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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교산&그너머> 추석 연휴 가볼 만한 둘레길

숨가쁜 오르내림 잠시 멈추고…

  • 이승렬 기자 bungse@kookje.co.kr
  •  |   입력 : 2014-09-03 18:53:24
  •  |   본지 3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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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서남쪽 끝에서 수만년 동안 섬으로 존재했던 가덕도는 부산신항 개항과 거가대교의 개통 등으로 인해 지금은 육지가 돼 더 많은 사람들이 쉽게 찾을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가덕도 동쪽 해안의 절경도 입소문을 타면서 많은 시민들의 발길을 끌어들이고 있다.
올해도 어김 없이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8일)이 돌아왔다. 예년에 비해 이른 올 추석 연휴는 처음 시행되는 대체휴일 제도로 인해 6일부터 10일까지 최대 5일 동안 계속된다. 이 기간에는 집안 대소사가 많아 먼 곳으로의 산행을 도모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지만 산꾼들의 경우 하루 정도 만이라도 시간을 내서 가까운 산을 찾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을 터. 이번 주 '근교산&그 너머'는 명절 준비와 차례, 성묘, 친구 및 친지들과의 술자리 등으로 지친 심신을 풀어줄 수 있는 가까운 둘레길 코스 몇 곳을 소개한다. 오르내림 많은 산길이 아니라 편평한 길, 그러면서도 풍광 좋고 이야깃거리 풍성한 걷기 코스들이다.


# 수만년 섬이었으나 이제는 육지가 된 곳, 고운 속살 해안절경 뭍사람들에게 공개

■부산 시계를 걷다-제1구간(가덕도 동편 둘레길)

가덕도 동편 둘레길 일부 구간은 밀림처럼 짙은 숲길이다.
예전에는 섬이었지만 부산신항 개항과 함께 육지와 연결된 곳이 가덕도다. 주봉인 연대봉(458.6m)을 정점으로 하는 가덕도는 근교 산행지로도 손색이 없지만, 최근 몇년 새 산행지로서보다 해안을 따라 걷는 둘레길 답사지로 더 각광을 받고 있다. 특히 강서구 천가동 선창마을에서부터 섬 동쪽 해안을 따라 대항마을까지 이어지는 코스는 천혜의 해안 경관과 신선한 공기를 한껏 들이킬 수 있는 삼림욕까지 누릴 수 있는 길이어서 인기가 높다. 이 코스는 또한 부산 해안을 연결하는 명품 걷기 길인 '갈맷길'의 정규 코스이면서 동시에 본지가 2011년 가을부터 2012년 봄까지 '근교산&그 너머' 지면을 통해 연재한 '부산 시계(市界)를 걷다' 시리즈의 제1구간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부산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울 것 같은 천혜의 비경을 간직한 해안선과 마치 동남아시아 정글을 방불케 할 만큼 보존 상태가 양호한 천연 숲을 간직하고 있는 코스이기에 한 번 답사한 사람도 다시 찾고 싶은 코스로 인기가 높다.

코스를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가덕도의 북쪽 들머리인 천가동 선창마을 웅동농협 천가지점에서 출발, 눌차마을~동선방조제~누룽능~어음포~대항새바지~대항마을 선착장으로 연결되는 구간이다. 총길이는 11㎞ 정도 되고 여유 있게 걸어도 4시간이면 충분히 마무리할 수 있다. 높은 산을 오르는 것이 아닌 데다 해안을 따라 산책로가 워낙 잘 조성돼 있어 가볍게 걷기에는 아주 그만인 길이다.

초반 동선방파제를 향해 거쳐가는 외눌마을 골목길은 개발의 광풍과는 거리가 없는 듯, 1970년대 시골 마을 분위기가 물씬해 아련한 추억에 젖게 한다. 누룽능 해안, 희망정 쉼터 부근, 어음포 등은 절경 중의 절경이다. 막바지인 대항새바지에서 만나는 3개의 인공 동굴, 즉 일본군이 파놓은 해안포 진지는 아픈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답사 출발 전 천가초등학교 교정에 들러 흥선대원군의 명령으로 세워진 '척화비(부산광역시 지정 기념물 제35호)'도 둘러보고 갈 만하다. 〈근교산&그 너머 740회 참고〉


