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소년 숙박률, 정부 기준 미달
- 유죄땐 인허가 맡았던 구도 불똥
- 업체 측 “법 어긴 것 없다” 해명

청소년 수련시설인 유스호스텔 용도로 만든 건물에 예식장을 꾸려 ‘꼼수 영업’을 한다는 비판을 받은 업체 대표가 검찰에 넘겨졌다. 이곳은 고급 예식장으로 결혼을 앞둔 부산지역 예비 부부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는 반면, 본래 용도인 청소년 수련시설 이용률은 권고 기준보다 낮아 ‘무늬만 청소년 시설’이란 지적을 받는다.

부산 남구 그랜드모먼트 내 예식장으로 활용되는 연회장 모습. 그랜드모먼트 홈페이지 캡처

부산 남부경찰서는 국토계획법 건축법 위반 혐의로 그랜드모먼트 유스호스텔 대표 A 씨를 불구속 송치했다고 7일 밝혔다.

A 씨는 부산 남구 대연동에 청소년 수련시설 용도로 해당 건물을 조성한 뒤 건물 일부를 상시적인 예식장으로 사용한 혐의를 받는다. 2022년 9월 문을 연 이 유스호스텔은 지하 5층 지상 6층 연면적 3만9238㎡ 규모로, 지하 4층·지하 2층·지상 6층에 예식장 5곳이 꾸려졌다. 용도상 ‘집회시설’로 분류된 공간들이다.

경찰은 이곳이 청소년 수련시설인데도 버진로드(신부 입장로) 등 예식장용 시설을 고정적으로 배치했다고 봤다. 유스호스텔에 딸린 부대시설을 잠시 예식장으로 꾸려 결혼식을 진행한 것이 아니라, 예식을 주 용도로 한 상시 시설을 갖췄다는 판단이다.

예식장으로 꾸려진 공간에서 결혼식 이외 다른 행사는 거의 열리지 않았으며 시설 홍보물에도 대부분 결혼식장으로만 안내됐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이곳은 결혼을 앞둔 예비 부부가 선호하는 예식장으로 꼽힌다. 신축이라 시설이 넓고 깔끔한 데다, 주차장도 총 846면으로 넓어 하객이 찾기에 편리하다. 지난해에도 1000건가량의 예식이 이곳에서 치러진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청소년 시설로서는 존재감이 약하다. 전체 숙박객 대비 청소년은 2023년 40.4%, 지난해(1~11월) 57.1%로 여성가족부 권장 기준인 60%에 못 미친다. 남구는 2023년 지도·점검 때 “자체적으로 운영되는 청소년 대상 프로그램이 없어 이용객 대다수가 주민, 외부인이라 청소년 수련시설로서는 홍보가 아직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이 때문에 유스호스텔로 건축허가를 받곤 실상 대형 예식장을 차린 ‘꼼수’란 비판이 나왔다.

업체 측은 법을 준수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업체 관계자는 “건축법을 준수해 허가를 받고 용도에 맞게 시설을 운영 중이다. 검찰에 의견서를 제출한 상태인 만큼 결과를 지켜봐 주면 좋겠다”며 “스마트팜 특화사업, 청소년존 확대, 청소년 관련 협의체 구성 등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을 계속해서 늘려가고 있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수사 대상을 남구로 확대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향후 검찰과 법원이 유죄로 결론내면 해당 시설의 지도 점검 의무를 지닌 남구에도 책임을 물을지 검토한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남구는 (시설 인허가와 지도 점검 등에서) 해야 할 일을 모두 했다는 입장이지만, 처분 결과에 따라 실제 해야 할 업무를 제대로 했는지 등 직무유기 부분을 조사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남구 관계자는 “주말에만 예식장으로 활용돼 고정시설이 아니라고 판단했고, 여성가족부 질의에서도 ‘청소년 활동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향후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