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코펜하겐시 해안에 설치돼 있는 미델그룬덴 해상풍력단지 모습. 20기의 풍력발전기 가운데 10기는 코펜하겐 시청 소유이며 10기는 코펜하겐 에너지·환경협회라는 민간단체 소유다.

미델그룬덴

북유럽에서 가장 큰 덴마크 코펜하겐공항으로 접근하는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면 왼쪽으로 해상풍력단지가 보인다. 미델그룬덴 풍력단지다. 지난 2001년 당시 해상풍력단지로는 세계 최대규모로 발전을 시작한 미델그룬덴 풍력단지에는 20기의 2MW짜리 풍력발전기가 발트해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받아 전력을 생산한다.

20기 가운데 10기는 '코펜하겐 에너지·환경협회'라는 협동조합 형태의 비정부기구(NGO)가 소유하고 있다. 나머지는 코펜하겐 시의 에너지 및 전력담당 부서에서 운영한다.

코펜하겐 에너지·환경협회는 8500명의 회원을 거느리고 있다. 이들이 미델그룬덴 풍력발전기 10기의 소유주들이다. 10기의 풍력발전기는 4만5000개의 소유권으로 나뉘어 있다. 1개의 소유권은 4200크로네(약 75만 원)이다. 소유주들은 지난해 풍력발전을 통해 생산한 전기를 팔아 소유권 당 12%의 이익을 남겼다. 재미있는 사실은 각 회원의 권리가 동등하다는 것이다. 이는 덴마크의 전통적인 협동조합 운영방식과 유사한 것으로 소유권 10개를 갖고 있든, 1개를 갖고 있든 협회 의사결정 과정에서 행사하는 권리는 똑같다. 일반적인 주식회사의 대주주, 소액주주와는 다른 개념이다.

미델그룬덴에 풍력발전기 10기를 설치하는 데는 약 2300만 유로(약 302억 원)가 들어갔다. 에너지환경협회의 회원들은 투자자 모집을 위해 '10명 접촉하기' 운동을 벌였고, TV광고도 2년이나 내보냈다.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 신문 등에 광고를 아끼지 않았고 인터넷을 통한 홍보도 지속적으로 벌였다.

지금 미델그룬덴은 세계적인 해상 풍력단지 조성의 성공사례로 알려지면서 관광 투어 코스로도 대접받고 있다.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도 환경운동에 투신한 뒤 미델그룬덴에 대한 관심을 표명했고, 설치 결정 과정과 현재의 운영에 대해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관광객들이 미델그룬덴을 둘러보기 위해서는 3000크로네(약 54만 원)를 내야 한다. 1시간30분가량의 미델그룬덴에 대한 소개와 풍력발전에 대한 기본 강의가 포함돼 있으며, 풍력단지를 배를 타고 잠깐 돌아본다. 풍력발전기에 가까이 접근하려면 3000크로네를 더 내야 한다.

지난 2001년 덴마크 미델그룬덴 해상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하고 있는 장면.

덴마크 풍력발전의 현주소

덴마크는 지난 2005년 기준으로 20.5%의 전력을 풍력발전으로 생산하고 있다.

2004년 기준 유럽연합(EU) 전체로는 풍력으로 3만4205MW의 전력을 생산했다. 덴마크(3117MW) 독일(1만6629MW) 스페인(8283MW) 등이 풍력발전 강국이다. 2002년 독일(1만2000MW) 스페인(4830MW) 덴마크(2880MW)의 생산량과 비교하면 엄청난 성장세다. 특히 독일과 스페인의 성장이 두드러졌다.

풍력발전의 장점은 먼저 설치가 간단하다는 데 있다. 풍력발전기 1기 설치에 6~7개월이면 가능하다. 화력이나 원자력 발전소 보다 건설기간이 짧다. 덴마크가 풍력발전 분야에서 성공을 거둔 것은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기후 조건을 가장 잘 파악한 뒤 이에 맞는 풍력발전기를 만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풍력으로 생산한 전력을 우선 사용케 하고 곧바로 현금화할 수 있게 만든 덴마크 정부의 적극적인 장려책도 원동력이 됐다.

덴마크 풍력발전기의 59%는 개인이 소유하고 있다. 코펜하겐 에너지·환경협회처럼 협동조합이 소유한 것은 23%다. 나머지 18%만 전력회사 등이 갖고 있다.

덴마크의 풍력발전 역사는 깊다. 1890년대 산업혁명 당시 덴마크에는 이미 8000기 가량의 풍차 모양 발전장치가 존재했다. 이것들은 디젤엔진의 출현으로 잠시 사라졌다가 1, 2차 세계대전 이후 석유 석탄 등 연료가격이 상승하면서 풍력발전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자 되돌아왔다.

