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문은 24일 오후 물류도시 부산의 뿌리라 할 수 있는 '초량왜관'의 복원 전략을 찾는 1차 포럼을 개최했다. 전문가들은 초량왜관의 중심이었던 부산 중구 용두산공원을 중심으로 부산의 역사와 가치를 재조명하는 치밀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창조적 문화 관광자원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일시 장소: 24일 오후 3시 국제신문 7층 회의실

◇참가자 (가나다순)

▷김동철 부산대 사학과 교수

▷김민수 경성대 도시공학과 교수

▷김형양 부산시 문화관광국장

▷배창길 부산 중구 관광문화과장

▷정의화 국회의원

▷주경업 부산민학회 회장

◇사회 : 박창희 국제신문 기획탐사부장


● 정의화 국회의원

'초량왜관 복원,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한 전문가 포럼이 24일 오후 국제신문 7층 회의실에서 열리고 있다. 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 옛 부산유치원 부지 매입을
- 범부산 차원 포럼 구성해야

● 김동철 교수

- 왜관 근대·식민도시 장소성
- 복원위한 사료·연구 부족

● 김형양 부산시 국장

- 관광상품화 차원서 접근
- 용두산 큰그림부터 그려야

● 주경업 부산민학회장

- 왜관 사료관 건립부터 시작
- 부산 뭘 복원할지 고민 필요

● 김민수 교수

- 원도심 가치·미래상 짚어야
- 용두산 무관한 사업 지양을

● 배창길 부산 중구 관광과장

- 용두산 사료관 건립에 공감
- 원도심 관광의 키워드로

▶사회=부산 지역사를 새롭게 조명하자는 차원에서 초량왜관을 복원하자는 의제를 꺼냈다. 초량왜관은 조선시대 10만 평이 넘는 대일무역기지였다. 반면 일제의 침략기지로 활용됐다는 점 때문에 지금도 이중적 시선이 존재한다. 수치의 역사로 보는 시각도 있고, 적극 복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우선 초량왜관의 의미부터 짚어보자.

김동철 교수

▶김동철(존칭 생략)= 초량왜관은 대일 외교와 무역의 중심지였다. 조선 뿐 아니라 중국·동남아시아의 상품이 왜관을 통해 일본으로 건너갔다. 현재 부산이 지향하는 콘셉트와 상당히 일치한다. 일본 사신들은 초량왜관의 객사에서 외교 협상을 했다. 한일 외교의 중심지인 셈이다. 부산의 개방성과도 연결된다. 반면 근대기 일본에 의해 강제 개항이 이뤄지면서 동래의 역사가 단절된다. 근대도시 부산과 식민 도시의 장소성을 모두 갖고 있다.

▶주경업= 복원과 재현을 구분해야 한다. 복원은 초량왜관 건물을 원형대로 되살리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재현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다. 그동안 부산사람들은 지역사에 대해 무관심했다. 이제야 왜관의 이야기를 꺼내고 있지 않나. 지금도 발굴된 초량왜관 사료가 부족해 안타깝다. 부산과 일본의 상생관계가 왜관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한다. 1407년 조선 태종이 부산포를 개방한 시점부터 500년 이상 부산과 일본은 교류를 했다. 언제까지 일본인에 대한 피해의식에 갇혀 있어야 할 것인가. 이제 생각이 달라져야 한다. 초량왜관에 대한 이해를 새롭게 해야 한다. 초량왜관 사료관 건립부터 먼저 시작해 보자.

▶사회= 부산시와 중구청에서 초량왜관을 재현하려 했던 시도가 몇 번 있었는데.

배창길 부산 중구 관광과장

▶배창길= 지난 2004년 '일본인 거리' 조성 계획이 여론의 반대로 무산됐다. 원도심이 살 길은 관광이다. 그래서 "옛 것을 새롭게 만들어 팔아먹자"는데 생각이 닿았다. 김은숙 부산 중구청장이 지난 7월 일본 나가사키 시 데지마 상관(17~19세기 네덜란드 상인 거류시설)의 복원 현장을 다녀왔다. 용두산공원 주변에 사료관을 건립하자는 의견에 공감한다. 부산시가 나서 주었으면 한다.

▶김동철= 데지마는 일본 근대화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반면 '왜관이 부산에 얼마나 도움이 됐나' 하는 대목에서는 약점이 있다. 조선이 우월의식에 젖어 일본 문화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일본의 침략기지가 되기도 했기 때문에 복원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초량왜관 연구는 대부분 외교·문화·무역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복원(재현)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사료나 연구가 부족하다. 한국 건축사에서 아웃사이더인 셈이다. 여기다 단순히 초량왜관만 복원할 것이냐, 아니면 근대유산 복원의 큰 틀 속에서 초량왜관의 좌표를 찍을 것이냐에 대한 공감대도 중요하다.

▶사회= 초량왜관은 원도심 재생과 연결할 수 있지 않을까.

