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국제칼럼] 밥 피어스의 눈물과 기도 /송문석

기부선진국 도약엔 시민·학생들이 한두 푼 모은 동전의 힘이 컸다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최근 집으로 배달돼 온 국제구호단체 '월드비전' 소식지의 표지사진은 아픈 과거를 되새기게 했다. 남루한 옷차림에 열 살 안팎의 두 소년과 백안의 중년 남자가 어느 천막촌 앞에서 찍은 사진이다. 두 소년 모두 다리 하나씩을 잃었는데 밑단을 접어올린 바지가 헐렁거리는 걸로 봐서 무릎 위까지 잘린 듯했다. 공교롭게도 소년들은 각각 왼쪽과 오른쪽 다리를 잃어 목발을 짚고 있는 몸이 서로 반대쪽으로 기우뚱 기울었다. 중년의 남자는 소년들의 눈높이에 맞춰 무릎을 구부리고 앉아 안타까운 눈빛으로 얘기하고 있었다. 사진 속 주인공의 사연이 궁금하던 차에 한국 월드비전 60년사를 보니 이들은 1950년 한국전쟁에서 다리를 잃은 형제란다. 그리고 형제는 후원자가 준 신발 한 켤레를 한 짝씩 나눠 신었다는 거다. 백안의 군복차림의 중년남자는 월드비전의 설립자 밥 피어스 목사다.

# 밥 피어스는 한국전쟁으로 수많은 전쟁고아와 미망인 등이 발생하자 국제기구인 '월드비전'을 창설한다. 그리고 종군기자로 한국에 입국해 피비린내 나는 전선을 찾아다니며 '안식년의 사자' '38선' '화염' '휴가병의 죽음' 등의 기록영화를 제작해 한국전쟁의 참상을 미국민들에게 알리고 긴급구호를 호소한다. 부산 서대신동에 설립된 부산다비다모자원은 한국전쟁 미망인들을 돕기 위해 이렇게 해외 후원자들의 모금으로 세워진 대한민국 최초의 모자보호시설이다. 교사였던 남편이 북한의 보안대원에게 총살당해 월드비전 최초의 결연가정이 된 백옥현 씨와 네 명의 딸들 역시 부산다비다모자원에서 희망의 싹을 다시 틔워나갔다. 현재 네 딸은 소아과 의사와 교사로 성장했다. "하나님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들이 있다면 나의 마음도 같이 아프게 하소서." 피어스가 거제도 포로수용소에서 간절하게 올린 기도다.

# 월드비전이 올해 설립 60주년을 맞았다. 한국 전쟁고아 8명으로 시작한 아동결연은 현재 전 세계 350만 명으로 늘었다. 한국 월드비전은 국내 4만여 명의 아동을 비롯해 전 세계 47개국 40만 명의 어린이를 후원하고 있다. 전 세계 파트너십 국가 100개국 중에서 기부를 받던 나라에서 기부를 해주는 나라로 바뀐 곳은 대한민국밖에 없다. 한국은 미국 캐나다 호주에 이어 4번째로 국외 원조를 많이 하는 나라로 성장했다. 한국전쟁의 참상과 폐허 속에서 태어난 월드비전의 따뜻한 손길을 받아 아픔을 달랬던 우리가 이제는 아프리카 아시아 남미 등 어려운 나라의 어린이와 가정을 돕게 된 것이다.