# 영축·신불산 우뚝한 영남알프스 자락에도 풍광 좋고 걷기 편한 넉넉한 길 열렸더라

■영남알프스 둘레길 1코스(통도사~작천정)

통도사에서 작천정 가는 길에 만나는 방기리 알바위 유적.
주변에 영남알프스가 존재한다는 점은 부산 산꾼들에게는 두 말할 필요도 없이 축복이다. 주봉인 가지산(1241m)를 비롯해 해발 1000m가 넘는 산만 해도 9개나 되고 800m대 이상 산과 봉우리로 따지자면 수십 개에 달하는 거대한 산군(山群)으로서 그 품이 지리산국립공원보다도 넓다고 한다. 오죽하면 '영남의 허파' '영남지역 산꾼들의 안식처'로 불릴까.

그리고 또 하나의 축복은 영남알프스 둘레길이 있다는 점이다. 험한 산길을 오르내리지 않아도 영남알프스의 넉넉한 품 속에서 한적한 트레킹을 즐길 수 있어서 좋다. 본지는 2011년 벽두부터 여름 끝자락에 걸쳐 '영남알프스 둘레길 열다' 시리즈를 통해 이 길의 개척자 역할을 떠맡기도 했다.

그 중에서도 제1코스는 상징적인 길이다. 영남알프스 둘레길의 시발점이자 종착점이 되는 대한불교 조계종 영축총림 본사인 통도사에서 출발해 울주 작천정에 이르는 이 코스는 걷기에 편할 뿐 아니라 선사시대의 이야깃거리와 유적을 두루 섭렵할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전체 코스를 간략히 정리하자면 통도사~통도환타지아 뒤~지내마을 당산나무~방기리 알바위~방기뒷산(산불초소)~삼성SDI 뒤편 도로~아리랑릿지 등반로 입구~장제마을 노거수~가천리 회관~능선 오거리 갈림길(신불재, 삼봉능선 등반로 입구)~가천저수지~아롱당(啞聾堂) 앞~배밭 옆 사거리~묘지~신불 공룡능선 등산로 입구~자수정동굴나라 대형 주차장~백암산~작천정~인내천 바위 입구 순이다. 14.5㎞. 4시간이면 적당하다. 이 가운데 청동기 유적으로서, 울산시기념물 제10호인 방기리 알바위는 아들 낳기를 기원했던 선사시대 사람들의 토속 신앙을 엿볼 수 있는 곳으로, 빠트리기 아까운 볼거리다. 자수정동굴나라와 작천정 계곡 또한 주요 명소다. 삼성SDI 공장 뒤로 돌아가면 만나는 아리랑리지 산행로 입구에서 바라보는 금강폭포 또한 장관이다. 부산에서 접근성이 좋아 추석 연휴에 찾아볼 만하다. 〈근교산&그 너머 709회 참고〉


# 반백년 막혀 있던 부산 최대 호반 산책로, 열린지 3년 만에 걷기꾼들 "최고의 길" 환호

■부산 회동수원지 수변산책로 코스

회동수원지 둘레길에서 걷기꾼들이 오륜대를 향해 걷고 있다.
부산 최대 인공호수이지만, 상수원보후구역에 묶여 수십년간 금단의 구역이었던 부산 회동수원지 일대가 급격한 변화를 겪게 된 것이 2010년과 2011년이다. 1965년 이후 45년 동안이나 출입이 통제됐던 회둥수원지의 북쪽과 서쪽 일대가 산책코스로 개방된 것이 2010년 1월이었고, 그 이듬해인 2011년 6월에는 반대편인 동쪽 수변 공간도 깔끔하게 정비돼 시민들에게 개방됐다.

그 이후로 부산 시내버스 42, 99, 99-1, 179번 종점인 금정구 회동동 버스종점을 기종점 삼은 회동수원지 둘레길이 부산의 걷기 마니아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은 2010년에는 아홉산(354m) 산행과 회동수원지 북쪽 및 서쪽 산책로를 연계한 순환 코스를 개척, 산행과 트레킹이 절묘하게 결합된 명품 근교 산행지로 소개한 바 있다.〈근교산&그너머 663회 참고〉

또 이듬해에는 완전히 개방된 수변 공간만 따라가는 순환코스를 한 차례 더 소개하기도 했다. 그만큼 멋진 코스이기 때문에 호수변 산책을 하면서 심신을 달래고 싶어하는 시민들의 발길을 이끌어내기 위해서였다.