김민수 교수

▶김민수= 용두산이 원도심에서 갖고 있는 가치와 미래상을 먼저 짚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뜬금없이 들릴 수 있다. 초량왜관 복원 논의의 배경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장소가 갖는 의미를 관광상품화하는 것이다. 둘째는 근대와 전근대 시기의 기억을 되살리는 의미를 가진다. 행정은 전자에 무게를 두고 학계는 후자에 가깝다. 초량왜관 복원을 논의하기 전에 용두산의 역사성부터 고찰하자. 미래 원도심의 발전상에 역사성을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 원도심에는 왜관 말고도 일제 자취와 한국전쟁의 상흔도 남아 있다. 용두산의 미래를 담는 큰 틀 속에서 근대부산과 왜관의 복원이 논의돼야 한다.

▶김형양= 초량왜관은 부산시가 지향하는 '동북아 물류도시'와 연결된다. 하지만 '원래'그 자리에 복원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주민 이주나 부지 확보에 엄청난 재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초량왜관에서 일어난 역사적 사건을 재현하거나 관광상품화 하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것 같다. 지역의 문화재도 시급하게 복원해야 할 것들이 많다. 동래읍성이나 기장읍성 복원비도 한 해 2~3억 원에 불과하다. 차근차근 초량왜관 재현과 재원 확보 방안에 대해 고민했으면 한다.

정의화 국회의원

▶정의화= 역사자원도 관광과 연결돼야 투자 가치가 상승한다. 초량왜관이 있는 용두산공원은 부산의 과거·현재·미래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초량왜관 복원은 '가깝고도 먼' 일본과의 교류를 확대한다는 차원에서 접근하자. 1978년 미국 LA를 방문했을 때 '리틀 도쿄'를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 샌프란시스코에는 '저팬 센터'가 있었다. 용두산 자락에 저팬 타운 또는 리틀 도쿄를 만들어보자. 그 안에 초량왜관을 복원한다면 관광의 코어(핵)가 될 것이다. 부산호텔~한정식집 부촌(초량왜관의 우두머리인 관수가가 있던 자리)~옛 부산유치원 자리가 제격이다.

▶주경업= 옛 백제병원에서 요즘 전시회가 자주 열린다. 낡은 건물이나 골목을 깡그리 없애는 것을 '새로운 부산'이라고 착각해서는 안된다. 도시에는 역사가 존재해야 한다. 초량왜관 복원 논의를 계기로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복원해야 할 것인 지에 대해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주경업 부산민학회장

▶사회= 초량왜관의 역사적 복원과 공간적 재현이 동시에 이뤄져야 할 것 같다.

▶정의화= 더 망실되기 전에 근대문화유산을 네트워크로 엮어야 한다. 부산시의 큰 잘못은 문화유산 보존과 복원을 담은 장기 마스터플랜이 없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옛 부산유치원을 매입하지 못한게 너무 아쉽다.

▶김민수= 부산시는 PIFF 광장과 멀리 떨어진 용두산공원에 영화체험박물관을 건립하겠다고 발표했다. 규모도 용두산의 목 뒤를 꽉 누를 정도로 크다. 용두산의 역사성을 반영하지 못한 사업들이 중구난방 되어서는 안된다. 우선 '초량왜관에서 만나는 용두산 이야기'를 펼치는 것도 한 방법이겠다.

김형양 부산시 국장

▶김형양= 용두산을 중심으로 초량왜관~일제강점기와 해방~한국전쟁을 종합적으로 묶을 수 있는 역사문화지도를 만들면 좋을 것 같다. 참고로 부산시는 한국은행이 이전할 경우 근대역사관으로 활용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사회= 초량왜관 복원의 첫 단계로 부산유치원 터를 매입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가능성이 있는 건가.

▶정의화= 문화재 복원을 위해서는 부지 확보가 중요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부산유치원 부지를 확보해야 한다. 부산시·부산발전연구원·중구청과 역사·문화관광·건축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하는 포럼을 구성하자. 현대적 의미의 초량왜관을 만드는데 모두 힘을 보태야 한다.

▶김민수= 초량왜관 복원을 위해서는 관수가 터였던 부산유치원과 아로마호텔의 매입을 서둘러야 한다. 포럼에서 구체적인 복원 전략을 설계했으면 좋겠다.

▶주경업= 선행 연구자들의 성과를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러면 저절로 무엇을 먼저 복원해야 하고, 어떻게 복원해야 할 지 해답이 보일 것이다. 현재 동광동 아로마호텔 뒤에는 일제시대 땅굴도 있다.

▶김민수= 용두산을 용두산답게 가꾸기 위한 키워드로 초량왜관을 바라봤으면 한다.

▶주경업=국제신문이 어려운 의제를 꺼냈다. 성과를 거두기를 바란다.

▶사회= 오늘 자연스럽게 1차 포럼이 창립되어 회의가 진행됐다. 일본에서도 초량왜관 복원에 대해 관심이 많다. 참여 전문가를 확대해 내년 초에 더욱 의미있는 논의의 장을 마련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