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발표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4차 보고서에 따르면 2005년 지구의 평균지표 온도는 100년 전인 1906년보다 0.74도 상승했다고 한다. IPCC는 인류가 현재와 같이 화석연료에 의존해 살아간다면 21세기 말(2090~2099년)에는 지구 평균기온이 최대 6.4도 상승하고 해수면은 59cm가량 높아질 것이라 전망했다.

보고서대로라면 21세기가 끝나기 전에 북극 빙하는 모두 녹아버려 저지대 국가들의 영토 상당부분이 바다에 잠기게 된다. 부산을 비롯한 뉴욕, 도쿄 등 바다에 인접한 도시들은 심각한 재앙이 예고된 셈이다. IPCC는 지금까지의 모호한 입장을 버리고 인간 활동으로 인한 CO₂배출량의 증가가 온난화의 주범이라 규정하고 석유 석탄 등 화석연료 사용을 줄일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지구가 따뜻해지고 있다는 데는 모든 과학자들이 동의하지만 그 원인에 대해서는 다양한 주장들이 엇갈린다. 현재 종말론적 종교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 CO₂가 온난화의 주범이라는 논리는 1970년대 유럽의 기온이 크게 떨어져 빙하기에 대한 공포가 엄습했을 때 스웨덴 기후학자 버트 볼린(IPCC 공동 설립자)이 내세운 '인간이 만든 CO₂가 지구를 따뜻하게 해줄지 모른다'는 희망적인 가설에서 출발했다.

당시 대다수의 과학자들은 이 가설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실제로 기온이 올라가기 시작하고 1970년대 영국에서 강력한 노조를 형성했던 광부의 파업으로 보수파 정권이 무너지는 등 산업기반을 석탄에 의존하던 영국사회가 구조적으로 흔들리게 되자 마거릿 대처 수상은 산업기반 개혁과 광부 노조를 굴복시켜야 할 정책 논리가 필요했다.

대처는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원을 핵 발전에서 찾았다. 그리고 이에 대한 사회적 동의를 얻기 위해 화석연료 중 CO₂배출량이 가장 많은 석탄이 지구 온난화라는 재앙을 불러 온다는 정치 논리를 만들었다. 이후 CO₂배출량과 지구 온난화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는 정치권의 지지 속에 활발하게 진행되어 IPCC 창립의 기반이 되었음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리처 드린젠 MIT 기상학 교수와 파스퇴르 연구소의 폴 라이터 교수 등 반 IPCC 과학자들은 "기후이론이 정치이론으로 변모했다"며 IPCC 보고서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있다. 이들은 지구의 오랜 역사 속에서 지금보다 덥거나 추웠던 시대는 셀 수 없이 많았다며 온난화 원인을 인간 활동으로 인한 CO₂배출량 증가보다는 장구한 지구 역사 속의 큰 흐름 중 하나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덴마크 국립우주센터 아이길 프리스 크리스텐슨 소장은 지구 온도변화는 CO₂가 아닌 태양의 흑점활동 주기와 관계가 있다는 관측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지구온난화 원인에 대해서 과학자들 간 상반되고 다양한 견해차가 있지만 최근 10년간 온도상승이 지구 역사상의 어느 시기보다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과 이 기간 동안 CO₂배출량이 급증했다는 점은 피할 수 없는 분석결과이다. 이러한 상관관계에 근거해 과학자, 환경론자, 정책입안자들은 CO₂배출량의 증가가 지구 온난화에 일정 부분 영향을 주고 있다는 합의에 도달하게 되었다.

지구 온난화에 대한 공감대 형성으로 세계 각국은 CO₂발생량을 규제하고 대체에너지 개발 등을 통해 지속가능한 개발 형태로 산업구조를 바꾸어 나가기 위한 정책입안을 서두르고 있다. IPCC는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경고와 동시에 인간 활동이 CO₂배출을 줄이는 자연 친화적으로 바뀐다면 평균기온은 1.1도, 해수면 상승도 18㎝ 정도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