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을 비롯한 전국의 대도시는 대부분 진산(鎭山)이라고 부르는 명산의 품에 안겨 있다. 부산이 금정산의 품 안에서 아늑한 자리를 꾸미고 있듯, 대구에는 팔공산이 북서쪽에 우람한 산세를 자랑하고 있다. 1980년에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팔공산은 최고봉인 주봉 비로봉이 1193m로 대도시 인근 산 가운데는 가장 높다. 그런 만큼 비로봉을 중심으로 서쪽으로는 서봉과 파계봉, 동쪽으로는 동봉에서부터 염불봉, 노적봉, 관봉까지 수많은 봉우리와 재를 품고 있다. 특히 정상 남동쪽으로 동봉 일대는 암릉과 암벽이 어우러져 뛰어난 경관을 보인다. 그런데 출입이 통제되는 비로봉이나 빼어난 암릉미를 자랑하는 동봉보다도 유명세를 떨치는 봉우리가 관봉(冠峰·850m)이다.
팔공산이 품은 은해사, 동화사, 파계사와 같은 사찰이나 국보 제109호인 군위 삼존석불을 제치고 팔공산과 거의 동의어처럼 쓰이는 갓바위가 있기 때문이다. 관봉의 암벽을 병풍처럼 두르고 남쪽을 향해 선 갓바위의 본래 이름은 관봉석조여래좌상이다. '누구에게나 평생 한 가지 소원은 들어준다'는 속설이 있어 사시사철 참배객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요즘처럼 대입 수능시험을 앞둔 시기에는 수험생 자녀를 둔 부모들이 간절한 마음으로 찾는 곳이다.
'근교산&그너머' 취재팀이 이번에 찾은 팔공산 관봉 코스는 동봉에서부터 뻗어온 암릉의 아름다움을 맛볼 수 있다. 은해봉과 노적봉, 관봉을 잇는 능선에서는 올라서는 바위마다 뛰어난 조망처가 된다. 특히 동봉에서는 잘 보지 못하는 팔공산 주능선의 모습을 제대로 조망할 수 있다. 흔히 대구 팔공산으로 불리지만 갓바위를 전후로 한 이번 답사 코스는 대구와 함께 경북 경산과 영천 땅을 아우른다.
■푹신한 흙길에 이어 암릉 타는 재미까지
| |  |
| 근교산 취재팀이 팔공산 은해봉에서 서쪽을 조망하고 있다. 정면에 멀리 구조물이 서 있는 봉우리는 비로봉이고 바로 왼쪽이 동봉이다. 왼쪽 아래에 보이는 것은 팔공컨트리클럽이다. |
이번 산행 코스는 경북 경산시 와촌면 선본사 1주차장 위 산불감시초소를 출발해 능선 사거리~건들바위~능성재-은해사 갈림길~능성재~은해봉~노적봉(옛 인봉)~선본재~관봉(갓바위)~선본사 버스정류장을 거쳐 선본사 주차장으로 돌아오는 원점회귀다. 전체 산행거리는 7.5㎞ 정도로, 순수 산행시간은 3시간30분 안팎, 휴식을 포함하면 4시간30분~5시간 걸린다.
승용차를 이용할 땐 선본사 주차장에 주차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땐 관음휴게소 정류장에 내려서 조금만 되돌아 내려오면 된다. 주차장에서 바라보면 서쪽으로 자그마하게 갓바위가 보인다. 1주차장 위 도로로 올라가면 감나무집 오른쪽의 산불감시초소 옆으로 산길이 열린다. 등산로 안내판을 지나면 곧 넓고 완만한 흙길이다. 곧 내리막으로 바뀌며 콘크리트 길이다. 50m쯤 내려가서 왼쪽 산길로 들어서면 바로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다. 인봉(2.8㎞) 방향의 오른쪽 완만한 오르막으로 간다. 인봉은 지금은 노적봉으로 이름이 바뀌었는데, 아직 이정표에는 인봉으로 표기돼 있다.
