 안내도가 나온다. 여기서 수로 옆 흙길을 따라 100m 정도 가면 갈림길이 나온다. 오른쪽 길로 가면 곧 계곡과 만난다. 여기서부터 계곡산행이 시작된다. 넓은 계곡에 완만하게 흐르는 물길 바로 옆으로 걸으면 더위를 잊을 수 있다. 10분이면 삼거리다. 오른쪽 오르막은 문수암 방향이고 답사로는 왼쪽 길로 직진이다. 하산길에 문수샘 지나 문수암 방향 이정표를 보고 내려오면 문수암을 거쳐 이곳 삼거리에 닿는다.
◇ 완만하고 넓은 물길, 멈추는 곳마다 물놀이장
계곡 옆으로 내려가 완만한 길을 잠시 가면 12폭포 가운데 첫 번째인 상생폭포다. 두 갈래로 떨어져 내리는 물줄기가 인상적이다. 여기서부터는 잇달아 폭포가 나온다. 폭포 옆 계단으로 올라 조금만 가면 보현폭포다. 기암절벽 사이로 쏟아지는 물줄기는 등산로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여기서 덱 탐방로를 잠시 가면 삼보폭포 안내판이 있다. 폭포는 나무에 가려 등산로에서는 잘 보이지 않고 계곡으로 80m 정도 내려가야 제대로 볼 수 있다. 급경사의 나무계단을 오르면 보현암 입구를 지난다. 잠시 뒤 계곡은 양쪽이 깎아지른 듯한 협곡으로 바뀌고 그 사이로 맑은 계류가 흐른다. 우렁찬 물소리가 들리면 곧 잠룡폭포가 모습을 드러낸다. 여기부터 100m 정도 거리에 잇달아 무풍폭포와 관음폭포, 연산폭포 등 4개의 폭포를 볼 수 있다. 무풍폭포 안내판을 지나면 콘크리트 다리가 있다. 여기서 다리를 건너지 않고 정면의 계단을 올라가면 출렁다리를 건너 12폭포 중 위용으로 봐서 으뜸이라고 할 수 있는 연산폭포가 숨어 있다.
답사로는 되돌아 내려와 콘크리트 다리를 건너야 한다. 다리 중간에서는 출렁다리 아래 관음폭포의 비경을 볼 수 있다. 다리 건너 연산폭포 상류로 올라가는 길은 급경사의 계단이다. 덱 계단과 탐방로가 끝나는 지점에서 완만한 길을 50~60m 가면 이정표가 없는 갈림길이다. 왼쪽 오르막은 우척봉(천령산) 가는 길이고 답사로는 오른쪽이다. 계곡 옆으로 잠시 가면 다시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이다. 계곡 길로 계속 가면 잠시 뒤 계곡을 건너고 은폭포가 나온다. 산행 중에 직접 볼 수 있는 마지막 폭포로 이후의 폭포들은 등산로에서 100~300m를 벗어나야 한다. 은폭포 위로 올라서면 다시 계곡을 끼고 완만한 오르막이 이어진다. 어디서든 계곡에 뛰어들 수 있다. 10여 분이면 깊은 소 위를 지나는 출렁다리를 건넌다.
◇ 향로봉~문수샘 하산길은 편안한 산책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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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폭포 가운데 여섯 번째인 관음폭포. |
곧 벤치 4개가 있는 쉼터를 지나면 삼지봉 갈림길이다. 계곡 따라 계속 가면 오른쪽 비탈로 올라가 너덜을 지난 뒤 잇달아 복호1폭포와 복호2폭포 안내판을 지난다. 이어 실폭포 안내판을 지나 작은 계곡을 건너 맞은편 사면으로 오른다. 20분 정도 오르면 시명폭포 안내판을 지나고 곧 밤나무등 코스 갈림길이다. 여기서 왼쪽 아래 계곡 방향으로 내려간다. 계곡 주변의 평탄한 지역은 예전에 화전민촌이 있던 시명리다. 계곡을 건넌 뒤 이정표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오른다. 곧 작은 계곡을 건넌다. 이번 산행에서 지나는 마지막 물길이다. 여기서 향로봉까지는 내처 오르막이다. 15분 정도면 안동권씨 묘를 지나고 계속 급경사다. 30분 정도면 지능선의 안부에 오르고 경사가 조금 누그러진다.
