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섬을 포함해 무려 265개의 섬으로 구성된 완도군. 김과 미역, 전복 등 해산물 산지로 유명하고 통일신라 말기 해상왕국을 건설했던 장보고의 청해진으로도 널리 알려진 곳이다. 여기에다 고산 윤선도의 유배지로 유명한 보길도, 대한민국 슬로시티 1호인 청산도 등도 완도군에 속하는 명소들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명물이 있다. 바로 완도 본섬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오봉산(645.1m)의 존재다. "완도 오봉산?"이라며 고개를 갸웃할 산꾼들도 없지 않을 듯하다. 일반적으로는 상황봉(象皇峰)으로 더 널리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완도 본섬 전체를 뒤덮고 있는 산은 오봉산이며, 상황봉은 오봉산 정상 봉우리의 이름이라는 점이다. 오봉산의 중심봉우리인 상황봉은 완도의 진산으로서 크고 작은 260여 개의 섬은 물론이고 오봉산의 다른 네 개의 봉우리인 백운봉(白雲峰·601m), 심봉(590m), 업진봉(545m), 숙승봉(宿僧峰·461m)을 거느리며 눈이 시리도록 빼어난 주변 다도해의 풍경을 조망 할 수 있는 곳이다. 특히 아침 일출 장면이 장엄하기로 이름 높다.
이번 주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은 바로 이곳 오봉산 상황봉~백운봉 원점회귀 코스를 답사했다. 완도 산행에서 대중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코스이다. 재미 있는 전설을 머금은 온갖 기묘한 모양의 바위가 깨알처럼 박혀 있고 두 봉우리 정상부를 포함한 10여개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다도해 등 주변 산수의 풍광이 기막힌 남도의 산행지다.
■오봉산 대표 두 봉우리 연결한 12.5㎞ 원점회귀 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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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이 전남 완도 오봉산 정상인 상황봉 꼭대기에서 남쪽 다도해국립공원을 조망하고 있다. 일출 명소인 이곳에서는 연무가 없는 맑은 날이면 추자도와 제주도까지 볼 수 있다. |
기·종점인 완도읍 대야리 대야저수지 밑 상황봉등산로 주차장을 중심으로 삼은 원점회귀 코스의 총거리는 12.5㎞가량이다. 순수하게 걷는 시간만 4시간10분, 휴식 등을 포함하면 5시간~5시간30분은 잡아야 한다. 상황봉 주차장~상황봉 등산로 입구~건드렁바위~상여바위~관음사지~황장사바위~임도~삼층석탑바위~벼락바위~상황봉정상~제2전망대~하느재(임도)~전망대~안부(원 하느재)~헬기장~전망바위~백운봉정상~대야리 하산 삼거리~임도~송곳바위~갈림길~대수골 철다리~상황봉 주차장 순.
대야리 에덴농원을 지나면 화장실과 음수대를 갖춘 주차장이 있다. 바로 위에 대야저수지 출입제한 정문 못미쳐 왼쪽으로 열려 있는 상황봉 등산로로 들어선다. 주변 숲은 온통 활엽수들로 빼곡하다. 소나무가 참 귀한 산길이다. 10여분 오르면 왼쪽에 작은 철사다리가 놓인 전망바위 하나를 지난다. 7분 후 산길 오른쪽 틈으로 살짝 들어가면 너비 2m 높이 1m 남짓한 자그마한 바위가 더 큰 바위 위에 얹혀 있는 것이 보인다. 흔들바위인 건드렁바위다. 발 아래 대야저수지와 대수골, 그리고 맞은편 백운봉 능선과 송곳바위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 이 바위는 한 사람이 살짝만 밀어도 쉽게 흔들린다.
