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과 사법부의 신뢰가 바닥을 치고 있습니다. 4일 부산 낙동강변 살인사건의 재심이 열렸습니다. 1990년 1월 차에서 데이트하던 남녀가 괴한들에게 납치됩니다. 여성은 성폭행에 이어 죽임을 당합니다. 경찰은 범인 검거에 실패하자 경찰공무원을 사칭해 구속된 최인철·장동익을 살인 용의자로 지목합니다. 사하경찰서 수사관들은 5일간 두 사람을 물고문 해 허위자백을 이끌어냅니다. 1·2심의 판결은 무기징역. 대법원 상고마저 기각되면서 판결이 확정됩니다. 21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두 사람은 2017년 5월 재심을 청구합니다. 2019년 4월 대검찰청 과거사위원회는 ‘고문으로 범인이 조작됐다’고 발표합니다. 재심에 돌입한 부산고등법원은 이날 마침내 두 사람게 무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피해자 장 씨는 이런 말을 했지요. “100명 진범 놓쳐도 1명 억울한 사람 만들면 안 된다.”
과거 경찰의 잘못을 바로 잡지 못했던 대법원이 이날은 ‘거짓말 논란’에 사로잡혔습니다. ‘사법 농단’에 연루된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가 김명수 대법원장과 나눈 대화의 녹음파일을 공개했기 때문입니다. 임 부장판사 측 변호인은 김 대법원장이 정치권의 임 부장판사 탄핵 기류를 의식해 사표를 반려했다고 주장합니다. 녹취록을 보면 김 대법원장은 “더 툭 까놓고 얘기하면 지금 탄핵하자고 저렇게 설치고 있는데 내가 사표 수리했다 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냐 말이야”라고 합니다. 앞서 김 대법원장은 지난해 5월 임 부장판사와 만나 건강과 신상에 관한 얘기를 나눴지만 ‘탄핵 문제로 사표를 수리할 수 없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었습니다. 김 대법원장은 녹취록이 공개되자 “9개월 전 불분명한 기억에 의존해 (사실과) 다르게 답변한 것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공교롭게도 국회는 이날 임 부장판사의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습니다. 판사들의 목소리에는 한숨이 가득합니다. “대법원장이 정치 때문에 거짓말을?” “후배 판사가 대법원장 말을 녹음했다고?”…. 영화보다 더 재미있는 사법부 주연의 막장드라마였습니다. 이노성 국제신문 디지털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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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동강변 살인사건’ 당사자인 최인철(왼쪽)씨와 장동익(가운데) 씨가 4일 오전 부산고등법원에서 열린 재심 선고 공판을 마치고 환하게 웃고 있다.김성효 전문기자 kimsh@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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