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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스마트폰 없이도 `재밌는 세상`임을 알게됐어요"

인터넷 치유학교 가보니

  • 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
  •  |   입력 : 2013-08-13 19:43:21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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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치유학교에 참가한 아이들이 저녁식사 후 자치활동 시간에 '내가 이루고 싶은 목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부모 등 떠밀려 온 소극적인 아이들
- 11박12일 합숙 통해 규칙적인 생활
- 도예 등 다양한 체험·상담 벌이니
- 적극적이고 꿈꾸는 아이들로 변해

"제발 컴퓨터 좀 그만해라. 오락만 할 거니? 그놈의 스마트폰 버리든가 해야지!"

자녀에게 이런 잔소리를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부모는 드물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중독은 아이의 생활을 망가뜨리는 것과 동시에 가정불화까지 불러온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이런 아이들을 위한 인터넷 치유학교가 운영 중이다. 2011년부터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11박 12일 동안 진행된다. 올해는 지난달 20~31일 1차를 마쳤고, 지난 6일부터 오는 17일까지 2차 치유학교가 부산 영도구 함지골청소년수련관에서 남자 중학생을 대상으로 열리고 있다.

■ 규칙적인 생활의 즐거움

아이들의 시간표는 오전 7시30분부터 밤 10시까지 빼곡했다. 대부분 아이가 방학기간인 만큼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것을 어려워했다. 하지만 취재 당일인 지난 9일은 이미 치유학교가 시작된 지 4일 차로 아이들은 적응을 마쳤다. 치유학교 프로그램은 천연염색, 도예체험, 슈즈 커스텀, 해양 래프팅 등 다양한 실내외 활동으로 채워져 있다. 전문 상담 선생님과의 상담도 병행한다. 치유학교 기간 15명의 자원봉사자가 멘토(13명)와 진행요원(2명)으로 아이들과 함께한다.

멘토 중 팀장을 맡은 김재민(신라대 법경찰학부 4) 씨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치유학교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김 씨는 "인터넷에 중독된 아이들의 공통점은 아주 소극적이라는 것이다. 첫날 만난 아이들은 어떤 이야기를 해도 반응이 없었다. 의욕도 없고 다른 사람들 앞에서 발표도 못 할 정도였다. 그런데 지금 아이들을 보면 깜짝 놀랄 정도로 활발하다"고 말했다. 규칙적인 생활과 또래 친구들과의 다양한 활동이 아이들을 변화시킨 셈이다.

"진격의 2조, 진격의 2조!". 조별 구호를 외치는 아이들은 생기가 넘쳤다. 이날 자치활동 시간에는 6~7명씩 조를 이뤄 자신이 변화하고 싶은 모습을 쓰고 그리도록 했다. '살을 빼고 싶다', '건강해지고 싶다' 등으로 다양했다.

■ 인터넷 없이도 살 수 있다

   
치유학교에 온 아이 대부분은 인터넷 또는 스마트폰 주의 사용자나 고위험군에 속하는 경우다. 그러므로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이를 보다 못한 부모들이 등을 떠밀어 참가하게 되는 예가 대부분이다.

A군은 "엄마가 갔다 오면 용돈을 준다고 해서 참가하게 됐다. 처음엔 나를 스마트폰 중독자, 즉 환자로 생각한다 싶어 짜증 나고 기분이 나빴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하루가 지난 뒤 생각이 달라졌다. 그는 "입교식하고 그날 저녁을 먹고 친구와 형들과 하룻밤 자고 나니 재미있어졌다. 도예체험도 하고 다양한 스포츠 활동도 하면서 '스마트폰 말고도 재밌는 일이 이렇게 많구나' 하고 깨닫게 됐다"며 밝게 웃었다.

B군도 "갔다 오면 방학이 끝난다고 생각하니 정말 오기 싫었다. 그런데 여기 와서 내게 도자기를 만드는 손재주가 있고, 스마트폰 없이도 사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는 걸 알게 됐다. 너무 재미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진행요원 임정오(신라대 전자재료공학과 4) 씨는 "솔직히 온라인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에 푹 빠져 있었다. PC방에서 10시간용 쿠폰 8000원을 끊은 뒤 그걸로도 모자라 연장하곤 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지난달 20~31일 1차 인터넷 치유학교를 경험하며 완전히 바뀌었다. 임 씨는 "캠프가 끝나고 집에 가서 컴퓨터를 켰는데 게임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들었다"고 말했다. 아이들과 함께 자원봉사자의 태도까지 바뀐 셈이다.


