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파트 주민의 모욕적 언사에 모멸감을 느껴 분신한 경비원이 한 달여 치료 끝에 결국 숨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숨진 경비원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아파트에서 근무하며 평소 주민들의 비인격적 대우와 폭언에 시달려온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에서는 상습적으로 아파트 경비원 4명을 괴롭히며 "똑바로 안 하면 잘라버린다"고 위협한 50대 입주민이 입건됐다. 비슷한 사건이 연이어 터지자 목소리를 높인 경비원들은 "입주민의 하대가 너무 괴롭다"고 토로했다. 직업에 따른 차별을 당연시하는 우리 사회의 서글픈 단면이다.

뉴스에 나온 극단적인 사례까지는 아니어도 경비원을 개인 비서처럼 대하는 이웃들을 종종 보게 된다. 입주민 스스로 해야 하는 분리수거부터 개인심부름까지 무례한 요구를 대수롭지 않게 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비원은 쉽게 거절하지 못한다. 입주민 눈 밖에 나면 쉽게 해고 대상에 오르기 때문이다. 냉혹한 '갑을 관계'가 주거단지에서도 일어나는 일이 안타깝다. 부당한 차별은 이제 고쳐야 한다. 경비원은 아파트 주민의 해결사가 아니다. 한 경비원은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경비원을 보면 빈말이라도 좋으니 '수고한다'는 말 한마디 부탁한다"는 글을 남겨 보는 이를 반성케 했다.

안태영·부산 사하구 다대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