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근교에는 낙동강을 따라가며 강을 조망할 수 있는 산이 여럿이다. 금정산이나 승학산과 같은 시내의 산을 제외하더라도 상류로 가면서 왼쪽에 김해 신어산과 무척산, 오른쪽에 양산 오봉산, 토곡산, 천태산, 밀양 매봉산 등이 있다. 모두 나름의 시점이 있고 각기 보는 맛이 다르지만 이 가운데 양산 천태산은 북서쪽으로 향하던 낙동강이 서쪽으로 방향을 트는 모습을 바라볼 수 있다. 흔히 산에서는 안전을 위해 해가 떨어지기 전에 내려오라고 하지만 이곳에서 낙동강 저편으로 해가 지는 모습을 보는 것도 남다른 멋이 있으리라 여겨진다.
이번에 '근교산&그너머' 취재팀이 근교산 20주년 기념 12월의 추천 코스이자 마지막 코스는 경남 양산 비석봉(561.3m)~천태산(天台山, 630.9m)이다. 이 코스는 통상 천태산을 오를 때 천태사를 기점이자 종점으로 하거나 북쪽의 금오산과 연결해 걷는 것과 달리 천태산 자락이 낙동강과 만나는 끝 지점에서 시작한다. 산행 출발 지점인 비석골은 딱히 볼 만한 계곡이 있어 부르는 이름이 아니라 예전 이 일대에 비석이 여럿 서 있었다는 데서 유래한다. 하지만 지금은 이름만 남아 있고 이름의 유래인 비석은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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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교산 취재팀이 비석봉에서 천태산으로 가는 도중의 암릉에서 동쪽으로 펼쳐진 산들을 조망하고 있다. 정면에 큼지막하게 보이는 산이 토곡산이고 그 앞은 배내골로 들어가는 길이다. |
출발 지점이 강에서 가까운 해발 고도가 낮은 지점이라 산 높이만큼을 온전히 치고 올라가야 한다. 하지만 500m대 중반인 비석봉만 오르면 천태산까지는 크게 높이의 변화 없이 능선을 오르내리면 된다. 초반의 급경사 오르막도 뒤로 보이는 낙동강과 가야진사, 멀리 남쪽으로 보이는 오봉산과 금정산을 조망하며 오르다 보면 힘들다는 생각보다는 시원한 조망에 감탄하게 된다. 오르는 도중 바윗길이 많아 조망하기 좋은 데다 나무들도 키가 작아 시야를 거의 가리지 않는다. 이런 길은 햇볕이 따가울 때는 오르기 힘겹지만 요즘 같은 때는 추위에 대비만 하면 오히려 더 편안하게 오를 수 있다.
■비석봉 오르는 길 바윗길 섞인 급경사
이번 코스는 경남 양산시 원동면 용당리 비석골을 출발해 전망대~비석봉~임도 사거리~618m봉~잇단 삼거리~동굴~천태사 갈림길~천태공원 갈림길~송전탑 사거리~천태산~금오산 갈림길~송전탑 삼거리~천태공원~천태호 정자~꿈바위~웅연폭포를 거쳐 천태사에서 마친다. 전체 산행거리는 11.5㎞ 정도로 순수 산행시간은 5시간 안팎, 휴식을 포함하면 6시간~6시간30분 걸린다.
원동에서 삼랑진으로 가는 1022번 지방도를 가다 보면 나오는 용당리 비석골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버스 정류장은 없지만 양산에서 천태사로 들어가는 버스를 타고 비석골에 내려달라고 하면 된다. 기차를 타고 원동역에 내렸다면 버스 시간 맞추기가 어렵다. 걸어간다면 경부선 철로 옆 도로를 따라가다가 중간에 빠지면 30분 정도면 닿는다. 1022번 도로를 가다가 중리 방향으로 들어가는 길이 갈라지는 삼거리 200m 전에 성주배씨 묘가 이번 산행의 들머리다. 도로변 무덤의 오른쪽으로 올라가면 잇달아 무덤이 나온다. 위쪽 무덤에서 왼쪽으로 간 뒤 맨 위 무덤을 지나면 숲으로 들어선다.