# 인터넷 치유학교 프로그램

- 아이와 갈등 빚는 부모도 함께 상담

인터넷 치유학교는 2011년 시작해 해마다 여름방학마다 두 차례 11박 12일 코스로 진행된다. 올해는 인터넷 과다 사용 남자 중학생 총 5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1회에 25명씩 참가한다. 11박 12일 동안 합숙하며 정해진 프로그램대로 생활한다. 개인상담, 집단상담뿐 아니라 다양한 여가활동을 경험하게 해 아이들에게 게임보다 더 재미있는 것이 아주 많다는 것을 알려주려고 노력한다.

인터넷 치유학교의 장점 중 하나는 부모상담도 함께 이뤄진다는 것이다. 인터넷 혹은 스마트폰의 과다한 사용으로 아이와 부모는 이미 갈등상황을 여러 번 겪었다. 그러면서 서로에 대해 상처 되는 말이나 행동도 있었다. 이를 완화함과 동시에 부모들에게 아이들과 소통하는 방법, 인터넷 사용 시 자기 제어력을 키우는 방법 등도 알려준다.

프로그램이 끝난 뒤 3개월간 사후관리도 맡아서 진행한다. 찾아가는 상담사인 청소년 동반자가 주 1회 해당 학생을 직접 만나 생활 태도를 살펴본다. 참가비 10만 원(소외계층 참가비 면제). 부산시청소년종합지원센터 (051)303-9675


※채점방법 1점 = ○, 0점 = ×

인터넷 이용습관 부모 관찰 진단표

번호

항목

×

1

누가 봐도 인터넷 사용시간이 과다한 것을 단번에 알 수 있다.

 

 

2

인터넷 문제로 가족들과 자주 싸운다. 

 

 

3

식사나 휴식 없이 화장실도 가지 않고 인터넷을 한다.

 

 

4

인터넷 사용으로 학교 성적이 떨어졌다

 

 

5

인터넷 사용 때문에 피곤해서 수업시간에 잔다.(혹은 잔다고 한다.)

 

 

6

인터넷을 하면서 혼자 욕을 하거나 소리를 지른다.

 

 

7

인터넷을 하고 있지 않을 때에도, 인터넷에서 나오는 소리가 들리고 인터넷을 하는 꿈을 꾼다고 말한다.(혹은 그렇게 보인다.)

 

 

8

인터넷을 하고 있을 때만, 흥미진진해 보이고 생생해 보인다.

 

 

9

평소와는 달리, 인터넷을 할 때만, 할 말을 다하고 자신감이 있어 보인다.

 

 

10

인터넷만 재미있어하는 것 같다.

 

 

11

인터넷에 빠진 이후로, 폭력(언어적, 신체적)적으로 변했다.

 

 

12

인터넷 하는데 건드리면 화내거나 짜증을 낸다.

 

 

13

인터넷을 안 할 때, 다른 것에 집중하지 못하고, 불안해 보인다.

 

 

14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나 반응에 무관심하다.

 

 

15

약속을 지키지 않고 거짓말을 자주 한다.

 

 

16

인터넷을 하느라 상당한 용돈을 쓰고 빚을 지기도 한다.

 

 

17

인터넷을 몰래 하다가 들켰다.

 

 

18

하루에 4시간 이상 움직이지 않고 한 곳에서 인터넷을 한다.

 

 

19

인터넷을 하느라 학교를 무단으로 빠지거나 지각한다.

 

 

20

하루 이상을 밤을 새우면서 인터넷을 한다.

 

 


인터넷 이용습관 부모 관찰 진단표 분석 

3점 미만

불필요

3점 이상 10점 미만

상담 요망
정신건강 관련 전문적인 상담이 필요합니다.

10점 이상

집중치료 요망
전문 치료기관에서 인터넷의 과다한 사용에 대한 집중적인 치료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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