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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속 세상이야기-그 곳에도 삶이 있다 <3> 이야기 속 주인공 된 바다생물

토끼야, 용궁 살자

토끼 귀 닮은 군소, 해조류 먹고 살아… 미역·다시마 양식 어촌 탐관오리 빗대기도

`토끼의 간` 속 자라, `심청전` 속 거북 용왕 사신으로 등장

서양에선 돌고래가 바다의 신 포세이돈 사신이자 큐피트로

돌고래 인형 선물… 사랑 맺어준단 설도

한국 `해미래` 등 잠수용 기구 개발, 인류 바닷속 삶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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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 전 용왕이 큰 병이 들었다. 토끼의 간만이 용왕의 병을 고칠 수 있다는 처방에 용궁의 충직한 신하 자라가 육지로 떠났다. 자라는 토끼를 꾀어 용궁으로 데려오지만 토끼는 간을 물 밖에 두고 왔다는 임기응변으로 무사히 땅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옛 이야기는 그렇게 끝난다. 그런데 충직한 신하 자라가 한 번 실패했다고 토끼 꾀는 일을 포기했을까.


■간을 빼주고 바다에 정착한 토끼(?)

   
'바다 토끼' 군소.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 결국 자라는 토끼를 다시 용궁으로 데려가는데 성공했을 것이다. 그리고 용왕에게 간을 빼준 토끼는 땅으로 돌아가는 것을 포기하고 바다에 머물고 말았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바다 속에는 토끼를 빼 닮은 동물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연체동물에 속하는 군소가 그 주인공이다. 군소 머리에는 두 쌍의 더듬이가 있다. 이 중 냄새를 감지하는 큰 더듬이가 길쭉한 토끼 귀를 닮았다. 그래서 군소를 두고 '바다토끼(Sea rabbit)'라고 부른다. 군소는 토끼가 풀을 뜯어 먹듯이 해조류를 뜯어 먹는다. 또한 군소도 토끼처럼 새끼를 많이 낳는다. 군소 한 마리가 한 달에 1억 개 정도의 알을 낳는데 만약 이 알들이 모두 부화해서 자란 후 다시 알을 낳고, 그 알들이 다시 부화해서 알을 낳고 한다면 단 1년 만에 지구 표면은 2m 두께의 군소로 뒤덮이게 될 것이라 한다.

군소가 초식동물로 미역, 다시마 등을 주로 뜯어 먹다보니 재미있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옛날 한 어촌 마을 앞 바다에 군소가 많이 늘어나 미역을 다 뜯어 먹어 버렸다. 하루는 이 마을 군수가 마을을 둘러보는데 "그놈의 군수 때문에 못 살겠다"는 소리가 들리는 게 아닌가. 사람들은 군소라 했을 터지만 잘못 알아들은 군수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지역에 따라서는 군소가 닥치는 대로 미역을 뜯어 먹는 꼴이 탐관오리가 백성들을 못살게 구는 것처럼 보여 군소를 두고 군수라 부르기도 한다.

   
불가사리가 군소알을 포식하고 있다.
옛이야기 속에서 용궁은 심청전에도 등장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아버지 눈을 뜨게 하기 위해 인당수에 몸을 던진 심청이를 용궁으로 데려간 주인공이 거북이란 점이다. 우리 선조들은 바다 속 세상과 사람들이 사는 세상을 연결해 주는 용궁의 사신역할을 거북이에게 맡겨왔다. 용왕의 명을 받아 심청이를 구해 용궁으로 데려간 게 거북이고, 토끼의 간 이야기에서도 거북이와 사촌 간인 자라가 등장하니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도 어촌 마을에서는 거북이가 그물에 걸리거나 땅 위로 올라오면 용궁에서 온 사신을 맞듯이 극진하게 대접해서 다시 바다로 돌려보낸다. 그리고 거북이를 해, 산, 물, 돌, 구름, 소나무, 달, 불로초, 사슴과 함께 십장생이라 하여 영물로 생각했다.

■서구에서는 돌고래가 용궁의 사신

   
서구에서는 거북이 대신 돌고래에게 용궁의 사신 역할을 맡겼다. 그리스 신화에 의하면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암피트리테라는 여인을 너무 사랑했다. 그런데 그녀는 포세이돈이 무서워 바다 깊숙한 곳에 있는 아틀라스 신의 궁전으로 숨어 버렸다. 사랑에 빠진 포세이돈은 돌고래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해 줄 것을 부탁했다. 전 세계 바다를 뒤진 끝에 암피트리테를 찾아낸 돌고래는 포세이돈의 애절한 마음을 전해 둘의 사랑은 이루어지게 되었다. 암피트리테를 맞은 포세이돈은 너무 기뻐 돌고래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별자리를 만들어 주었는데 그 별자리가 바로 여름 밤 하늘을 아름답게 꾸미고 있는 돌고래자리이다. 그래서 서구에서는 지금도 사랑하는 사람에게 돌고래 인형을 선물하면 그 돌고래가 두 사람의 사랑을 이루어 준다고 믿고 있다.
동양과 서양의 관점에서 등장하는 거북이와 돌고래 중 어느 쪽이 용궁의 사신으로 더 적임자 일까. 사람들은 거북이에 대해 느림보라는 선입관을 갖고 있지만 이는 땅 위에서의 모습만을 보았기 때문이다. 물속에서 거북이는 시속 32㎞ 이상으로 헤엄칠 수 있을 뿐 아니라 수천 ㎞에 달하는 장거리를 이동할 수 있고 탁월한 잠수 능력도 갖추고 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경기 수영 자유형 400m에서 3분41초86으로 금메달을 딴 박태환 선수의 기록을 시속으로 환산해 보면 6.49㎞에 불과하니 거북이가 얼마나 빠르게 헤엄치는지 짐작 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 필리핀이나 팔라우 등 열대바다에서 거북이를 만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이때 거북이를 따라 잡고자 하는 일이 얼마나 무모한 행동인지 실감하곤 한다. 이런 점에서 거북이는 돌고래만큼의 수영실력을 가진데다 땅 위를 기어 다닐 수도 있으니 용궁의 소식을 전하는 적임자라고 할 수도 있다.

