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학생들로 구성된 북극체험단원들이 빙하시추를 통한 연구활동을 관찰하기 위해 기지에서 6km 정도 떨어진 빙하로 향하고 있다.

■ 4월말부터 8월까지 계속되는 백야

- 낮과 밤의 경계가 사라진 니알슨 기지촌

북위 78도 55분에 위치한 니알슨 기지촌은 여름내 백야를 이룬다. 밤이라 해도 시계를 봐야 밤인 줄 알지 눈에 보이는 풍경은 훤한 대낮과 같다. 저물기 시작한 해가 수평선 근처를 옆으로 이동해서 다시 떠오른다. 첫날 백야를 맞으면서 자정이 지나도 계속되는 파란 하늘과 눈부신 해를 보며 신기해했지만 며칠 못 가 해가 지지 않는 게 단조롭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곳 사람들은 8월 말에 끝나는 막바지 백야를 즐긴다. 곧 북극의 가을이 오고 몇 달 동안 깜깜한 겨울을 맞으니 태양빛을 조금이라도 더 잡아두고 싶은 생각이 들만도 하다.

니알슨 과학기지촌의 모습이다. 정면에 보이는 붉은색 건물이 한국과 프랑스가 공동운영하는 기지건물이다.

북극권에서는 북위 66.5도 위쪽에서부터, 남극권에서는 남위 66.5도 아래쪽에서부터 백야현상이 생긴다. 극점으로 가까워질수록 백야 기간이 길어지다가 극점에 이르러서는 정확하게 여섯 달은 낮, 여섯 달은 밤이 된다. 북위 78도 55분에 위치한 니알슨 기지촌에는 4월 하순부터 8월 하순까지는 낮만 계속되며 10월 하순부터 다음해 2월 하순까지는 밤만 계속된다. 8월 하순부터 10월 하순까지, 2월 하순부터 4월 하순까지는 낮과 밤이 있다.

독일 극지 해양연구원을 찾은 체험단원들이 날씨 측정용 풍선을 직접 띄워 올리고 있다. 해발 30~40km 까지 올라간 풍선에서 측정한 온도, 기압, 습도, 풍향, 풍속 등의 기본적인 수치는 센서를 통해 세계 각국의 기상대로 보내진다.

■ 극지연구소 현황

극지연구소 다산과학기지는 노르웨이 스발바르 군도 스피츠베르겐 섬 니알슨 과학촌에 입주해 있다. 북위 78도 55분에 위치해 남위 62도 13분에 위치한 남극 세종과학기지보다 위도상으로는 16도나 높지만 난류의 영향을 받아 기온은 더 따뜻하다.

2006년 11월 세종과학기지를 방문했을 때 로스앤젤레스를 거쳐 페루의 리마, 칠레의 산티아고를 경유해 남미 최남단 푼타아레나스에 도착, 우루과이 공군수송기를 타고 킹조지섬에 있는 칠레 프레이 기지에 내린 후 고무보트를 타고 험난한 바다를 건너야 했었다. 이번 북극 다산과학기지 방문은 영국 런던, 노르웨이 오슬로를 거쳐 스발바르 군도 스피츠베르겐 섬 롱이어비엔에 도착, 경비행기를 타고 니알슨 과학촌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북극 다산과학기지로 가는 길은 남극 세종과학기지 여정보다 상대적으로 짧긴 했어도 비행기를 4번 갈아타며 16시간을 비행해야만 했다.

짧은 여름 새 생명을 실은 북극목화 씨가 바람에 날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1988년 2월 남극에 세종과학기지를 준공한 이후 14년 만인 2002년 4월 북극에 다산과학기지를 운영하게 되어 남극과 북극에서 동시에 과학기지를 운영하는 8번째 나라가 되었다. 다산과학기지는 48평 규모로 4개동의 실험실을 가지고 있다. 2층 건물의 동편은 프랑스가, 서편은 우리나라가 사용한다. 우리나라의 주된 연구 분야는 지질, 기상, 고층대기 물리, 해양 및 육상생태계 모니터링, 신물질 개발 등의 분야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은 무엇 때문에 이역만리 극지에서 과학기지를 운영하는 것일까. 그것은 극지 환경이 지구상 문명 오염이 가장 적어 지구환경 변화를 연구할 수 있는 최적의 자연 실험장이기 때문이다.

