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설악산에서 첫 단풍이 시작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지리산 단풍은 다음 주까지 절정이라고 한다. 당연히 많은 등산객의 단풍놀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즌이다.

그런데 산을 찾다 보면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단풍놀이에 나선 이들이 곳곳에 남겨놓는 쓰레기 탓이다.

지난 주말 기분 좋게 가족과 금정산을 올랐다. 두 시간가량 등산 코스를 따라 걷는데 군데군데 막걸리병을 비롯해 나무젓가락, 플라스틱 물병 등 등산객들이 버린 쓰레기들이 흩어져 있었다. 모처럼 가진 산행길의 좋은 기분을 일시에 망치는 현장이었다. 이를 보다 못해 비닐봉지 하나에 주워담으며 올라갔는데, 내려와 보니 쓰레기봉투 하나가 가득 찼다.

잘 썩지도 않는 생활 쓰레기 투기가 자연을 훼손하고 타인을 불쾌하게 만드는데도 근절되지 않는 것은 편리함을 좇기 때문일 것이다. 무엇보다 아무렇게나 등산길에 쓰레기를 버리는 모습이 자신의 품위와 양심을 깎아 먹는 행위라는 사실을 한 번만 떠올려보면 좋지 않을까.

등산 전 쓰레기를 담을 작은 봉투 하나만 챙긴다면 올가을 모두가 기분 좋은 단풍놀이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그동안 수없이 강조된 말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산을 자주 찾은 시즌 때마다 이 말이 거론되는 현실이 안타깝다.

정이숙·부산 사하구 다대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