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두 차례 매서운 추위가 지나가면서 본격적인 겨울로 접어들었다. 나무도 차례차례 잎을 떨구고 삭막하게까지 보이는 겨울 산은 쉽게 발길을 허락하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보온에 신경 써서 복장만 충실하게 준비하고 보온병에 따뜻한 차를 담아간다면 오히려 여느 계절보다 호젓한 산행을 즐길 수 있다. 다만 해가 일찍 지는 걸 고려해 코스를 짧게 잡거나 걷는 속도를 조절해 어두워지기 전에 산행을 마치는 게 좋다.
겨울 산은 여기저기 꽃을 피우는 야생화나 우거진 신록, 화려한 단풍은 없지만 사계절 가운데 가장 걷는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특히 두꺼운 낙엽은 걸음을 더디게 만들기도 하지만 겨울 산행의 참맛을 느끼게 해주기도 한다. 발길이 잦고 길이 잘 다듬어진 유명한 산보다는 조금 한갓진 산에서 걷는 재미를 더 느낄 수 있다. '근교산&그너머' 취재팀이 이번에 답사한 경북 경주 금욕산(477m)~무릉산(武陵山, 471.6m) 코스가 그런 곳이다.
◇ 능선 오르면 큰 기복없이 오르락내리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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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교산 취재팀이 경주시 현곡면 내태리를 출발해 금곡산 갈림길 방향으로 오르고 있다. 취재팀이 지나는 마른 계곡은 낙엽이 더 두껍게 무릎 높이로 쌓여 등산로가 완전히 묻힐 정도다. |
이 코스는 높이도 고만고만하고 눈길을 잡아끄는 바위나 암릉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여러 차례 방향을 바꿔가며 능선을 이어 타면서 겨울 산행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무릉산 정상에서는 포항과 경주 방향으로 탁 트인 조망이 펼쳐진다. 금욕산이나 무릉산은 이전에 취재팀이 다른 산과 이어 타거나 진덕여왕릉에서 올라가는 코스의 일부분으로 소개한 적이 있다. 이번 코스는 이전에 소개한 길보다는 산행거리가 길지만 일단 한 번 능선에 올라서면 큰 기복 없이 능선을 오르락내리락하며 걸어 큰 어려움은 없다.
이번 코스는 경주시 현곡면 내태2리회관을 출발해 당산나무~금곡산 갈림길~잇단 송전탑~밀양박씨묘~금욕산 정상~헬기장 터~덕고개~무릉산 정상~무릉산중계소를 거쳐 경주시 안강읍 근계리 마을회관에서 마친다. 전체 산행거리는 14㎞ 정도로 산행시간은 5시간 안팎, 휴식을 포함하면 6시간 정도 걸린다. 금곡산 갈림길과 금욕산~무릉산 사이 능선에서 몇 군데 길이 헷갈리는 곳이 있다. 또 무릉산 정상에서부터는 임도를 따라 내려가는데 특히 무선송신소부터 근계리까지는 콘크리트 포장이 되어 있어 다리에 무리가 올 수도 있다.
경주시외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출발한 시내버스를 타고 내태2리회관 정류소에 내리면 바로 산행이 시작된다. 회관 앞 콘크리트 길을 따라가면 곧 당산나무를 지나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작은 콘크리트 다리를 건넌다. 50~60m 가면 나오는 축사건물 마당을 지나 정면의 송전탑 방향으로 올라간다. 밭과 무덤을 잇달아 지나 잘 단장한 맨 위의 무덤 오른쪽으로 산길이 시작된다. 초반부터 낙엽이 두껍게 쌓여 있지만 길은 뚜렷하게 보인다. 곧 송전탑 옆을 지나 무덤 3기를 잇달아 지나 대체로 완만한 길을 오른다. 마을에서 출발할 때 바라봤을 때 1시 방향이 금욕산 정상이지만 길은 왼쪽으로 산자락을 타고 멀리 돌아간다.
키 작은 소나무 숲 속을 지난다. 중간에 조금 가파른 구간이 있지만 대체로 완만하다. 올라갈수록 낙엽이 두껍게 깔려 발이 푹푹 빠진다. 20여 분 올라가면 마른 계곡을 건너 사면을 계속 돌아간다. 급경사 사면에 난 길은 좁고 낙엽에 덮여 미끄럽다. 다시 완만하고 편안한 길을 20분가량 가면 짧은 급경사가 나오고 완만해지는 지점에서 삼거리다. 왼쪽 내태2리 방향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난다. 직진해서 완만한 길을 계속 간다. 바람에 지면이 드러난 곳도 있지만 보통 낙엽이 발목 깊이로 쌓여 있고 깊은 곳은 무릎 정도까지 빠진다.
◇ 이정표 없고 갈림길 많아 잘 살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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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욕산에서 무릉산으로 가는 도중 낙엽 쌓인 급경사 내리막길. |
5분 정도면 능선이 가까워지는 지점에서 다시 삼거리다. 별다른 표시가 없어 잘 살펴야 한다. 여기서 오른쪽의 낙엽 덮인 묵은 길을 잠깐 오르면 펑퍼짐한 안부다. 왼쪽은 어래산 방향이고 정면에 나무 사이로 보이는 봉우리가 금곡산이다. 답사로는 오른쪽이다. 완만한 길을 잠시 가면 송전탑이다. 한동안 길이 송전선로를 따라간다. 능선을 살짝 비켜 길이 이어진다. 5분 정도 거리에 잇달아 있는 세 개의 송전탑을 지나며 능선을 따라 작은 봉우리에 올랐다가 내려서면 밀양박씨 묘를 지난다.
