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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부산 '신공항 유치위'의 한계 /조송현

경남과 상생협력 약속할 땐 언제고 물리적 세몰이로 얻을 게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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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가 동남권 신공항의 가덕도유치 범시민위원회(신공항 유치위)를 발족한다니 당황스럽다. 게다가 허남식 부산시장이 유치위원장을 자임하고 나섰다니 이런 낭패가 또 있나 싶다.

6·2 지방선거 이틀 뒤 가진 부울경 광역단체장 당선자 릴레이 인터뷰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그 자리에서 허남식 부산시장은 경남과 상생협력 분위기를 주도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김두관 경남도지사 당선자와 전화통화를 했고, 자주 만나 서로 마음을 터놓고 공동현안을 의논하기로 했다는 말도 전했다. 동남권 신공항, 남강댐 광역상수도 문제 등을 염두에 둔 말이다.

김두관 당선자 또한 동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 문제와 관련해 '특정 지역'보다 '국익차원에서 유리한 곳'을 강조했다. 합리적인 선택에 의해 결정돼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이다.

실제로 며칠 뒤 허 시장은 김 당선자와 회동을 갖고 이 같은 '지상 약속'을 재확인했다. 이쯤 되면 두 시·도 간 상생협력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기대를 갖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적어도 김 지사의 당선과 함께 일부에서 제기된 정파적 이해에 따른 부산경남 현안사업의 차질 우려는 불식됐다고 봐도 좋을 듯했다.

이래 놓고 느닷없이 세몰이를 하겠다니, '이건 아니다' 싶다. 세몰이의 한계와 폐해를 간과한 무전략의 소치다. 대화 타협이 없는 세몰이는 민주주의의 근간인 의회에서조차 막대한 폐해를 남기고 있음을 목도하고 있다. 우리 국회가 밥 먹듯 하는 날치기와 본회의장 점거 사태가 그 좋은 예다. 정파적 이해에 바탕을 둔 세몰이는 극한 투쟁만을 부른다. 다수결의 원칙은 소수에 대한 배려와 대화와 타협을 더 기본적인 원칙으로 삼을 때 민주주의의 보루로써 제 역할을 한다.

이는 요즘 미국 의회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나이 든 고참 의원들은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들이 만찬장에서 만나 스테이크와 시거를 즐기면서 충분한 대화로 타협안을 도출했던 지난날을 그리운 듯 회상한다고 하니 말이다.

의회에서마저 다수결 원칙(세몰이)이 정파적 이해 앞에 이처럼 무력할진대 지역의 이해가 첨예한 사안에서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정파적 이해가 의회의 파행을 부른다면 지역 이기주의는 지역 간 갈등을 야기하고 공멸을 초래하기 십상이다. 부산에서 유치위를 구성해 세몰이를 한다면 경남도 가만 있지 않을 것이라는 건 뻔하다.

한 수만 짚어봐도 이런데 부산시는 왜 유치위라는 악수, 아니 하수 중의 하수를 두려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한 가지 집히는 게 있다. 바로 허 시장이 민선 5기의 슬로건으로 내세운 '크고 강한 부산'이다.

'크고 강한 부산'이란 슬로건과 유치위 발상은 서로 묘하게 맞닿아 있다. 신공항은 크고 강한 부산을 구현하는 데 중요한 요소임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허 시장은 시민의 요구도 신공항 유치에 있다고 보고 이를 강력하게 추진하기 위해 유치위 발족을 생각했음 직하다.

하지만 여기에는 더 생각해봐야 할 게 있다. 정파가 날카롭게 대립하거나 지역 이기주의가 득세하는 상황 속에서 타협적인 태도는 자칫 나약함으로 간주되고 비판의 대상이 되기 십상이다. 이런 점 때문에 일부 정치 지도자와 단체장들은 대화와 타협보다는 투쟁을 선택하고, 세몰이에 나서는 예를 자주 본다. 신공항 유치 환경의 경우 지역 이기주의가 팽팽히 맞선 상황이다. 합리적인 선택을 유도하는 대화와 타협, 끈질긴 설득의 자세는 자칫 나약하게 보일 수 있는 국면인 셈이다. 이런 관점에서 허 시장이 당초 약속한 대화와 타협의 자세를 버리고 유치위 발족이라는 물리적인 힘을 선택했다면 지나친 억측일까. 만일 그렇다면 유치위는 허 시장이 '크고 강한 부산'이라는 슬로건 아래 자신의 나약한 리더십을 감추기 위한 전술에 지나지 않는다.

허 시장은 이제라도 나약함을 감추려는 가면을 벗어던져야 한다. 대화와 타협이야말로 통합의 기초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타협을 통한 통합의 리더십이며, 이는 끈질긴 대화를 통해 성취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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