■천태산 오르면 영남알프스 산군 펼쳐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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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태호 위 사면에 있는 작은 굴. |
길은 대체로 가파르다. 짧은 바윗길을 지나면 뒤로 조망이 트인다. 강 건너가 무척산이고 동쪽으로는 가까이 토곡산이 우뚝하다. 잠깐씩 뒤돌아 낙동강을 바라보며 오른다. 짧게 완만한 구간이 있지만 계속 급경사가 이어진다. 30분 정도 오르면 전망 좋은 곳에 있는 무덤을 지난다. 잔돌이 많아 미끄러운 급경사를 한참 오르면 갑자기 경사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 완만한 능선 길이다. 곧이어 급경사를 10여 분 오르면 불쑥 솟아오른 전망대다. 낙엽이 두꺼워 발이 뒤로 미끄러지는 급경사를 계속 오르면 다시 바위 전망대를 지나고 곧 봉우리에 오르면 앞에 비석봉 정상이 보이고 길이 완만해진다.
잠깐 내려섰다가 완만한 오르막에 이어 짧은 급경사를 오르면 갈림길을 지나 곧 비석봉이다.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갈라지는 길은 비석봉을 오르지 않고 바로 천태산 쪽으로 간다. 정상은 나무가 둘러싼 밋밋한 봉우리다. 정상석은 없고 삼각점과 나무 기둥에 매단 아크릴판에 '비석봉 561m'라고 적혀 있다. 천태산으로 가는 길은 올라온 길을 10m쯤 되돌아가 왼쪽으로 내려간다. 곧 정상으로 오르던 도중 갈라진 길과 만난다. 이후로는 중간중간 바윗길이 있고 큰 기복 없이 오르락내리락하는 능선이다.
낙엽 쌓인 길을 15분 정도 가면 임도가 지나는 안부 사거리다. 완만한 오르막인 왼쪽 임도로 간다. 바람에 날려 무릎 깊이로 쌓인 낙엽을 헤치고 3, 4분 가면 길이 살짝 내리막으로 바뀌는 지점에서 오른쪽 산 사면으로 오른다. 낙엽에 파묻힌 길을 따라 능선에 오르면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간다. 오른쪽으로 배내골 들어가는 도로와 그 뒤로 에덴벨리 풍력발전기가 보인다. 완만하게 오르내리다가 짧은 급경사를 오르면 소나무 한 그루가 드러누워 있고 정상 팻말이 있는 618m 봉이다. 나무 사이로 천태호가 한결 넓게 드러난다. 직진해서 5분 정도 내려가면 나오는 Y자 삼거리에서는 오른쪽이다. 급경사를 내려가면 119 표지목이 있는 삼거리에서는 왼쪽으로 간다. 오른쪽은 당곡마을로 표기돼 있지만 잘못된 방향 표시다.
사면을 가로질러 완만한 길을 10여 분 가면 집채만 한 바위 아래가 떨어져 나가 만들어진 작은 동굴이다. 다시 완만한 길을 10분 가면 왼쪽 천태사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이정표 삼거리다. 천태산은 직진한다. 10분이면 능선에 올라서고 곧 천태공원 방향 길이 갈라지는 이정표 사거리다. 천태산은 직진하는 오르막이다. 곧 송전탑 아래 사거리를 지나 능선을 따라 계속 가면 광주안씨 묘를 지나 짧은 급경사를 올라 천태산 정상이다. 커다란 바위 덩어리인 정상에 서면 북서쪽 일부를 제외하면 사방으로 조망이 트인다. 서쪽으로 낙동강과 삼랑진이 시원하게 펼쳐지고 동쪽으로는 에덴벨리 뒤로 오룡산, 염수봉, 신불산, 간월산 등이 보인다.