20분 정도 오르막을 가면 갈림길이다. 왼쪽은 매봉으로 이어지고 오른쪽 오르막이 향로봉으로 이어진다. 완만한 오르막을 잠시 가면 헬기장이 있어 탁 트인 향로봉 정상이다. 맑은 날이면 동해가 훤히 보이는 곳이다. 이후로 하산하는 능선길은 대체로 완만한 내리막이라 걷는 데 크게 어려움이 없다. 능선을 걷는 도중에 여러 차례 갈림길이 있다. 좌우로 하산하는 길은 무시하고 계속 삼지봉 방향으로 가면 된다. 향로봉에서 10분 정도면 하옥리 방향 갈림길을 지나고 이어 밤나무등 코스로 내려가는 길이 갈라지는 삼거리다. 계속 능선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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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산로를 따라가며 바로 볼 수 있는 마지막 폭포인 은폭포. |
1시간 정도면 삼지봉 정상이다. 직진해서 문수봉 방향으로 간다. 곧 이정표 없는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내려간다. 곧바로 이정표가 있는 동대산 갈림길을 지난다. 잇달아 두 군데의 은폭포 갈림길을 지나고 수리더미 코스 갈림길이다. 여기서 직진해 6, 7분 가면 너른 공터에서 왼쪽 길은 문수봉 방향이고 답사로는 오른쪽 아래의 길이다.
문수샘을 지나면 문수봉 갈림길이고 여기서 5분 정도면 문수암 갈림길이다. 문수암을 거쳐 보경사로 내려가는 길이 편하다. 취재팀은 이정표 표시가 없는 왼쪽 임도로 들어섰다. 가다 보면 보경사로 내려가는 길을 막아 두었다. 지루한 임도를 30분 가까이 내려가면 민간신앙 유적인 백계당을 지나고 곧 대전3리 마을이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콘크리트 도로를 따라 20여 분 가면 보경사가 나온다.
# 떠나기 전에
- 시간·체력 부담스러우면 폭포산행만으로도 충분
내연산 산행의 백미는 뭐라 해도 폭포라고 할 수 있다. 줄을 잇고 나타나는 폭포를 감상하다 보면 힘든 줄 모르고 걸을 수 있지만 산행시간은 예상을 훌쩍 넘어 길어지기 쉽다. '내연산 12폭포'로 불리는 12개의 폭포를 모두 보려면 향로봉이나 삼지봉으로 오르는 건 포기하고 오롯이 '폭포 산행'을 해야 한다. 이는 절반 정도의 폭포가 등산로에서 보이지 않고 짧게는 수십 m에서 멀리는 수백 m까지 길을 벗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안내판에 기록된 대로라면 세 번째로 만나는 삼보폭포가 80m, 아홉 번째와 열 번째인 복호 1폭포와 복호 2폭포도 80m 떨어져 있다. 이 폭포들은 나무에 가려 쏟아지는 물소리만 들을 수 있다. 열한 번째인 실폭포는 300m로 등산로를 한참 벗어나야 하고 열두 번째인 시명폭포도 150m로 힘든 산행 중에 따로 보기는 어렵다.
이번에 소개한 코스의 전체 산행 거리가 상당하고 날씨가 무더운 만큼 무리하지 않고 열두 폭포만 빠짐없이 구경하고 돌아와도 좋을 듯하다. 신발만 맞춰 준비해 간다면 폭포산행에 더해 계곡산행으로 더위를 씻을 수 있다.
# 교통편
- 포항 지나 7번 국도 타다가 보경사 방향 진입
이번 산행은 원점회귀인데다가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여러 차례 갈아타야 해 승용차가 편리하다. 부산을 출발해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경주IC에서 내린다. 7번국도를 타고 포항 방면으로 가다가 포항 시내에 들어서기 전 유금IC에서 28번 도로를 탄다. 다시 성곡IC에서 7번 국도를 만나서 가다가 송라면사무소 소재지에서 이정표를 따라 보경사 방향으로 들어가면 된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땐 노포동 동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포항으로 간다. 오전 6시40분부터 1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포항 시외버스터미널을 나와 맞은편 정류장에서 보경사 행 510번 버스를 탄다. 오전 7시25분(첫차), 9시20분, 10시45분, 낮 12시15분 등 하루 9차례 운행한다. 보경사에서 포항 터미널로 가는 버스는 오후 3시10분, 4시40분, 6시, 7시40분(막차)에 있다. 포항에서 부산으로 가는 버스는 오후 8시30분까지 대략 1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밤 10시30분, 11시30분 등 심야버스도 있다.
문의=생활레저부 (051)500-5151, 이창우 산행대장 010-3563-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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