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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시대를 말하다 <39> 빈첸조 캄피텔리(VINCENZO CAMPITELLI)

"학생의 진정한 인생은 대학생활부터 시작"

이탈리아 고교 졸업 당시 최고점수 받지 않았지만 명문대학에서 우수한 성적 졸업

수능 성적 낮게 나와도 장학금 받으면서 미래 준비하는 학생들 많아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12-09 20:31:09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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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i esami non finiscono mai'(시험은 끝이 없다)는 문장은 나의 고향인 이탈리아뿐만 아니라 세상의 많은 나라들에서도 공감하는 것이다. 초등학생부터 대학생에 이르기까지 각종 시험을 치러야 하는 세대라면 시험 전날 행운을 염원하는 기도와 요약정리 및 복습으로 밤을 지세운 기억이 있을 것이다.

최근 집 근처를 산책하던 중 같은 동네 사찰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평일임에도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기도를 하고 있었고, 그 대부분이 대입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의 어머니임을 알 수 있었다.

대학 입학을 준비하는 수많은 수험생과 그 가족 모두에게 수능시험이 이렇듯 절실한 이유는 미래를 준비하는 관문으로서의 대학사회에 입문하기 위한 시험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탈리아에서 교육을 받고 자라난 입장에서 이 시험의 의미에 대해 재차 곱씹어본다. 특히 원하는 만큼의 성적을 거두지 못한 학생들, 그리고 그 가족이 요즘 겪어야 할 무게들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이탈리아에도 한국의 수능시험과 비슷한 시험이 있다. 하지만 이 시험은 고교과정을 마칠 자격이 있는지를 가늠하는 것으로, 5년간의 고교과정 졸업장의 수여 여부를 결정한다. 한국과의 가장 큰 차이는 대학의 입학이 자유롭다는 것이다. 즉 정원제가 아니라 졸업자격시험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할지라도 본인이 원하는 학과에 지원해 수학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물론 예외인 학과도 있다. 의학, 약학, 건축 등 학과는 자체 특성 때문에 입학정원제다).

좋은 시스템일까, 아니면 불완전한 시스템일까. 세상 어디에도 완벽한 시스템은 없을 것이다. 이탈리아의 대학입시와 관련된 이 시스템은 장·단점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의심의 여지없이 입학이 제한되어 있지 않은 이유로 어떤 과목은 수강생이 400명을 윗돌기도 한다. 하지만 자신의 의지에 따라 미래를 준비할 기회가 주어진다.

나의 개인적 경험에 비추어 보면 이런 시스템은 장점이 된다. 지금은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지만, 고교 졸업 당시 나는 최고 점수를 받은 학생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유럽의 명문 로마 La Sapienza대학에서 수학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나는 최고 점수로 고교를 마무리하지는 못했지만 내게 주어질 가능성과 기회에 대해 불안해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고교 때 받지 못한 최고 점수를 받으며 대학 생활을 마무리했다.

이런 경험이 나만의 경우는 아닐 것이다. 고교 졸업 점수는 저조하였지만 원하는 대학에서 자신의 길을 찾은 수많은 학생들이 있다. 이런 이야기는 수능에서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하지 못해 성적 결과에 전전긍긍하는 학생과 그 가족들을 위한 것이다.

나는 진정한 학생의 인생은 대학 생활을 하면서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또 나의 개인적 경험이 직접적으로 그것을 증명해준다. 한국의 제자들 중 몇몇 학생도 이런 경우를 겪었다. 대학 생활을 하면서 서로 친하게 되면 이런 자신의 불행했던 수능시험에 대해 이야기하곤 한다. 하지만 지금은 자신이 선택한 두, 세가지 외국어를 습득하고, 대사관에서 주어지는 장학금도 받으면서 자신의 미래를 열심히 준비하는 학생이 많다.

우리들의 인생은 열정을 쏟아 부을, 자신이 좋아하는 무언가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이탈리아에서는 이런 말을 한다. 'Dio vede e provvede'(하느님은 언제나 보고 계시며, 그렇게 되도록 해주신다). 이 말로 요즈음 녹록치 않은 인생의 무게를 느끼고 있을 수험생들에게 힘내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Forza Ragazzi!(힘내세요, 여러분!)

부산외대 이탈리아어과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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