다시 네 번째 송전탑을 지나면 능선이 살짝 왼쪽으로 휘어지며 송전선로와 떨어진다. 완만한 능선을 걷다가 오르막이 시작되기 직전 갈림길이다. 오른쪽 내리막은 내태리 효심사 방향이다. 직진해서 급경사 오르막을 간다. 나무가 빼곡한 봉우리를 지나 내려가면 안부를 지나 바로 Y자 갈림길이다. 오른쪽 능선을 따라 올라가면 곧 금욕산 정상이다. 왼쪽은 정상을 오르지 않고 우회하는 길이다. 금욕산 정상에는 삼각점이 있고 나뭇가지에 금욕산이라고 쓰인 나무판이 걸려 있다. 나무가 둘러싸 조망이 시원하게 열리지는 않지만 북쪽으로 봐서 11시 방향에 멀리 흰 눈을 인 보현산이 보이고 1시 방향에는 무릉산이다.
◇ 무릉산 정상 오르면 동해·경주 조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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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릉산 동쪽 조망. 포항 시가지와 장기갑 너머 동해가 보인다. |
정상에서 직진하면 바로 길이 갈라진다. 오른쪽은 진덕여왕릉 방향이고 무릉산은 왼쪽 험한 길이다. 잠깐 내려가면 사거리에서 직진해서 능선을 탄다. 첫 번째 봉우리를 왼쪽으로 우회해 가면 곧 급경사 내리막이 시작되며 길이 오른쪽으로 살짝 휘어 내려간다. 자칫 직진할 수 있으니 리본을 유심히 살펴야 한다. 낙엽에 발이 푹푹 빠지는 급경사를 내려가 완만한 길을 잠시 가면 오른쪽으로 갈라지는 길이 있다. 정면 오르막으로 직진한다. 능선 위의 밀양박씨 묘를 지나면 옛 헬기장 자리인 듯한 시멘트 포장된 곳을 지난다. 곧바로 야트막한 봉우리에서 길이 오른쪽 3시 방향으로 꺾인다. 급경사와 완만한 길이 섞인 내리막을 20분가량 가면 임도가 지나는 덕고개다.
맞은편으로 올라서서 완만한 길을 5분 정도 가면 급경사 사면을 올라 다시 완만한 능선 길이다. 곧 무덤을 지나 낙엽 덮인 미끄러운 오르막을 잠시 오른 뒤 완만하게 두어 차례 오르락내리락하면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무릉산 정상이다. 정상은 나무를 베어내 조망이 시원하다. 동쪽으로 포항과 동해가 보이고 남동쪽으로는 토함산과 경주 시가지, 남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멀리 영남알프스의 고헌산과 가지산도 보인다. 하산은 정상석 왼쪽의 임도로 간다. 낙엽 푹신한 흙길 임도를 30분가량 가면 무선중계소가 나오고 이후로는 콘크리트 포장 길이다. 20여 분 내려가면 동네가 나오고 곧 아스팔트 도로와 만난다. 왼쪽으로 도로를 따라 내려가면 시내버스가 정차하는 근계리마을회관이다.
# 떠나기 전에
- 하산길 근계리 용운사에 석불입상
경북 경주는 구석구석 유적이 없는 곳이 드물 정도로 수많은 문화유산이 있다. 이는 평지뿐만 아니라 경주 시가지를 둘러싼 오밀조밀한 산들도 마찬가지다. 단석산이나 치술령 같은 이름난 산이 아니더라도 오래된 사찰이나 발길 드문 유적이 하나쯤 숨어 있기 마련이다. 이번 코스에도 산행을 마무리한 뒤 시간 여유가 있다면 들러볼 만 한 곳이 있다.
산행을 마치고 안강읍 근계리의 도로와 만난 뒤 근계리 마을회관 방향으로 잠시 내려가면 왼쪽으로 갈라져 들어가는 길이 있다. 입구에 '용운사 석불입상'이라는 안내판이 있다. 논밭 사잇길로 가면 나오는 용운사에는 경북 문화재자료로 지정된 '경주근계리입불상'이 있다. 높이 176㎝의 이 입불상은 정면을 바라보고 서 있는 여래상을 새겼는데 머리 부분과 광배 윗부분이 훼손돼 보수했다. 독특하게 광배 뒷면에 3층탑이 조각돼 있고 여기에도 여래좌상이 새겨져 있다. 근계리에는 청동기 시대의 고인돌도 있다.
# 교통편
- 경주터미널서 231번 시내버스 이용
이번 산행은 출발 지점과 도착 지점의 거리가 멀어 시간 맞춰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그나마 편리하다. 부산 동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경주로 가는 버스는 대략 2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경주터미널에서는 오른쪽으로 나오면 시내버스 정류장이 있다. 이곳에서 출발하는 내태 방향 231번 시내버스를 타고 내태2리 정류장에 내리면 된다. 오전 6시20분(공휴일 제외), 7시24분, 9시40분, 11시50분, 오후 1시45분 출발.
산행을 마치는 근계리에서는 212번 버스가 경주터미널까지 간다. 오후 3시, 5시55분 출발. 이 버스를 놓친다면 안강까지 30분 정도 더 걸어나가면 경주로 가는 버스가 자주 있다. 경주터미널에서 부산으로 가는 버스는 밤 9시50분 막차.
문의=생활레저부 (051)500-5151, 이창우 산행대장 010-3563-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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