이후로 갈림길이 두어 군데 있는데 계속 왼쪽 오르막으로 가면 된다. 5분 정도 가면 다시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다. 왼쪽 이정표의 인봉(2.6㎞) 방향으로 간다. 울창한 숲 속으로 난 길은 점차 가팔라진다. 도토리가 지천으로 깔린 급경사를 15분 정도 오르면 능선 사거리다. 이정표에 표시가 없는 직진 내리막은 묘봉암 방향이다. 왼쪽으로 꺾어 소나무가 울창한 인봉 방향 능선을 따라간다. 능선의 왼쪽은 경산, 오른쪽은 영천이다. 10시 방향에 나무 사이로 관봉과 갓바위가 보인다. 편안한 능선을 10분가량 가면 오른쪽으로 묘봉암 방향 샛길이 갈라진다. 직진해서 계속 능선을 오른다.
■곳곳 전망대… 가야산·보현산 손에 잡힐듯
| |  |
| 평생 한 가지 소원은 이루어준다는 관봉석조여래좌상. |
갈림길을 지나면 길이 가팔라진다. 곧 능선 왼쪽으로 갈라지는 길이 있지만 직진한다. 큰 바위가 앞을 막으면 오른쪽으로 살짝 돌아 오른다. 봉우리 정상 직전에 오른쪽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고 곧 오르는 봉우리가 건들바위다. 암봉인 정상에 오르면 조망이 시원하다. 북서쪽에 팔공산 비로봉과 동봉이 보이고 북쪽과 동쪽, 남쪽으로 멀리 파노라마처럼 산들이 이어진다. 북동쪽 멀리 정상에 하얀 천문대가 있는 곳이 보현산이고 정북쪽으로는 솟아오른 금성산과 비봉산이 있다. 남쪽으로는 영남알프스가 아스라이 보이고 남서쪽에는 대구 시가지 너머 비슬산이다. 답사로는 암봉을 다시 내려가 왼쪽으로 이어진다.
급경사의 바윗길을 조심스럽게 내려선 뒤 오른쪽으로 가면 다시 완만한 능선이다. 잠시 오르락내리락하다 오솔길 같은 평탄한 길을 지난다. 굵은 소나무 앞 무덤을 지나면 곧 이정표가 있는 사거리다. 인봉(1.0㎞) 방향으로 직진한다. 급경사를 10분 정도 치고 올라 봉우리 정상에 서면 관봉까지 이어지는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팔공산 비로봉도 한결 가까워진다. 여기서 20m 정도만 내려가면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다. 직진하면 은해사 방향이고 답사로는 왼쪽 능성재 방향으로 내려간다.
잠시 급경사를 오르면 바위 전망대를 지나고 동봉 방향으로 시야가 트이는 곳을 지나면 곧 삼거리다. 능성재 방향으로 직진한다. 100m가량 가면 또 삼거리다. 왼쪽 내리막은 선본사 방향이고 답사로는 직진하는 오르막이다. 곧 능성재 삼거리다. 오른쪽은 동봉(5.5㎞) 방향이고 답사로는 남쪽으로 방향을 틀어 관봉 방향이다. 능성재는 대구와 경산, 영천이 만나는 지점으로 이후는 대구와 경산의 경계를 따라 걷는다. 20~30m 가면 앞에 우뚝한 봉우리가 예전에 인봉으로 불리던 은해봉이다. 우회해서 지나갈 수 있지만 바위 봉우리에 올라가면 사방으로 조망이 시원하다.
계속해서 능선을 걷는다. 띄엄띄엄 바윗길이 있지만 지나기에 어렵지는 않다. 작은 봉우리는 우회해서 갈 수도 있고 올랐다 갈 수도 있다. 20여 분을 오르내리며 걷다가 덱 계단을 오르면 눈앞에 암봉이 나타나고 이어 철 난간이 박힌 바위 사면을 오르면 이정표 삼거리다. 갓바위(0.8㎞) 방향으로 직진한다. 덱 계단을 내려갔다가 다시 계단을 오르면 왼쪽에 전망대가 있고 오른쪽에 석문을 지나 바위 봉우리에 오르면 금정산 금샘과 같은 오목한 바위 웅덩이가 두 개 있다.
