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육은 부산의 新성장동력… 교육감 선거에 관심 가져야
- 예비 후보들 무상급식 등 '거창한' 공약보다
- '맞벌이 자녀 돌봄교실' 등 현실성 있는 사업 강화를

선출직 공무원이 연임 제한으로 관직을 물러나는 것은 일종의 영예다. 나름 성공한 리더로 평가받는 잣대가 되기 때문이다.

6·2 지방선거에서 3선 연임으로 옷을 벗는 부산의 기초단체장은 기장군수, 동구청장, 사상구청장 3명이다. 그리고 부산 교육계의 수장인 교육감도 3선 연임으로 물러난다.

곧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가는 이들 지역 리더들에게 '리더의 길'을 물어봤다.

3선 연임 제한으로 오는 6월 퇴임하는 설동근 부산시교육감.

기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고 있었다. "나, 교육감인데… 우리 학생들이 그린워킹에 참여할 수 있는 아이디어 한 번 만들어 보세요." 지난 5일 인터뷰를 마치고 남은 찻잔을 비우면서 별 생각없이 '번외'로 던진 말이었다. 학생들 체험활동의 일환으로 본지의 '그린워킹'에 동참해 보면 어떻겠느냐고 제의한 것. 건강도 챙기고 어린 학생들에게 애향심도 심어주는 산교육이자 길가의 쓰레기라도 주우면 부산이 더 깨끗해지지 않겠냐고….

퇴임을 3개월 앞뒀지만 설동근 부산시교육감에게 부산의 교육혁명은 여전히 진행형이었다. 그것도 아주 왕성하게. 두 번의 간접선거와 첫 민선을 거쳐 10년간 부산 교육계의 수장으로 일해온 설 교육감에겐 항상 '최초' '혁신'이란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부산발 교육혁명' '부산 공교육 1번지'등의 헌사는 그가 재임 시절 일군 성적표다. 평가가 이를 수도 있지만, 부산에서 발아한 그의 교육개혁 아이템들은 전국으로 씨를 퍼뜨리며 '백년대계'의 뿌리가 될 것이란 기대를 낳고 있다.


-임기 중에 수 많은 교육혁신을 일으켰습니다. 이 가운데 가장 뿌듯한 것을 꼽으신다면.

▶이미 알려진 것들을 새삼 언급하기가 좀 그렇습니다. 사분오열 되어 있던 교육공동체를 '교육중심도시 건설'이라는 큰 비전 아래 하나로 묶었다는 점에서 저 스스로도 대견하다고 생각합니다. 인신공격까지 받으며 어렵게 정착시킨 교장·교감 다채널 평가제가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조직 운영에 리더십이 왜 중요한가요.

▶'토끼가 지휘하는 호랑이 군대는 호랑이가 지휘하는 토끼 군대를 이길 수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임기 중 리더십이 가장 필요했을 때는 언제였습니까.

▶교육계는 학력이 높고 자부심이 강한 구성원들로 짜여져 있습니다. 어느 분야보다 리더십이 중요합니다. 개인적 리더십이 빛을 본 건 2003년 6월에 발생한 교육청 버스참사 때라고 여깁니다. 당시 교육청 전체가 술렁거렸죠. 모든 게 저의 불찰이라 여기고 상가에서 묵묵히 기도하고 일일이 문상객을 맞이했습니다. 나중에 들었지만 사람들이 그런 인간적인 면모에서 리더십을 느꼈다고 말하더군요.

-본인의 리더십 유형을 분류하자면.

▶우리 교육청에서 추진해 온 정책 상당수가 '전국 최초' '전국 유일'이란 말이 많이 붙는 걸 보면 개혁가형에 가깝지 않나 여깁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던 헌신과 봉사만큼 훌륭한 리더십은 없다고 봅니다. 리더가 궂은 일, 힘든 일에 먼저 발을 담그면 조직원은 자연스럽게 따라오고 거기서 창의적인 발상이 생겨나는 걸 봐 왔습니다. 군림하지 않고 봉사하는 '서번트형'이 가장 훌륭한 리더십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육감이 중요하다고는 해도 피부로 잘 와 닿지 않습니다. 일반인이 교육감 선거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 주시죠.

▶교육은 모든 분야의 뿌리입니다. 부산은 이미 소비도시로 전락했습니다. 인구도 갈수록 줄지 않습니까. 이제 부산은 문화와 교육도시로 변해야 합니다. 교육을 곧 부산의 성장동력이자 브랜드로 삼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교육하기 좋은 도시'가 되면 외지인들이 부산으로 이주해 올 것으로 믿습니다.

-간선과 민선 교육감을 다 거쳤습니다. 두 제도의 장·단점은 뭐라고 여기십니까.

