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어버이날이면 두 아들 더 보고 싶고 외로워요.”

가정의달 5월에 유난히 외롭고 쓸쓸함을 느끼는 빈곤층이 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을 보살 펴야 할 부산시의 정책은 미비하다. 전문가는 정신적 결핍을 채우는, 촘촘한 복지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11일 부산 영도구의 한 기초수급자가 가족 해체로 인해 외로움을 겪고 있다. 여주연 기자 yeon@kookje.co.kr

12일 취재를 종합하면 부산에 가족해체로 인한 기초생활수급자가 최근 3년간 증가했다. 부산지역 16개 구·군 확인 결과 가족해체 심의를 거친 수급자는 ▷2019년 4005명 ▷2020년 4235명 ▷2021년 4444명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이는 부양의무자 기준에 의료급여가 남아있는 데다 이혼 가정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가족해체 심의 사유 중 이혼(45.5%)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혼으로 자녀와 관계 단절이 이뤄지거나 사실상 이혼 등으로 가족 해체가 이뤄진 것이다.

좀더 깊숙이 들여다보면 이혼은 경제 빈곤, 가정 폭력과도 연결된다. 동구 관계자 “이혼으로 심의받는 대부분이 경제 빈곤과 가정 폭력에 따른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이혼한 부모는 5월이면 자녀에 대한 죄책감과 외로움을 느꼈다. 영도구 신선동 단칸방에 혼자 사는 A(여·70대) 씨는 술만 마시면 자신을 때리는 남편의 폭력을 못 이겨 30년 전 이혼했다. 당시 경제력이 없었던 A 씨는 두 아들과 생이별했다. 박스를 주워 모아 생활하던 A 씨는 2006년 기초생활수급을 신청했지만, 부양의무자인 아들과 연락이 닿지 않아 금융동의서 등 관련 서류를 제출하지 못했다. 결국 가족 해체 심의를 거쳐 수급자로 인정받았다.

A 씨는 “이혼을 한 후에 찾아보려 했지만, 이미 이사를 하고 떠난 후였다”면서 “5월이 되면 아들에 대한 미안함과 보고 싶은 마음이 커지지만, 외로움을 푸는 방법은 TV 시청과 노래 부르기가 전부다”고 말했다.

서구 아미동 무허가 건물에 사는 B(70대) 씨도 자녀와 연락이 닿지 않아 가족 해체 심의를 받았다. B 씨는 “말다툼하다가 아내를 때려 20년 전 이혼을 당했다. 딸 둘과 아들 하나의 양육권도 아내에게 내줬다. 어린이날 어버이날이 오면 자녀들을 따뜻하게 감싸주지 못했던 과거가 후회로 남는다. 보고싶지만 연락이 안돼 쓸쓸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들의 고독한 마음을 달래 줄 복지 정책이 없다는 점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가족 해체에 따른 수급자를 위한 심리 치료 등 맞춤형 복지 정책은 없다. 고독사 위험군을 대상으로 한 관계망 형성 사업은 있지만, 본인이 직접 신청해야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복지전문가들은 촘촘한 복지 안전망 구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사회복지연대 김경일 사무국장 “가족 해체를 통한 수급자는 정신적 결핍을 고려해 심리치료 등 추가적인 복지지원 정책이 필요하다. 가정폭력상담소 등 기관과 연계하는 찾아가는 지원책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