비교적 완만한 오르막이라 걷기에도 별 어려움이 없는 길. 13분가량 오르면 송전철탑을 지난다. 상황봉과 백운봉이 뚜렷이 보인다. 숲길을 따라 15분쯤 더 가면 집채보다 큰 우람한 바위를 만나는데, 이것이 바로 천연대라고도 불리는 상여바위다. 바위 위로 오를 수 있도록 로프가 설치돼 있지만, 자신 없는 사람은 보는 것만으로 만족하자. 10여분 후 오른쪽 전망대에서 백운봉과 숙승봉을 조망한 뒤 곧바로 관음사지앞 갈림길에서 잠시 왼쪽의 관음사지를 방문한다. 장보고가 활약하던 통일신라때 완도 사람들이 바다의 위험으로부터 부처님의 보호를 받기위해 건립한 것으로 추정되며,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초가 형태의 암자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 터만 남아 전한다. 현재는 시원한 석간수가 나오는 샘이 있어 산꾼들의 갈증을 풀어주는 역할을 한다.
■건드렁바위 상여바위 송곳바위 등 기암괴석 즐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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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운봉에서 주차장으로 하산길에 만나는 '송곳바위'의 위용. |
다시 길을 재촉해 삼거리를 지나면 너럭바위를 만나는데, 일명 '황장사바위'이다. 3분 후 임도를 가로질러 계속 산길을 탄다. 이름 없는 바위들이 잇따라 등장하며 산 타는 재미를 더해주는데, 문득 커다란 대문 같은 바위를 지난다. 상황봉 오르는 문이라는 의미에서 '상황문'이라 이름 붙여본다. 수많은 바위들에 각자 나름의 이름을 붙여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3층석탑바위, 탕건바위, 사랑바위 등을 지나면 하늘에서 벼락을 맞아 세 등분으로 갈라졌다는 전설에서 이름이 유래한 '벼락바위'를 만난다. 낭떠러지 아찔한 건너편의 백운봉과 멀리 숙승봉이 한눈에 들어온다.
여기서부터 상황봉 정상까지는 10분이면 족하다. 봉수대가 있는 상황봉 정상에서는 푸른하늘과 바다, 그리고 거기에 점점이 박힌 다도해의 섬들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고금도, 신지도, 청산도, 소모도, 대모도, 여서도, 소안도, 보길도 등 인근 섬들과 그 옛날 장보고가 누볐을 해로가 다 보인다. 청명한 날에는 추자도와 멀리 제주도까지 볼 수 있다고 한다. 또 동쪽으로는 장흥 천관산과 고흥 적대봉이, 북으로는 해남의 두륜산과 강진의 관악산, 흑석산이 보이고 멀리 월출산의 우람한 산세까지 드러난다. 서쪽으로는 가까운 심봉과 바다 건너 땅끝마을, 진도 등도 눈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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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짝만 건드려도 흔들거리는 상황봉 동쪽 능선의 '건드렁바위'. |
백운봉 방향으로 내리막을 탄다. 5분 후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10분쯤 더 가면 데크시설이 돼 있는 제2전망대. 맞은편 백운봉과 숙승봉, 발 아래 대수골과 대야저수지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2분 뒤 임도를 통과한다. 오늘날 하느재로 불리는 곳이다. 약간 오르막을 치면 또 한번 전망대를 지난다. 이어서 또다시 살짝 내리막을 타면 안부 사거리다. 옛날 완도의 동쪽과 서쪽 사람들이 넘나들던 원래의 하느재다. 직진한다. 여기서부터 백운봉까지는 줄곧 오르막이다. 땀 꽤나 쏟아야 하는 길. 헬기장과 전망바위를 거쳐 암봉인 백운봉 정상까지 오르는 데 25분쯤 걸린다. 동쪽으로 천길 단애를 이룬 정상부 바위에 칼로 자른듯한 큰 바위들이 여러개 있는데 그 중 하나에 '백운봉' 글자가 뚜렷하게 새겨져 있다. 정상에서는 막혔던 가슴이 뻥 뚫릴 정도로 시원한 풍경을 만끽한다. 지나온 상황봉도 손에 잡힐 듯하다.
■다도해 조망 상황봉·천애절벽 백운봉 정상 조망 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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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운봉 정상부는 동쪽이 천애의 낭떠러지여서 조망이 더욱 좋다. |
숙승봉 방향으로 조금만 가면 바로 갈림길을 만난다. 직진하면 업진봉을 거쳐 숙승봉까지 가는 길이지만, 취재팀은 원점회귀를 위해 오른쪽 대야리 방향 급경사 내리막길을 택한다. 세 차례 철계단을 내려서고 15분 후 임도를 가로지른다. 13분쯤 줄곧 오르막을 타면 479봉을 통과하고 다시 이어지는 내리막을 따라 가면 25분 뒤 송전철탑을 통과하자마자 하늘을 향해 뾰족하게 날을 세운 듯한 송곳바위를 지난다. 지리산 중산리계곡의 칼바위를 닮은 모습이다. 3분 후 갈림길에서 직진하면 대수골 계곡 바닥까지 15분이면 닿는다. 골짜기를 가로지르는 철다리를 건너 3분이면 주차장에 도착한다.