수변 공간만을 따라가는 이 코스는 막바지에 '부산의 5대(臺)' 중 유일하게 내륙에 위치한 명소인 오륜대(부엉산)을 올랐다가 내려와야 하기 때문에 평지를 걷는 밋밋함도 피할 수 있어 더욱 멋들어진다. 오륜대 아래에서 보는 풍광이나 정상에서 보는 경관 모두 비할 데 없이 아름다운 부산의 속살 풍경이다. 한폭의 진경산수화를 감상하는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다.

코스는 꽤 긴 편이다. 회동동 동대교(철마 방향 구도로)~임도입구 금정웰빙 그린웨이 안내도~잇단 철탑~새로 개설된 산책로~진명교~쉼터 겸 전망대~선동교~상현마을~제1전망대~신현마을~제3전망대(거북바위)~오륜대마을~취수장~오륜대전망대~오륜대본동~윤산갈림길~회동댐~99번 버스 종점으로 연결된다. 약 17㎞이고, 휴식 포함해 6시간 안팎은 잡아야 한다. 〈근교산&그 너머 741회 참고〉


# 원도심 감싸도는 항도 부산의 '배꼽길', 발걸음 걸음마다 아련한 추억 되살아나

■초량 이바구길~엄광산 둘레길 코스

널찍한 임도로 연결된 엄광산둘레길을 걷고 있는 시민들.
원도심 지역에 산재한 부산의 근대적 풍경과 문화를 맛보며 옛추억을 되살리고, 부산의 '배꼽'에 해당하는 구봉산 수정산 엄광산 등 도심지 산들의 허리를 타고 돌며 도심 숲의 운치를 만끽할 수 있는 멋진 둘레길이다.

부산 어디에서도 접근성이 좋기 때문에 부담 없이 다녀올 수 있다. 이번 추석 추천 산행지 가운데 가장 최근에 '근교산&그 너머' 지면에 소개된 코스이기도 하다. 부산역 맞은 편 인도에서 출발해 지난해 봄 조성 완료된 원도심 산책코스인 초량 이바구길을 걸어 오른 후 구봉산과 수정산 엄광산이라는 원도심 3산의 허리를 휘돌아 서구 서대신동 구덕운동장 근처에서 끝내는 코스이다. 어느 산의 정상도 밟지 않고 친숙한 지역 산들의 둘레길을 걷는 코스이기에 남녀노소 누구나 함께 걸어볼 만하다. 길목 곳곳에 깨알처럼 박혀 있는 숨은 볼거리와 이야깃거리도 많아 우리가 살고 있는 부산에 대해서 좀 더 깊고 넓게 알 수 있다. 부산항대교를 비롯한 부산 북항 일대와 동쪽으로는 오륙도 신선대에서부터 서쪽으로는 영도까지 펼쳐지는 바다 풍경도 만끽할 수 있다. 게다가 안창마을, 구덕꽃마을 등 부산의 오지마을도 아우른다.

코스의 전체 길이는 18㎞가량 되니까 꽤 긴 편이다. 답사 시간도 휴식시간을 포함해 약 6시간쯤 걸린다. 코스를 요약하자면 부산역 맞은편 금호보리밥 식당 앞(초량 이바구길 출발점)~초량교회앞~168계단~김민부전망대~장기려기념관~당산~이바구공작소~금수사~초량6동산림초소~수정가족체육공원~안창마을~수정산고개~수정산임도~약수터~임도~백병원갈림길~동서대갈림길~삼운정약수터~꽃마을~내원정사~구덕수원지~서구민방위체육공원 순.

초량 이바구길의 168계단을 비롯해 '기다리는 마음'을 작시한 김민부 시인을 기린 김민부 전망대, 부산 현대 의학계의 큰 어른으로 추앙받는 장기려 선생을 기린 기념관 등도 돌아볼 수 있다. 엄광산 북쪽 자락의 임도구간에서는 백양산과 그 너머 낙동강의 도도한 물줄기까지 조망할 수 있기도 하다. 〈근교산&그 너머 887회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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