# 한국이 기부 선진국으로 도약한 데는 거액의 돈을 뭉텅 내놓는 거부들의 기부금보다는 시민들과 초·중·고 학생들이 한푼 두푼 모은 동전의 힘이 컸다. 1991년부터 시작한 사랑의 빵 저금통은 2010년까지 모두 2900만 개가 모여 초등생 주먹만한 저금통을 한 줄로 세워놓으면 서울과 부산을 두 번 오갈 수 있다. 월드비전 부산지부와 국제신문이 함께 6년째 벌인 '사랑은 희망으로-동전나누기' 캠페인은 모두 9억 원을 모으는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올해만 해도 부산시내 초·중학교 127개교 7만8637명의 학생들이 사랑의 빵 저금통에 동전을 모아 모두 1억3200만 원을 조성했다. 부산의 학생들이 모은 돈으로 방글라데시 푸바달라에 올 초 '부산희망학교 1호'를 세워 소수민족인 가로족 어린이들이 꿈을 키워나가고 있다. 올해 모은 동전으로는 다시 인근에 '부산희망학교 2호'를 세울 계획이다. 기부의 물결은 경이로운 결과를 낳는다. 부산 해운대에 사는 팔순의 할머니가 "더 늦기 전에 좋은 일을 하고 싶다"며 아껴 모은 돈 3600만 원을 내놓았단다. 할머니의 이름을 딴 '순자 희망학교'란 세 번째 학교가 태어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 한국에서 흘린 피어스 목사의 눈물과 기도는 종교와 인종, 지역을 떠나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거기에는 김혜자 한비야 같은 유명인사들과 직원들의 헌신적인 노력, 수많은 후원자들의 사랑이 보태졌다. 마침 오는 29일부터 이틀간 부산시청 야외광장에서는 '사랑의 동전밭 나눔축제'가 벌어진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서랍과 저금통에 갇혀 있는 동전을 들고 와 동전밭에 던지며 100원의 기적에 동참하는 것은 어떨까. 나눔은 즐겁다, 나눔은 아름답다!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많이 본 뉴스RSS