■깎아지른 협곡 사이 웅연폭포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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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웅연폭포 옆을 돌아내려가는 급경사의 덱 탐방로. |
이정표의 천태공원 방향으로 내려간다. 100m쯤 가면 이정표 없는 갈림길은 곧 다시 만나니 어디로 가도 상관없다. 잠시 뒤 다시 만나는 곳에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다. 직진하면 금오산으로 가고 하산길은 왼쪽 천태공원 방향이다. 곧 이정표 갈림길에서 천태공원 쪽으로 가면 능선을 따라 10분 정도 오르내리다가 펑퍼짐한 577m 봉에 오른 뒤 왼쪽으로 길이 꺾인다. 곧 송전탑 아래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도로와 만나고 왼쪽으로 천태공원을 지나 내려간다. 천태호 옆으로 가면 정자를 지나 주차장에서 다시 산길이다. 계곡 방향으로 툭 솟아오른 꿈바위를 지나 급경사 내리막이다. 돌계단이 설치된 급경사를 10여 분 내려가면 계곡과 만나고 이어 웅연폭포를 지나 천태사에 닿는다.
◆떠나기 전에
- 비석골~비석봉 거치는 코스 초창기 개척
천태산은 예전부터 잘 알려진 산이고 접근하는 등산로도 다양하다. 하지만 주로 천태사에서 출발하거나 금오산과 연결해 밀양 삼랑진 방향에서 올라오는 길을 주로 이용했다. 이번에 답사한 코스 가운데 비석골을 출발해 비석봉을 거쳐 가는 코스는 근교산 산행 초기에 개척한 코스 가운데 하나다. 당시 제대로 된 길이나 하다못해 옛길조차 없던 코스지만 낙동강을 조망하기 좋은 바윗길을 연결해 길을 냈다. 비석봉도 지형도에는 여전히 이름없는 561m 봉으로 표기돼 있지만 지역 산꾼들에게는 비석봉으로 불리고, 약식이지만 정상에 비석봉이라 적은 정상 표시판도 있다.
예전과 달라진 것이라면 천태사 방향으로 가는 버스 운행이 많이 줄었다는 것이다. 이는 비단 이곳만이 아니라 근교 어느 곳이라도 비슷한 사정이다. 도로 사정이 좋아지며 한때 버스 운행이 늘기도 했지만 승용차 이용이 늘고 시골마다 거주 인구가 줄어들면서 버스 운행도 다시 줄어들었다. 이전에는 산꾼들은 원동까지 기차를 타고 간 뒤 천태사까지 걸어서 가기도 했다. 이후 이용자가 많을 땐 원동역에서 마을버스가 천태사로 운행했지만 지금은 없어지고 물금에서 출발하는 시내버스가 하루 6번 들어갈 뿐이다.
◆교통편
- 물금~천태사 운행 버스 시간맞춰 타야
이번 산행은 들머리나 날머리로 다니는 버스 운행 편수가 적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가 불편하다. 승용차를 이용해 비석골에 차를 둔 뒤 산행을 마치고 차를 회수하는 게 편하다. 물금을 지나 1022번 지방도를 타고 밀양·삼랑진 방향으로 간다. 원동면사무소를 지나 2㎞가량 더 가면 중리마을로 들어가는 길이 갈라지는 삼거리 직전이 비석골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땐 물금에서 천태사를 오가는 137번 버스를 타야 한다. 물금에서 오전 7시25분, 10시, 낮 12시40분 등 6차례 운행한다. 천태사에서는 오후 1시30분, 4시, 6시20분, 8시40분 출발한다. 부산역에서 물금 가는 무궁화 열차는 오전 6시35분, 8시42분, 9시25분, 10시27분에 있다. 원동역에서는 원동초등학교 맞은편에서 버스를 타도 되고 출발지인 비석골까지 30분 정도면 걸어갈 수 있다.
문의=생활레저부 (051)500-5151, 이창우 산행대장 010-3563-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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