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목 없던 제3인물 선임 관측도
- 기업銀 등 낙하산 논란은 일축

이복현(사진) 금융감독원장이 21일 BNK금융지주 차기 회장 선임에 대해 사실상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사전 지정 운용제도 현장 안착을 위한 퇴직연금 사업자 간담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서다. 감독당국 수장이 민간 금융사 최고경영자(CEO) 선임에 개입하는 것으로 해석돼 ‘관치’ 비판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원장은 이날 행사를 마친 뒤 기자들에게 “(BNK) 롱리스트(1차 후보군)에 있는 후보 중 오래된 인사라든가 정치적 편향성이 있거나, 과거 다른 금융기관에서 문제를 일으켜 논란이 됐던 인사가 포함돼 있다면 사외이사들이 알아서 걸러주지 않을까 한다”고 밝혔다. BNK금융 차기 회장 후보군에는 70세를 훌쩍 넘겼거나, 특정 정파와 가까운 인사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원장은 차기 회장 후보군에 외부 인사도 포함하도록 내규를 수정한 데는 금융당국이나 정부의 개입이 없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 원장은 “(CEO 선임 등의 방식이) 다소 폐쇄적으로 운영됐기 때문에 규정에 따라 지적을 했을 뿐이고 그룹 측에서 이를 반영해 수정했던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BNK 내부 파벌 갈등을 언급했다. 이 원장은 “전임 회장이 물러난 이후에도 특정 대학, 고등학교 등의 파벌을 중심으로 내부에서 갈등이 있다는 얘길 들었는데 이런 부분을 고려해 외부 인사를 모시겠다고 자체적으로 결정했던 것이고, 정부나 금융당국이 어떠한 의사를 전달한 적은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BNK 관계자는 “예전에는 특정 대학과 고교 출신 세력 간 갈등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일이 없다”고 반박했다.

BNK에서는 지금까지 주목받지 않은 ‘제3의 인물’이 회장에 선임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 원장의 발언이 유력하게 거론된 내외부 인사를 모두 겨냥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원장은 금융권 수장 교체기에 거세지는 ‘관치’ ‘낙하산’ 논란도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그는 차기 기업은행장 선임과 관련해 관치 논란이 불거지는 데 대해 “본질을 벗어난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이 원장은 “기업은행은 중소기업법에 따라 설립된 것으로 목적이 이익 극대화인 시중은행과는 전혀 다르다. 법에도 이미 제청권자와 임명권자를 금융위원장과 대통령으로 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NH농협금융 회장에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낙점된 것에 대해서도 “농협은 대주주가 있는 기관이고 대주주가 결정을 그렇게 한 걸로 이해하고 있다”며 “오히려 관치 논란이 있을 수 있으니 그렇게 하지 말라고 의견을 전달했다면 이게 오히려 관치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개별 지주사의 사정이 다 다르고, 감독당국은 개입할 생각이 없다”며 “다만 특정 학교나 특정 계열 간 다툼이 있어 (조직을) 저해한다면, 적어도 그런 일을 방지할 수 있는 CEO가 됐으면 좋겠다는 소극적 의미의 기준을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