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남 형사법 교수·부산 검사
- 매월 판례 분석 학술 세미나
- 학문과 실무 상호 조화 목적
- 100회·200회 논문집 출간도
- 검찰 적극적 참여 큰 힘 돼
지난달 29일 ‘국정농단’의 핵심 인물인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순실 씨의 상고심 판결이 나왔다. 하급심에서 엇갈렸던 말 3필의 값과 영재센터 지원금이 모두 뇌물로 인정됐다. 이날 선고를 지켜본 영남형사판례연구회 하태영(57·동아대 로스쿨 교수) 회장은 “법원이 뇌물수수에 (말 3필의) 사용처분권도 포함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대법원 판례가 나온 만큼 조만간 우리 학회도 이 주제를 다룰 것으로 예상한다. 회원들의 뜨거운 토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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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남형사판례연구회 ‘창립멤버’인 하태영 회장은 “앞으로도 학계와 검찰간 활발한 교류로 형사법제 선진화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
검찰과 부산·영남지역 대학 법학과 교수가 주축인 형사법 연구모임 영남형사판례연구회가 20년 차에 접어들었다. 영남지역 법률 학회 가운데 가장 역사가 깊다. 1999년 3월 부산 동구 아리랑호텔에서 ‘불법 취득한 신용카드 사용에 관한 죄책’을 주제로 판례를 분석하고 치열한 토론을 벌였던 게 연구회의 시작이다. 진지한 학술 세미나의 매력에 빠진 참가자들은 이 자리에서 모임을 영남형사판례연구회라고 이름 붙였다. 지난 20년간 격월 또는 매월 세미나를 열면서 정기모임이 취소된 게 단 두 번뿐일 정도로 회원들의 애정이 대단하다.
세미나는 부산대·동아대 로스쿨과 부산지검이 돌아가며 열고 있다. 퇴근 후 늦은 시각에 모이기에 2시간 동안 세미나를 진행하려고 하지만 항상 3시간을 훌쩍 넘긴다. 젊은 학자들은 세미나에서 못다 한 얘기들로 새벽까지 뜨거운 토론을 벌일 정도다. 현재 회원은 교수만 60여 명이고, 매번 20~30명의 교수와 검사가 참석한다.
지난해 말부터 연구회를 이끌고 있는 하 회장은 ‘창립 멤버’다. 학회 시작을 주도했던 동아대 허일태 명예교수가 은사다. “경남대 교수 시절 학계와 검찰 교류로 형사법제 선진화에 기여하자는 허 교수님 뜻이 좋아 첫 회부터 참여했습니다. 당시 독일과 일본 등에서 공부한 학구열 높은 학자들이 영남 일대에 포진해 있어 인적 인프라가 훌륭했지요. 여기에 사건을 직접 처리한 지역 검사를 통해 실무 사정을 익히면서 학문을 발전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자부합니다.”
실제 하 회장은 2011년 부산에서 열린 소말리아 해적재판을 주제로 ‘해적재판:국제비교(한국과 독일)’ 논문을 쓰고 연구회 세미나로 완성도를 높여 한국비교형사법학회 학술상을 받기도 했다. “당시 해적재판 관할을 놓고도 지역 간 기 싸움이 치열했습니다. 제가 국제신문에 ‘해양 사건은 부산에서 해야 한다’는 취지로 칼럼을 썼습니다. 그때 법조 출입 기자와 함께 취재하면서 글을 쓰고 세미나에 참석한 동료 학자, 담당 검사와 의견을 나눈 덕에 논문을 잘 다듬을 수 있었습니다.”
매월 세미나에서 발표된 글은 토론회를 거치고 보완을 거듭해 공식 학회지에 투고된다. 학술상을 받는 등 성과는 좋았지만 그동안 제작한 논문집은 100회, 200회 기념으로 만든 2권이 전부다. 매회 교수들이 십시일반 모은 돈과 검찰이 보탠 예산으로 학회를 개최하다 보니 문집까지 만들 여유가 없어서다. 하 회장은 “발표 및 토론 참가비, 식비 등 매회 100만 원 가까이 든다. 학자들은 ‘야성’이 있어야 하는데 외부 예산을 받으면 괜히 부담될까 봐 자체적으로 조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의 적극적인 참여와 지원에 관해서도 고마움을 표했다. 매년 4건씩 담당 검사가 직접 세미나 발표도 한다. 하 회장은 “부산 검찰이 과중한 업무 속에도 세미나와 토론에 참여하고 있다”며 “최근 부산지검·고검을 거친 황철규 김영대 김기동 배성범 등 간부들이 학회 발전에 기폭제가 됐다”고 말했다.
하 회장은 동아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뮌스터대학에서 석사를, 할레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최근 법률문장론에 관한 30년 동안의 고민을 담은 결과물인 ‘형법조문강화’를 출간했다.
최승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