■현실화가 가능한 상상 속의 용궁

   
심해유인 잠수정 패스파인더호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용궁이지만 멀지 않은 미래에 실제로 용궁이 등장할지도 모른다. 바다 속에 사람들이 살 수 있는 안전하고 멋진 집이 지어진다면 그 곳이 바로 용궁일 것이다. 사람들의 꿈은 끝없는 도전과 노력을 통해 하나씩 이루어지고 있다. 그래서 인류는 희망의 미래를 꿈꿀 수 있다. 바다 속 세상에 도전하는데 가장 큰 문제는 물속에서도 숨을 쉴 수 있어야 하고, 10m 깊어질 때마다 1기압 정도씩 올라가는 수압을 이겨내야 한다는 점이다. 사람들이 잠수용 기구를 만들어 낸 것은 이 때문이다.

기록에 의하면 잠수용 기구를 이용한 바다탐험은 기원전 325년 알렉산더 대왕의 시도가 최초이다. 알렉산더 대왕은 인도 원정에서 돌아오는 길에 페르시아만에서 밧줄에 매단 잠수통에 들어가 바다 밑바닥(10여 m 깊이)까지 내려갔다. 잠수통에 들어있는 공기로 숨을 쉬면서 바닷속 세상을 둘러본 대왕은 분명 흥분된 어조로 자신이 본 것을 전했을 것이다. 대왕의 이야기를 들은 역사가들은 '대왕이 바닷속에서 엄청난 크기의 이상한 동물들을 보았는데 그 중에는 머리부터 꼬리까지 날카로운 이빨로 뒤덮인 동물도 있었다'고 적고 있다. 이후 과학의 발달은 인류가 더 깊이, 더 오랫동안 바다 속에 머무는 것을 가능하게 했다.

   
심해 무인 잠수정 해미래
잠수용 기구를 이용해 가장 깊이 내려간 기록은 1960년 1월23일 미국 잠수정 '트리에스트 2호' 조종사들이 태평양 마리아나 해구 챌린저 해연 1만918m까지 도달한 것이 최고 기록이다. 하지만 '트리에스트 2호'는 배에서 줄을 매달아 밑으로 내린 잠수통 형태로 독자적인 추진력은 없다. 자기 힘으로 움직이는 잠수용 기구로 사람을 태운 채 가장 깊이 내려간 것은 일본 '신카이 6,500호'로 6500m까지 잠수하는데 성공했다. 우리나라도 2006년에 6000m까지 들어갈 수 있는 심해 무인 잠수정 '해미래'를 만들어 내는데 성공했다. 총중량 3660㎏에 길이 3.3m, 높이 2.2m인 해미래는 각종 계측장비, 수중카메라 등 첨단장비를 갖추고 두 개의 로봇팔을 이용 샘플 채취 등의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 스쿠버 장비면 30m 이내 바닷속은 OK

   
깊은 바다 속을 여행하기 위해서는 특별하게 제작된 잠수용 기구를 이용해야 하지만 보통 사람들도 스쿠버 장비를 이용하면 30m 이내의 바다 속은 안전하게 살펴볼 수 있다. 먼저 몸을 따뜻하게 보호해 주고, 몸에 상처가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 잠수복이 필요하다. 그리고 물안경을 써야 한다.

조끼처럼 생긴 것은 부력조절기이다. 부력 조절기는 몸이 쉽게 가라앉고 뜰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공기통에는 물속에서 숨을 쉬는데 필요한 공기가 200기압 정도로 꽉꽉 눌러져 담겨 있다. 이 공기는 압력이 높아서 직접 들이마실 수 없다. 그래서 필요한 게 바로 호흡기이다. 호흡기는 압축된 공기를 쉽게 들이마실 수 있도록 압력을 낮춰 주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잠수복과 부력 조절기를 입은 데다 공기통까지 짊어지면 부력이 늘어나 물속으로 들어갈 수 없다. 그래서 자기 체중의 1/10정도 되는 무게만큼의 납덩어리를 허리에 차야 한다.

장비를 착용하고 무거운 납덩어리까지 허리에 찼으니 물속에서 움직이기가 힘들다. 이때 필요한 게 바로 오리발이다. 오리발을 신으면 적은 힘으로도 물속에서 쉽게 움직일 수 있다. 이외에도 장갑, 신발, 나침반, 칼, 잔압계, 수심계 등이 필요하다. 물속을 여행하기 위해서는 이런 장비들을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 충분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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