◆떠나기 전에
- 기묘한 바위마다 재미 있는 '전설 꾸러미' 주렁주렁
완도 오봉산 상황봉 백운봉의 수많은 바위들에는 섬에 전해오는 전설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다. 우선 건드렁바위의 전설. 옛날 송정승이라는 사람이 상여를 따라 산을 오르다가 그만 술에 만취해 알몸으로 오줌을 누었다. 그런데 대수골 맞은편 능선의 송곳바위(일명 할아버지 바위)가 '버릇 없이 어디를 보고 오줌을 누느냐'며 호통을 치자 놀라서 그만 돌이 되어 버렸다고 한다. 그 후 바위는 엎드려 절하며 잘못을 비느라 쉬지 않고 흔들거렸고, 큰 바람이 불면 '덜커덩 덜커덩(건드렁 건드렁)' 거린다고 전해온다. 상여바위 전설도 재미있다. 옛날 힘 좋고 착한 황장사가 죽자 고을 사람들이 상여를 메고 관음사를 향했다. 그런데 갑자기 천둥 번개가 치고 비바람이 몰아쳐서 더 이상 가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열흘을 기다렸다가 다시 가려하자 상여가 꼼짝도 하지 않고 그대로 바위가 됐다고 상여바위라 이름 붙였다.
송곳바위(일명 할아버지바위)에도 황장사 장례와 연관된 전설이 전한다. 옛날 백운봉 바위굴에 살던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대수골 건너 황장사 장례식에 다녀오다가 폭우로 계곡 물이 불어나자 먼저 건넌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서로를 애타게 불렀다. 그러나 열흘 간 계속된 비로 서로를 애타게 부르기만하던 두 사람은 바위가 됐는데, 그 후 할아버지 바위에서 휘파람 소리가 나면 마을 아낙들이 바람이 났다. 동네 사람들이 바위 밑에서 제사를 지내니 하늘에서 벼락이 쳐 할아버지바위의 윗부분을 쪼갰고 그 뒤로는 휘파람소리와 아낙네들의 바람기가 사라졌다고 한다.
◆교통편
- 남해고속道 지선 강진무위사IC서 내려 13번 국도 이용
대중교통 편으로 완도까지 당일산행을 마무리 짓기에는 무리가 있다. 자가용을 이용하는 편이 낫다. 남해고속도로 광양IC에서 빠져나온 후 2㎞가량 직진, 다시 우측 남해고속도로 지선 영암순천간 고속도로를 탄다. 강진무위사IC에서 내리자마자 성전(월출산) 방향 오른쪽 길로 빠져나간 후 목포광주 방면으로 다시 우회전한다. 조금 뒤 남성전교차로에서 완도 진도 방면으로 우회전, 2번 국도를 타고 2㎞가량 이동 후 월산교차로에서 완도 해남(진도)방향 13번 국도를 탄다. 이후 해남읍을 거쳐 완도까지는 줄곧 13번 국도를 따른다. 완도교를 건넌 후 완도터널을 통과하자마자 장좌교차로에서 청해진유적 표시를 보고 오른쪽으로 내려서서 좌회전, 굴다리를 통과한다. 이후 청해진초등학교를 왼쪽에 끼고 다시 좌회전 700m쯤 가서 왼쪽 에덴농원 대야1구 방향 좁은 길로 진입 재차 굴다리를 통과해 마을 안길로 계속 올라가면 에덴농산을 지나고 출발지인 상황봉주차장에 닿는다. 북부산톨게이트를 기준으로 휴게소 10분 휴식 포함 약 3시간30분 소요.
문의=생활레저부 (051)500-5151 이창우 산행대장 010-3563-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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