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CEO 칼럼] 타이어가 아니라 브랜드를 판다 /강병중

벽 높은 유럽시장… 광고·후원으로 인지도 높여 기술력 뒷받침으로 톱 브랜드 꿈꿔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10-19 21:11:02
  •  |  본지 27면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사업상 자주 찾는 독일 에센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인구 약 60만 명의 아름다운 소도시다. 유럽의 대표적 탄광지대였으나 1980년대 석탄 생산량 감소로 폐광이 되고 나서 급격히 쇠락했고, 그러다가 산업과 문화가 공존하는 도시로 화려하게 변신했다. 에센은 또 박정희 대통령이 파독 광부들을 찾아가 "여러분 이게 무슨 꼴입니까. 여러분의 새카만 얼굴을 보니 내 가슴에서 피눈물이 납니다"고 하면서 대통령 체신도 잊고 눈물을 훔쳤던 뒤스부르크 인근이어서 1960년대 우리의 아픔이 묻어 나오는 곳이기도 하다.

필리핀 국민소득이 170달러, 태국 220달러이던 시절에 우리는 76달러였고, 세계 120개국 중 우리 밑에는 달랑 인도 하나만 있었다. 그렇게 어려웠던 한국이 세계 10위권 경제 규모에, 국가브랜드 순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국 중 19위가 됐으니 금석지감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지난 6월 초에도 에센에서 며칠을 보냈다. 2년에 한 번씩 개최되는 '라이펜 에센(Reifen Essen)'이라는 타이어 및 관련 부품 기술을 선보이는 세계적인 박람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그 두 달 전인 4월 초에는 창녕의 넥센 제2공장 건설에 필요한 설비 구입차 이곳에 갔다가 화산재가 유럽 상공을 뒤덮으면서 항공대란이 일어나는 바람에 1주일간 꼼짝 못하고 갇혀 있었다. 귀국해서 반농담조로 "이젠 절대로 독일에 가지 않는다"고 했는데, 말이 그렇지 가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통상 쇼라고 부르는 타이어 박람회 및 전시회는 전 세계의 타이어 업체 및 자동차 업체 관계자와 딜러들이 전부 모여들기 때문에 브랜드 이미지를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특히 에센쇼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매년 11월 초에 열리는 세마쇼(SEMA Show)와 함께 최대 규모의 타이어 쇼다. 이번에도 세계 42개국 600여 개 업체 관계자들과 2만여 관람객이 찾았다. 넥센은 넉넉한 공간에 특색 있는 복층형 부스를 세워놓고 출시 예정인 신제품 5종을 포함해 모두 24개 패턴의 제품을 전시하는 등 신경을 썼고, 현장에서 많은 상담과 계약을 이끌어 냈다.

전 세계 125개국에 수출하다 보니 유독 벽이 높은 곳이 있는데 유럽 쪽이 그랬다. 우선 소비자들이 변화를 거부하는 보수적 성향을 갖고 있다. 그런데다 타이어업계의 선두주자인 프랑스 미쉐린을 비롯해 독일 자동차산업과 함께 성장한 콘티넨탈, 이탈리아의 피렐리까지 최고 품질의 토종 브랜드들이 수십년간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이런 철옹성 같은 유럽시장을 공략하려면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방법밖에 없었다. 에센쇼를 적극 활용했고, 2006년 독일월드컵 때는 유동인구가 연 4000만 명에 달하는 프랑크푸르트의 중앙역 앞에 옥외전광판을 세웠다. 독일 영국 이탈리아 등지에 판매법인 및 지사를 설립한 것은 물론이고, 국내에서와 마찬가지로 타이어 업계의 특성을 살려 '넥센'이라는 이름을 단 자동차경주팀을 후원했다.

그렇게 하자 유럽시장에서 브랜드 이미지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고, 지난해는 1억8500만 달러 정도를 수출했다. 3억 달러 이상의 미국과 비교하면 미흡한 수준이지만, 브랜드를 앞세워 본격 공략할 수 있다는 자신이 생겨 지난 9월 독일에 기술연구소도 설립했다.

유럽의 예를 들었지만, '타이어가 아니라 브랜드를 판다'는 전략은 세계 어디에서나 마찬가지로 통용된다. 청교도 정신의 영향으로 어디서 만들었든 품질과 가격만 고려해 제품을 선택했던 미국도 달라졌다. 이제 미국시장에서도 브랜드를 키우지 않으면 성공하지 못한다.
넥센은 '넥센 히어로즈' 프로야구단의 타이틀 스폰서를 맡아 큰 효과를 거두는 등 국내외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계속 높여가고 있다. 브랜드는 신뢰로부터 출발해야 하고 기술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가치를 이어갈 수 없다.

최근 수년간 국내 연구소에 석박사급 연구개발 인력을 3배 이상 늘렸고, 미국 중국 등지에도 기술연구센터를 세워 국가별 특성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연구 인력이 늘었다 해서 당장 눈에 띄는 변화는 없다. 그러나 10년 후에는 아시아의 최고 브랜드가 되고, 또 10년이 흐르면 세계 최고 브랜드도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고 있다.

넥센타이어(주)·KNN 회장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많이 본 뉴스 RSS
  • 종합

  • 정치

  • 경제

  • 사회

  • 스포츠

지방분권…시민 힘으로
경제분권
지방분권…시민 힘으로
재정 분권-돈을 지방으로
강동수의 세설사설 [전체보기]
1987, 용산, 비트코인…아직도 어른거리는 이명박의 물신숭배
평양발 데탕트…사자의 용기와 여우의 지혜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아베 총리가 깨닫게 한 우리의 선택
‘특별한’ 도시재생에 대한 염원
기고 [전체보기]
자본시장을 통한 혁신 성장 /정창희
추락하는 부산경제 어떻게 살릴 것인가 /박희정
기자수첩 [전체보기]
BIFF에 필요한 수장 /정홍주
부산시장이 만만한가 /윤정길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해넘이가 아름다운 도시, 부산
버리고 떠날 수도 없는 ‘삶의 터전’
김정현 칼럼 [전체보기]
오래 남아 있는 기억들
유커가 돌아온다고요?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청와대 내 지방분권 동상이몽 /김태경
서병수 시장의 ‘유지경성’ /이선정
도청도설 [전체보기]
패터슨 신드롬
선수 군기잡기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사진작가 김수남의 바다
심플한, 화가 장욱진
박창희 칼럼 [전체보기]
부산발 베를린행 특급열차
박희봉 칼럼 [전체보기]
또 시간이 간다
대한민국의 퀀텀 점프
사설 [전체보기]
올림픽 첫 남북 단일팀…‘평창’ 한반도 평화 디딤돌로
부산시, 미세먼지 고통 덜 체감대책 내놓을 때다
송문석 칼럼 [전체보기]
고양이가 쫓겨난 이유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청년실업·빈곤 해소해야 저출산 추세 꺾인다
‘보편적’ 아동수당을 요구하는 이유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평창 그 너머로 가는 길
폐목강심(閉目降心)의 세월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

무료만화 &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