1957년 덴마크 게사라는 도시에 처음으로 현대적인 형태의 풍력기가 들어섰다. 이후 덴마크에서는 꾸준히 풍력발전에 대한 관심을 가져왔고 관련 기술을 축적했다.

1990년대말 미국도 에너지 위기가 닥치자 학자들이 덴마크를 방문해 풍력 발전 방안을 연구해갔다. 하지만 미국은 덴마크의 풍력발전기를 가져갔지만 제대로 관리도 못하고 써먹지도 못했다. 미국적 상황에 맞게끔 변화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덴마크는 풍력발전기를 소유한 개인이 각자의 지형과 기후 조건에 맞는 발전기를 만드는 기술을 개발하려고 시도했다. 이것이 축적되면서 관리하기 쉬운 풍력기의 형태는 어떤 것이며, 어떤 모양의 발전기를 만들어야 더 많은 전력을 생산하는가에 대한 기술이 집약됐다. 이것이 세계 1위의 풍력발전기 제조업체 베스타스를 포함해 덴마크가 전세계 풍력기 시장의 선두주자가


# 에너지·환경협회 닐스 룬드씨…지역사회 관심이 CO₂ 7만6500t줄여

"친환경적 시설에 역점… 새·물고기 등 생태계 파괴 없어 "

"미델그룬덴의 성공은 지역 주민들의 참여에서 비롯됐습니다."

코펜하겐 에너지·환경협회의 닐스 룬드(사진) 씨는 "미델그룬덴 프로젝트가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델그룬덴은 에너지·환경협회가 추진했던 세 번째 프로젝트"라면서 "코펜하겐 해안에 풍력발전기를 설치하자는 제안이 나온 이후 준비하는 데 3년가량이 걸렸고 실제로 풍력발전기를 세우기까지 1년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후 20기에서 생산되는 전력량은 코펜하겐 시내에서 하루 사용되는 전력의 3%를 담당하고 있으며 그동안 261t의 이산화황과 7만6500t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감소시켜 코펜하겐의 공기를 맑게 유지하는 효과도 올렸다"고 말했다.

룬드 씨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풍력발전 등 대체에너지에 대한 코펜하겐 지역사회의 관심을 높일 수 있었고, 여러 문제가 생길 때마다 대화로서 해결할 수 있었다"며 "심지어 덴마크에서는 협동조합이나 개인의 풍력발전기 소유가 많기 때문에 한 풍력단지 안에서도 서로 좋은 자리가 어디인가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경우도 있는데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참여가 갈등을 줄이는 데도 기여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유럽에서 덴마크의 풍력발전 속도가 독일이나 스페인보다 느린 것은 풍력발전기를 생산하는 속도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그렇다고 해도 풍력발전의 미래가 어두운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다만 "풍력발전기가 대형화되고 비싸지는 추세에 있기 때문에 덴마크에서도 개인이 발전기를 소유하기는 힘들어질 것이다. 발전소나 협동조합이 소유하는 형태로 바뀌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풍력발전이 자연환경을 망친다는 지적에 대해 그는 거침없는 주장을 폈다. 룬드 씨는 "우리는 풍력발전기를 설치할 때 어떤 각도로 세울 것이며, 전체적인 배치는 어떤 형태로 할 것인가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했다"고 말했다. 미델그룬덴 풍력발전단지는 코펜하겐시의 옛날 도시계획에서 만든 성벽의 유선형을 그대로 해상에 옮겨와 만들었다. 활처럼 휜 모양인데 이것이 가장 타당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고 협상을 조정할 수 있었다.

그는 풍력발전기가 새들의 생태 환경에 영향을 준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지금까지 수년간 풍력발전을 해 왔으나 새들이 이 때문에 보금자리를 잃었다는 보고는 없다. 심지어 다치는 경우도 없었다. 오히려 새들이 풍력발전기 주변에 모여 휴식을 취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풍력발전기에 새들의 배설물이 덕지덕지 앉은 사진을 보여주면서 이 배설물을 모아 비료를 만들어도 될 정도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해상에 설치할 경우 물고기들의 수중 생태계를 훼손한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바다에 설치하는 어떤 구조물이든 일정한 영향을 줄 수밖에 없으며 풍력발전기 역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지금 코펜하겐에서는 풍력발전기 주변으로 새로운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다는 보고가 있다"고 주장했다.


# 미델그룬덴 주요지표

발전기 수 : 20기 / 발전용량 : 기당 2MW

발전기 높이 : 102m / 가동 효율 : 93%

해상 50m의 풍속 : 평균 초속 7.2m


# 소유권당 손익계산서

투자비 : 570유로(4200크로네)

전력판매 등 수익 : 연간 80유로

유지비 : 10유로 / 순수익 : 70유로

수익률 : 12.5% / 투자비 회수 예상기간 : 8년

감가상각 : 28.5유로(연평균)

감가상각비 제외 수익 : 42.5유로(7.5%)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