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리고 쑤시고 타는 듯 아파
- 주사치료법·신경차단술 등 신체부위별 시술법 다양…지압·스트레칭 생활화 좋아

30대 후반의 곽모 씨는 주로 사무실에서 일을 보는 직장인이다. 업무가 업무인지라 당연히 하루종일 컴퓨터와 씨름을 한다. 곽 씨는 최근 목덜미와 어깨 주위의 근육이 결리고 심한 통증까지 느껴지는 바람에 제대로 일에 집중을 하지 못하고 있다. 조금 시간이 지나면 나을 거라 여긴 그는 병원을 찾는 일을 차일피일 미뤘다. 하지만 통증이 좀처럼 가시지 않고 반복되자 큰 일을 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조급해졌다. 병원에서 전문의는 '근막통증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잘못된 자세가 병을 부른다

근막통증증후군은 근육을 둘러싸고 있는 근막에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흔히들 말하는 '담 걸렸다'는 상태를 상상하면 된다. 증후군이라는 단어가 붙어 있는 까닭에 희귀질환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하나 누구나 일생에 한번쯤은 경험해 볼만큼 흔하다.

이 질환은 근육의 과한 사용이나 지속적인 수축 및 이완, 외상 등으로 인해 생긴다. 어깨나 목, 허리, 옆구리 등 근육이 있는 관절 부위에서 주로 나타난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원인은 잘못된 자세다. 오랫동안 의자에 앉아 읽거나 글을 쓸 때, 또는 컴퓨터에서 같은 자세로 오랫동안 일할 때 자주 일어난다. 장시간 운전을 해도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업무을 할 때의 자세가 바르지 못하면 뒷목과 어깨 주변의 근육은 계속 해서 긴장된 상태에 놓이게 마련이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근육의 한 부위에 아픔을 가져오는 통증 유발점이 생긴다. 의자에 옆으로 비스듬히 기대고 앉아 있거나 무거운 물건을 한쪽 팔로 오래 들고 있을 때에도 같은 증상이 온다. 이런 경우에는 통증 유발점이 허리 부위에 위치한다.

과도한 스트레스도 근막통증증후군의 원인이다. 스스로 통제할 수없을 만큼 외부로부터 정신적 압박을 받으면 머리나 뒷목, 어깨 주변의 근육들이 자신도 모르게 긴장되게 되는데 이 때도 통증이 동반되면서 통증 유발점이 만들어진다.

근막통증증후군의 증상은 다양하다. 이 가운데 근육 통증이 가장 일반적인 것으로 통상 환자들은 '쑤신다' '타들어간다'는 표현을 빌려 통증을 호소한다. 통증 유발점이 있는 부위를 누르면 아픔이 더욱 심해지는 것이 특징이다. 이 질환이 자주 발생하는 부위는 목 뒤쪽, 허리, 어깨, 가슴, 종아리, 팔꿈치의 안쪽 등이다. 증상이 심하면 눈이 무거워 빠지는 듯한 통증에다 구토가 나오는 수도 있다.

그러나 때로는 얼굴 주변의 일부 근육에서 두통이나 현기증과 같은 증상들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런 까닭에 근막통증증후군은 정확한 진단이 중요하다. 어깨 근육에 통증 유발점이 있으면 팔이나 손이 저리거나 힘이 빠지는 느낌이 들고, 허리나 엉덩이에 통증 유발점이 있으면 다리가 저리게 되기 때문이다. CT나 MRI, 근전도검사 등을 해봐도 잘 나타나지 않는다. 이 질환 환자가 종종 꾀병을 부린다고 오해를 받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꾸준한 치료 과정이 있어야 호전

근막통증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생활습관의 개선이 필요하다. 우선 업무를 할 때는 바른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특정 부위의 근육만을 지속적으로 사용한다면 몸에 이상이 오게 마련이다. 일을 하는 도중 가끔씩 스트레칭을 통해 뭉친 근육을 풀어주면 도움이 된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의 과도한 사용을 자제하는 것도 질환 예방에 큰 힘이 된다. 스마트폰의 작은 액정 화면을 보느라 구부정한 목 상태를 하다 보면 근막통증증후군 뿐 아니라 목디스크가 생길 가능성도 높다.

이 질환의 치료 역시 일차적으로는 잘못된 자세, 반복되고 과다한 근육의 사용 원인을 파악하는데서 시작된다. 상태가 그다지 심하지 않다면 수축된 근섬유를 풀어주는 물리치료나 피부에 전기자극을 가해 마사지 효과를 노리는 전기자극요법 등이 쓰인다. 이런 치료법은 혼자서도 응용이 가능하다. 손으로 눌러 가장 통증이 심한 곳을 찾아 알갱이처럼 만져지는 곳을 10~20초 동안 엄지손가락으로 강하게 눌러주면 효과를 볼 수 있는데 최소 10회는 반복해야 한다. 허리 쪽에 통증이 있다면 반듯이 누워 테니스 공을 통증이 느껴지는 곳에 대고 살며시 눌러주면 된다. 근육결이 놓인 방향대로 근육이 완전히 펴질 수 있도록 스트레칭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도 별다른 호전이 없다면 주사치료법이 권장된다. 통증유발점을 찾은 뒤 주사를 사용해 근본적인 치료를 추구한다. 다소간 통증이 있는 것이 단점이나 효과만큼은 탁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외에도 빠른 회복이 가능한 신경차단술, 만성 통증 해소에 좋은 체외충격파 요법 등이 사용된다. 또 무중력 감압요법은 척추와 골반이 틀어져 있는 환자에게 효과적이다.

근막통증증후군의 치료기간은 급성기의 경우 2~6주 정도다. 반면 만성기는 기간이 최소 3개월에서 6개월까지 늘어나기도 한다. 특히 만성기 환자는 진통제의 장기 복용으로 인해 정신적 불안정이 생길 수도 있어 세심한 관리가 요구된다.

도움말=채유진 부산성모병원 재활의학과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