'모슨 캠피온'(램프꽃)이 만개했다. 건물 우측편이 우리나라가 운영하는 다산과학기지.

현재 북극 니알슨 기지촌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노르웨이,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이탈리아, 중국, 인도 등 9개국이 기지를 운영하며 120명 이상의 과학자들이 공동 관심사에 대한 협력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남극 세종과학기지가 3~4명의 과학자를 포함한 20명 안팎의 월동대원들이 1년 동안 상주하면서 1~2월에 도착하는 60여명의 하계 연구대원들의 집중연구를 지원하고 있다면, 북극 다산과학기지는 과학자들이 자신의 연구일정에 맞춰 3~8월 사이에 비교적 단기간 체류한다. 남극과 북극을 오가며 만난 과학자들은 모두 우리나라 기초과학연구의 첨병이라는 상당한 자부심과 보람을 가지고 있었다. 극지연구 자체가 장기적인 모니터링을 기반으로 한 기초과학 분야이기에 국가적인 시스템 차원에서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산과학기지의 이름은 조선말 실학자 다산 정약용 선생의 호에서 따왔고 세종과학기지는 세종대왕의 존호에서 빌려왔다.

'북방바위취'가 탐스러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 온난화로 열린 북극항로, 위기와 기회의 역설

- 얼음 녹아 여름 뱃길 생성 부산~네덜란드 로테르담, 10일 정도 운항시간 단축

북극 니알슨 과학기지촌 중심에는 노르웨이의 국민적 영웅인 아문센 동상이 서있다. 니알슨은 아문센이 북극을 탐사하기 위한 전진기지를 만든 곳으로 당시 아문센이 기거했던 집이 원형대로 보존되어 있기도 하다. 북극과 남극은 20세기 초 국가의 명예를 건 영웅들의 도전의 장이었지만 그 보다 더 오래전부터 북극해는 중세 유럽인들에게 항로 개척의 대상이었다. 북쪽을 돌아서 중국대륙에 이르는 새로운 항로를 발견하는 것은 유럽 군주들의 숙원으로 15~17세기 북극해를 통해 아시아로 진출하려는 많은 탐험가들의 시도가 있었지만 대부분의 시도는 북극해 얼음에 갇힌 채 죽음으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로 여름을 전후한 시기에 북극해 얼음이 녹으면서 북극항로가 열리고 있다. 현재 약 20~30척의 선박이 여름기간에 이 북극 항로를 항해하고 있다.

온난화는 전 지구적인 재앙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등장한 북극항로 개척은 동북아 허브항을 지향하는 부산에서 관심을 가져야할 대상이기도 하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북극해를 통한 항로가 수송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준다는 점이다. 국토해양부는 북극 항로가 개척될 경우 기존 부산항∼수에즈운하∼네덜란드 로테르담항 간 2만100㎞ 구간(24일 소요)에 비해 부산항∼북극 항로∼로테르담항 간 북극 항로는 1만2700㎞(14일 소요)로 크게 단축되어 엄청난 물류비 절감효과를 낳게 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대해 부산발전연구원 허연수 박사는 북극항로 개척으로 부산항은 북유럽과 아시아 미주를 연결하는 세계최강의 허브항 지위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현재 중국에서 북유럽으로 수출하는 화물들은 싱가포르에 모아져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고 있는데 북극항로가 개척되면 부산항이 이들 항을 대신해 세계최고의 허브항으로 부각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허 박사는 부산항의 허브항 기능은 물류비 절감효과를 넘어서 부산항을 중심으로 선박용품, 선박수리업 등 항만관련 산업 발전을 불러올 것이라 전망했다.

북극항로 개척은 과학자들에게도 희망을 주고 있다. 극지연구소 정호성 극지지원사업부장은 우리 손으로 만드는 첫 쇄빙연구선인 아라온호가 내년 9월 건조되면 지금까지 외국 쇄빙선에 의존해 왔던 것과 달리 자체적으로 북극해 연구가 가능하다며 아라온호에 구비될 첨단 과학장비를 이용한 북극 과학연구 활력에 기대감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