  1. 1하루 차이로…서면 비스타동원 전매 규제 피했다
  2. 2신공항 운명 25일 윤곽 나온다
  3. 3거제 이수도, 모노레일 등 갖춘 ‘관광 힐링섬’ 된다
  4. 4“상온 노출 백신 맞고 몸에 이상 있을라” 독감 무료접종 대상자도 돈 내고 맞는다
  5. 5이 와중에 캠핑장·호텔 예약 쇄도…추석 거리두기 강화될 듯
  6. 6동남권발전협의회, '부울경 메가시티' 추진 막올랐다
  7. 7부산대 양산캠퍼스 2개 사업 내년 국비 0
  8. 8설치할 땐 공공예술, 증개축 땐 고철 취급…작가들 분통
  9. 9월북? 우리군 정황 알고도 5시간 무대응 왜? 커지는 의문
  10. 10 '1골 2도움’ 손흥민 맹활약…토트넘, 유로파리그 PO 진출 성공
  1. 1야권 통합 선 그은 김종인 “안철수 정치 모른다” 혹평
  2. 2문 대통령, 스가 총리와 첫 통화 “양국 관계 방치 안돼”
  3. 3이스타 대량해고 논란 이상직, 민주당 탈당
  4. 4여당 ‘공정경제 3법’ 속도 내는데…국민의힘 엇갈린 목소리
  5. 5김두관 “광역전철 연결해 부울경 메가시티 완성하자”
  6. 6행안위 피한 부산시, 국토위 국감 날벼락
  7. 7문 대통령 ‘종전선언’ 다시 불 붙였지만…북미 호응이 관건
  8. 8이낙연 “후보 낼지 늦지 않게 결정” 부산 공천에 무게
  9. 9국방부 “연평도 실종자 피격 후 화장 … 北 강력 규탄”
  10. 10안철수, 야권 통합 놓고 국민의힘과 샅바 싸움
  1. 1‘푸드트럭 맛집’도 드라이브 스루…긴 대기줄·코로나 감염 걱정 ‘No’
  2. 2부모님 추석음식 대신 장보기…우리집은 ‘간편 홈스토랑’
  3. 3고등어·오징어 등 자원량 급감 땐 정부 직권으로 총허용어획량 설정
  4. 4BPA, 바르셀로나에 물류센터 추진 “남유럽 경쟁력 강화”
  5. 5정부 지원없는 지역상생발전기금…부산 5년새 40% 줄어 97억 불과
  6. 6트레이더스 자체브랜드 ‘티 스탠다드’ 론칭
  7. 7공동어시장 위판액 2500억 달성 유력
  8. 8연금 복권 720 제 21회
  9. 9부산시 R&D예산 5% 증액…소부장·친환경 선박 육성 방점
  10. 10금융·증시 동향
  1. 1난치병 환우에 새 생명을 <232> 의안 수술 외국인 A 씨
  2. 2합천 폐교에 캠핑장 구비한 독서당
  3. 3거제 이수도, 모노레일 등 갖춘 ‘관광 힐링섬’ 된다
  4. 4고성, 전국 첫 ‘청소년수당’ 내년 1월부터 지급
  5. 5청년…지금이야말로 <2> 부산에 ‘살고 싶다’
  6. 6부산대 양산캠퍼스 2개 사업 내년 국비 0
  7. 7삼국시대 축성 거창 ‘거열산성’, 국가사적지 제559호로 지정
  8. 8도시·농촌 기술 교환 등 청년 자립법 호응
  9. 9‘전태일 3법’ 입법청원 10만 명 동의
  10. 10오늘의 날씨- 2020년 9월 25일
  1. 1불펜 전환 서준원, 롯데 5강 경쟁 ‘필승카드’ 될까
  2. 253세 미우라, J리그 최고령 출전기록 경신
  3. 3김광현, MLB닷컴 선정 신인 올스타 ‘세컨드팀’
  4. 4프랑스오픈 27일 개막…나달 4연패 도전
  5. 5메날두(메시·호날두) 시대 저무나…UEFA 올해의 선수 최종후보 동반 제외
  6. 6토트넘 오리엔트전 취소에 더 꼬인 살인일정
  7. 7투수 성적만큼 안전도 중요…머리 보호패드 확산될까
  8. 8수아레스 AT마드리드행, 연봉은 204억 원 반토막
  9. 9스포원 이혜진, 양양 전국사이클 3관왕
  10. 1025일도 ‘슈퍼 코리안데이’…류현진·김광현 동시 출격
우리은행
21대 국회 대해부
PK 당선인의 ‘인생 입법’- 김두관·서병수 진심 인터뷰
21대 국회 대해부
PK 당선인의 ‘인생 입법’- 울산 경남 당선인 역점 법안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일몰제가 준 생명 같은 교훈
2020년 지금 우리에겐 취사선택권이 없다
기고 [전체보기]
검경, 상호협력·견제와 균형의 길로 /정의롬
인적자원개발, 한국판 뉴딜의 열쇠 /최희숙
기자수첩 [전체보기]
뭐 먹지? 고민될 땐 ‘탑쓰리’ /박호걸
전재수·최인호, 가덕신공항 정치적 이용 말라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닫힌 사회와 그 친구들
삼각 교수대와 황금 요강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융합 우리를 아름답게 하리라
농악 ‘함께’와 ‘신명’의 미학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주거빈곤 아동을 바라보는 자세 /하송이
구멍 뚫린 정책, 고통은 국민의 몫 /정유선
도청도설 [전체보기]
대답 없는 장관
고향 기부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가을의 시간을 맞으며
이주의 시대와 문학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며느리는 돌아오지 않는다
자갈치시장 ‘백화양곱창’과 ‘불산’
사설 [전체보기]
산재 사망사고 솜방망이 구형, 대기업 봐주기 아닌가
북 연평도 해상 실종자에 총격 후 불까지 태웠다니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정치권으로 확산되는 기본소득 포퓰리즘
청년 기본소득이 ‘가짜 기본소득’인 이유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남중국해 갈등과 우리의 대응
기후위기 그리고 그린 뉴딜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인내와 고통으로 탄생한 명작
명작이 된 습작
이홍 칼럼 [전체보기]
코로나 아이러니
외국인 근로자 문제, 어떻게 해야 하나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당정의 균형발전 엇박자
이낙연·김종인에 주어진 반 년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명반과 곡명에 대한 편견
더위에 지친 당신께 이 곡을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으로 느끼는 자부심
가격이 중요하나요?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인상의 소나무 그림
손재형의 ‘승설암도’
  • 2020국제환경에너지산업전
  • 행복한 가족그림 공모전
  • 국제 어린이 경제 아카데미
  • 2020 어린이 극지해양 아카데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