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우리나라 수출이 1년 전 같은 달보다 1.3% 줄어들며 4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됐다.

특히 대미 수출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고강도 관세 정책 등 영향으로 8% 급감했다. 관세 타깃이 된 자동차 수출도 4%대의 감소율을 기록했다.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수출용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는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연합뉴스

●석유제품·석유화학 수출 20%대 급감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2025년 5월 수출입 동향’ 자료를 보면 지난달 국내 전체 수출액은 1년 전 같은 달보다 1.3% 감소한 572억7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다만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이하 금액 기준)은 26억6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증가했다.

월간 기준 국내 수출은 지난 2월(0.7%)부터 4월(3.2%)까지 3개월 연속 증가세(전년 동월 대비)를 나타냈으나 지난달에는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달 수출을 품목별로 보면 15대 주력 품목 중 5개가 증가했다. 우선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는 역대 5월 중 최대 실적인 138억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5월과 비교하면 21.2% 급증했다.

산업부는 “HBM(고대역폭 메모리) 등 고부가 메모리 제품의 견조한 수요가 지속되는 가운데 고정가격도 상승세를 보인 데 따른 결과”라고 설명했다.

무선통신기기 수출도 지난해 5월보다 3.9% 증가한 13억 달러를 기록했다. 4개월 연속 증가세다. 특히 무선통신기기 중 스마트폰 수출은 30.0% 늘었다.

바이오헬스(4.5%)와 선박(4.3%) 수출도 지난해 5월보다 증가했다.

그러나 자동차 수출(62억 달러)은 4.4% 감소했다. 산업부는 “미국의 관세 조치 영향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앞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자국의 자동차 산업 보호를 위해 수입산 자동차에 대해 지난 4월 3일부터 25%의 품목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미국 조지아주에 들어선 현대차그룹의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공장이 최근 본격적으로 양산을 시작한 것도 국내 수출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수출액(62억 달러) 자체는 4개월 연속 60억 달러 이상의 실적을 이어갔다.

지난달 석유제품(36억 달러)과 석유화학 수출(32억 달러)도 각각 20.9%와 20.8% 급감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저유가 기조가 이어진 데 따른 결과다.

국가별로는 대중국 수출이 8.4% 감소한 104억 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대미국 수출은 8.1% 줄어든 100억 달러로 집계됐다. 산업부는 “무선통신기기·석유제품·이차전지의 호실적에도 최대 품목인 자동차 수출이 급감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아세안 수출(100억 달러)도 1.3% 감소했다. 반면 유럽연합(EU)에 대한 수출은 4.0% 증가한 60억 달러를 기록했다. 3개월 연속 증가세다.

●“미 관세 조치, 세계 경제와 우리 수출에 영향”

지난달 수입액은 5.3% 감소한 503억3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에너지 수입은 원유(-14.0%) 가스(-0.3%) 수입 감소로 전년 동월 대비 12.8% 감소한 102억 달러로 집계됐다. 반도체 장비 등을 포함한 에너지 외 수입은 3.2% 감소한 402억 달러를 기록했다.

수출액보다 수입액이 더 많이 감소하면서 지난달 무역수지는 전년 동월 대비 20억5000만 달러 증가한 69억4000만 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올해 1~5월 누계 무역수지 규모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억 달러 증가한 190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양대 시장인 미국과 중국으로의 수출이 모두 감소한 것은 미 관세 조치가 세계 경제와 우리 수출에 영향을 미친 결과로 보인다”며 “특히 5월에는 국제유가가 60달러대 초반까지 하락함에 따라 석유제품·석유화학 수출이 20% 이상 급감하면서 수출 감소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우리 수출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관세 조치와 관련한 우리 측 입장을 미국 정부에 정확히 전달해 상호 호혜적인 해결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편성된 ‘관세대응 중소·중견 무역보험’(+1500억 원) ▷‘관세대응 바우처’(+847억 원) 예산을 신속하게 집행하기로 했다.