■암봉 위엔 금정산 금샘 닮은 바위 웅덩이
| |  |
| 은해봉에서 관봉으로 가는 도중 암봉 위의 바위 웅덩이. |
잠시 뒤 노적봉 아래 삼거리를 지나 직진한다. 20~30m 가면 이정표 없는 갈림길에서 왼쪽 오르막으로 간다. 곧 오거리다. 계속 직진해서 능선을 따라가면 관봉이고 여기서 철 난간이 박힌 급경사를 내려가면 갓바위 아래 삼거리다. 오른쪽 내리막은 갓바위집단시설지구 방향이고 왼쪽으로 올라가면 곧 갓바위다. 석조여래좌상 오른쪽 선본사 방향으로 내려간다. 가파른 계단에 이어 포장길을 30분 정도 내려가면 선본사 버스정류장이고 15분 정도 더 내려가면 관음휴게소 정류장을 지나 주차장에 닿는다.
◆떠나기 전에
- 선본사 근처 불굴사는 원효·김유신 수도처
선본사 일대의 팔공산 자락은 대추가 많이 나는 곳이다. 주차장에서 선본사로 올라가는 길이나 다시 갓바위까지 올라가는 길 주변에는 대추를 비롯해 송이버섯 등을 파는 노점이 많다. 관음휴게소 옆에 있는 갓바위 농특산물 판매장에서는 대추를 이용해 만든 대추빵, 대추차 등 다양한 특산품을 살 수 있다.
승용차를 이용해서 산행을 떠났다면 마치고 나오는 길에 선본사 인근의 불굴사를 들러볼 만하다. 선본사 입구 신환교차로에서 선본사 반대 방향으로 다리를 건너 2㎞가량 가면 통일신라 시대인 690년에 창건한 불굴사가 나온다. 우리나라 사찰 가운데 원효가 창건한 것으로 전하는 곳이 한둘이 아니지만 이곳은 원효가 수도한 곳이자 김유신이 삼국통일을 염원하며 기도하다가 깨달음을 얻은 곳으로 전한다.
적멸보궁 앞에는 보물 제429호로 지정된 9세기 때의 삼층석탑이 있고 절 오른쪽 아찔한 암벽 위에는 원효와 김유신이 수련했다는 석굴에 조성한 홍주암이 있다. 홍주암에 올라서면 멀리 보현산 방향으로 탁 트인 탁월한 위치라는 걸 알 수 있다. 암벽 중간의 수도처에는 원효가 최고의 약수라 이름 붙인 석간수가 있다.
◆교통편
- 경산역에서 1시간에 두 차례 선본사행 시내버스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갈 때는 경산까지 가서 시내버스를 갈아타면 된다. 부산역에서 경산으로 가는 무궁화호 열차는 오전 5시5분(첫차)부터 30분~1시간 간격으로 출발한다. 1시간20분 소요. 경산역에서는 30분 간격으로 운행하는 803번 시내버스를 타고 종점인 선본사 직전 관음휴게소 정류장에 내리면 된다. 선본사 정류장에서 803번은 매시 정각과 30분에 출발한다.
승용차를 이용할 땐 대구부산고속도로를 타고 가서 동대구분기점에서 경부고속도로 대전 방향으로 바꿔 탄다. 이어 도동분기점에서 대구포항고속도로를 타고 포항 방향으로 가다가 청통와촌IC에서 내린다. 톨게이트를 빠져나와 좌회전한 뒤 동강 교차로에서 우회전한 뒤 갓바위·선본사 이정표를 따라가면 된다.
문의=생활레저부 (051)500-5151, 이창우 산행대장 010-3563-0254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