▶민선 교육감이 아직 초기라 어떤 게 더 좋다고 평가하기는 이릅니다. 하지만 민선 교육감은 상공계와 시와의 유기적 관계에 있어 협조를 이끌어 내는데 훨씬 유리한 건 사실입니다. '업스쿨(UP-School)'이 대표적인 사례이지요.

-교육감 선거가 뜨겁습니다. 후보들에게 당부드리고 싶은 말씀은.

▶교육은 정직이 생명입니다. 나중에 선거법 위반 같은 문제에 휘말리지 않도록 조심했으면 합니다.

-전면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내건 후보도 있습니다. 이게 가능한가요?

▶부산의 재정자립도를 보면 현실성이 없습니다. 달콤한 '공약(空約)'보다는 현재 부산시교육청에서 실시하고 있는 맞벌이부부를 위한 '저학년 자녀 돌봄교실' 같은 사업을 확대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형편이 넉넉한 아이들에게 밥 한끼 공짜로 주기보단 정말 도움이 필요한 학생에게 재원이 돌아가는 게 교육정책의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 부산 기초단체장 3명이 말하는 '리더의 길'

- 먹고 살 거리 창출할 혁신적 리더 필요
- 현장행정으로 주민 실생활에 도움줘야

최현돌 기장군수

"시장·구청장은 굵직굵직한 사업 서너 개만 챙기고 행사 참석 같은 일은 부시장이나 부구청장에게 위임하면 됩니다."

차기 부산의 단체장들에게 필요한 리더십을 묻자 최현돌 기장군수의 목소리 톤이 올라갔다. "돈과 권력이 모두 서울에서 나오는 게 우리의 현실 아닙니까. 현장에서 영업을 하는 게 지역 CEO의 책무입니다. 단체장은 한 달에 절반은 서울에서 살아야 합니다."

"시원 섭섭하다"는 말로 퇴임의 소회를 짧게 밝힌 최 군수는 리더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인품과 덕망'을 꼽았다. "주민과 생활하는 지역 리더는 희생하고 봉사하는 자리입니다. 시경에 '완인상덕 완물상지'(玩人喪德, 玩物喪志·사람을 가지고 놀면 덕을 잃고 물질을 가지려 하면 뜻을 잃는다)란 말이 있습니다. 리더들이 새겨들어야 할 경구입니다."

정현옥 동구청장

개혁가형임을 자임하는 최 군수는 차기 리더들에게 "관리형에서 벗어나 혁신적 행정을 이끌어 갈 것"을 주문했다. "먹고 사는 게 가장 중요한 시기입니다. 단체장이 되면 중앙 정부와의 정책 연계 고리를 빨리 찾아 특화할만한 아이디어를 창출해야 합니다."

퇴임 후 행보에 관해서는 "정치는 생물"이라는 표현으로 즉답을 비껴갔다. 정당 공천제와 관련해서는 "후보를 뽑는데는 공천제가 필요하지만 당선 이후에는 간섭을 말아야 한다"며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다.

지방정부에 20년간 몸 담은 정현옥 동구청장은 "같은 현안도 소신을 가지고 긍정적으로 접근하면 80%가 술술 풀리는 반면 부정적으로 다가가면 20% 밖에 해결되지 않는다"면서 차기 부산의 리더들에게 긍정적인 리더십을 가질 것을 주문했다. 지방자치의 산 증인으로 불리는 정 구청장은 1회·2회 시의원을 거쳐 3선 연임으로 구청장에 당선됐다. 국내 단체장 가운데 유일하게 2회 연속 단독 후보로 나와 구청장에 오른 특이한 이력도 갖고 있다.

재임 시절 가장 뿌듯한 성과로 그는 동구의 주거환경개선사업를 꼽은 반면, 이웃 중구와의 통합 무산을 가장 아쉬워 했다. 원도심의 모체인 동구의 발전이 곧 부산의 발전이라고 전제한 그는 "부산역~부산진역 구간 KTX 지하화는 차기 단체장이 짊어져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윤덕진 사상구청장

지난 1998년부터 내리 민선 2, 3, 4기 기초 단체장을 지낸 윤덕진 사상구청장은 차기 리더들에게 '주민 밀착 행정'을 최우선으로 당부했다. "전시 행정이 아니라, 주민들이 공감하고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현장 행정을 펼쳐야 합니다. 그것도 부지런해야 가능한 일이겠지요."

윤 구청장은 12년 재임 시절의 성과로 사상구의 상습 침수지역 해소, 사상공단 환경 개선, 낙동강 제방 정비 및 사상강변공원 개설을 들었다. 구청장 직에서 물러나면 조용히 지역봉사를 하겠다고 밝힌 그는 "리더십을 발휘하려면 리더가 생각하는 방향으로 직원들이 따라오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매니페스토(실현 가능한 공약)에도 관심이 많은 그는 공약 목표와 이행도를 사상구 홈페이지에 자세하게 공개해 놓았다. 차기 리더들이 참고할 만한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